진보 원로들 "李 정부 END구상, 北 체제 종식 오해 우려…재검토 필요"

"NSC 구성 변경…9·19 군사합의 선제적·단계적 복원도 필요"
"北, 한미연합훈련 조정 아닌 헌법 3조 개정 논의 시 움직일 듯"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이재명 정부 통일외교안보 정책:평가와 전망'을 주제로 열린 남북관계 원로 특별좌담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연철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 정현백 전 여가부장관, 임동원 한반도평화포럼 명예이사장, 정 장관,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양무진 북한대핵원대학교 석좌교수. 2025.12.3/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남북관계 진보 원로들이 이재명 정부의 'END(Exchange 교류·Normalization 관계 정상화·Denuclearization 비핵화) 이니셔티브 구상'이 북한이나 제3자로부터 '북한 체제의 종식'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는 3일 한국프레스센터 19층에서 이재명 정부 통일외교안보 정책: 평가와 전망'을 주제로 개최된 '정부 출범 6개월, 남북관계 원로 특별좌담'에서 "이재명 정부의 대북 정책과 대북 메시지 사이에 상당히 모순과 충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END 이니셔티브'를 언급했다.

문 교수는 최근 유럽 전문가들에 'END 구상'을 설명하자 "대다수가 1990년대 초 노스코리아 엔디즘(북한 종말론·North Korea Endiesm)을 연상하며, 남한이 북한하고 교류·협력과 정상화 후 비핵화가 이뤄지면 결국 북한 체제가 사라지는 것이 한국 정부의 숨은 의도"로 생각한다면서 "END가 우리에게는 적대관계 종식이지만, 북한이나 제 3자가 들었을 땐 북한 체제 종식으로 볼 수 있어 우리 정부가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을 있는 그대로 보고, 긴장 완화 및 신뢰 구축에 나가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도하고 메시지가 갖는 의미론하고 차이가 있다"면서 "이를 좀 수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END라는 단어는 북한을 상대로 '북한을 끝장낸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라면서 "이런 단어는 필요가 없다"고 공감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이 대통령이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언급한 '9·19 군사합의의 선제적·단계적 복원'을 빨리 이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 중심제에서 최고 정책 결정권자 한마디, 한마디는 바로 정책"이라면서 "대통령 말씀 이후 (정책이) 이행되지 않고 있는데, 참모들이 9·19 군사합의 복원을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 연구해 실행에 옮겨나가야 한다"라고도 강조했다.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도 "대통령이 9·19 군사합의를 다시 복원시키는 것을 제1의 명제로 삼으셨었다"면서 "9 ·19 군사합의를 다시 복원시킨다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과제였다"라고 말했다.

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이재명 정부 통일외교안보 정책:평가와 전망'을 주제로 남북관계 원로 특별좌담이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김연철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정현백 전 여가부장관, 양무진 북한대핵원대학교 석좌교수. 2025.12.3/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정세현 "과거 NSC 체제로 돌아가야"…문정인 "盧정부 NSC 좌장은 통일부 장관"

이날 원로들은 현재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구조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정 전 장관은 "윤석열 정부 시절 NSC 체제가 굳어졌던 것은 인적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고, 안보실장이 안보실을 쥐고 흔들기 위해 만들었던 체제로, 예전의 NSC 체제로 돌아가면 된다"면서 현재 NSC에 통일부·외교부·국가정보원 등 장관급과 함께 안보실장 아래 차관급이 발언 및 투표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문 교수는 "노무현 정부 시절 NSC 좌장은 통일부 장관으로, 정동영 현 통일부 장관이 당시에도 의장을 맡았다"면서 "당시 남북관계에 대한 노 대통령의 의지는 분명하게 남북관계가 최우선이고 한미관계는 남북관계에 연동된 것으로 봤다"라고 말했다.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은 "통일·외교·국방·정보 분야가 착착 맞아떨어져야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복잡한 문제를 효율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다"며 "NSC의 기능과 역할 등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아울러 정부가 외교적 '우선순위'를 분명히 해야 한다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담론은 분명히 한반도와 평화, 남북 관계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실제 운영은 한미관계, 한미동맹이 중요하게 여겨진다"면서 "우리 국내를 향한 메시지 때문으로 보인다"면서도 '일관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고 꼽았다.

이날 현장에서는 더 이상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이끌기 위해 '한미연합훈련 조정'이나 '미국 전략자산 전개 중단'과 같은 일시적인 전술은 통하지 않을 것이란 제언도 나왔다.

문 교수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에 대한 해법으로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한다고 해서 될 수 있는 건 아니고 결국 우리 '헌법 3조(영토조항)와 4조(자유민주주의적 통일 정책 수립)'가 문제"라면서 "두 국가 체제로 가자는 것은 결국 교류협력도 국제법과 유엔헌장에 기초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제법과 유엔헌장의 핵심은 서로가 영토와 주권을 존중해 주고 내정 간섭을 하지 않는다"라는 것이라면서 "남측에서 헌법 3조의 개정 논의가 이뤄지기 시작하면 북에서 움직일 것이며, 그 전의 전술적 움직임에 북한이 대응할지는 회의적"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북한의 호응을 이끌기 위해서는 지난 윤석열 정부 시 발생했던 '북한 도발 유도' 사건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사과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과거 북한이 남측에 사과했던 사례인 김신조·연평도 포격 사건을 언급하며 "내란 정국에서 혹시 외환죄 관련 법원 판결이 나온다면은 이와 관련 우리가 북측에 유감을 표시할 필요도 있다"라고 조언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축사에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위상, 국격에 비춰 지금의 남북 관계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위대한 국민의 저력을 다시 발휘해서 이재명 정부에서 새로운 한반도 평화 시대를 반드시 열어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