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다시 꺼낸 미국…실효성은 없지만, 북미 대화 카드 쌓기
美, 북미 대화 불발 후 '대북제재' 제기했지만…실효성 없는 '유엔 제재' 선택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한 선박을 대상으로 제재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미국의 독자적인 대북제재 대신 중국·러시아의 동의가 필요한 유엔 차원의 제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실효적 제재보다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불러내기 위한 '압박' 목적이 더 크다는 분석이 5일 나온다.
지난 3일(현지시각) 미국 국무부는 "제3국 선박들이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수출이 금지된 북한산 석탄·철광석을 중국으로 운송·하역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와 관련된 선박 7척을 즉시 유엔의 제재 대상으로 지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2017년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안 2371호'는 북한의 주력 수출품인 석탄과 철광석 등 광물의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유엔은 광물을 운송하는 화물선 등 선박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는데, 제재 대상이 된 배는 전 세계 항구의 입항이 거부되거나 경우에 따라 억류될 수 있다. 또 유엔 회원국은 이 배와 연관된 회사와 개인의 자산을 동결하고 입국을 불허할 책임이 있다.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유엔 차원의 대북제재를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방한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의 만남을 타진했으나 북한의 무응답으로 불발된 직후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을 앞둔 지난달 27일 "우리에게는 제재가 있다. 아마 이보다 더 큰 것은 없을 것"이라며 대북제재 완화를 대화 카드로 내세운 바 있는데, 이런 맥락에서 미국이 유엔 차원의 추가 대북제재 필요성을 제기한 것은 북한에 '협상 카드'를 부각하기 위한 의도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북제재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막기 위해 유엔 회원국과 북한과의 각종 교역과 협력을 차단해 북한의 자금줄을 끊기 위해 만들어졌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진행된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는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것이었다. 북한은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 미국에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11건 중, 2016~2017년 채택된 5건에 포함된 '민수경제, 인민생활' 관련 항목을 먼저 해제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북한이 중국·러시아와의 밀착을 통해 경제적 지원을 받으면서 '비핵화와 제재를 교환하는 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유엔 차원의 재제를 완화 혹은 해제할 수 있다면 국제사회에서의 활동폭이 훨씬 넓어질 수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 때문에 전문가들은 향후 북미 대화가 열리면 이 사안이 주요 의제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안보리에서 새 대북제재안이 채택되기 위해서는 15개 이사국 가운데 9개국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며, 5개 상임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 중 한 나라의 반대도 없어야 한다.
문제는 최근 러시아와 중국이 안보리 내에서 노골적인 '북한 감싸기' 행보를 보이고 있어 신규 제재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3월 유엔 안보리가 대북제재 결의 이행을 감시하는 전문가 패널의 임기를 1년 연장하기 위해 투표를 실시했을 때,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고 중국이 기권하면서 패널의 임기 연장이 무산돼 15년 만에 해체되기도 했다.
주목할 점은 유엔의 제재 외에 각국이 단행한 독자적 대북제재 중 가장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전 세계 금융망과 연결된 미국의 독자제재라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알면서도 독자제재 없이 굳이 유엔 차원의 제재를 추가로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힌 것은, 실질적인 효력이 있는 제재를 추진한다기보다는 북한에게 제재 완화 혹은 해제를 위한 대화에 관심을 보이라는 촉구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 북한의 광물이 중국으로 들어가고 있음을 부각하며 중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 결의를 잘 지키지 않고 있음을 국제사회에 부각한다는 의미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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