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넘겨 받은 北김정은, 만남에 "100% 열렸다"는 트럼프에 반응할까

김정은, 득과 실 계산할 듯…APEC 미중회담 지켜보고 보폭 조절 가능성
러시아와 전략적 관계 흔들리지 않는 선 유지…의전·경호 측면도 고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첫 임기 때인 2018년 6월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센토사 섬의 카펠라 호텔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합의문을 발표한 후 악수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에 나서기 직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의 회동 의사를 강력하게 밝히면서 북한의 추후 반응이 주목된다. 이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2019년 판문점 '깜짝 회동'의 데자뷔가 재연될지는 평양의 선택에 달렸다.

24일(현지시간) AF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기에 앞서 백악관에서 기자들이 김 총비서와의 만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렇게 하고 싶다. 그(김 총비서)는 우리가 그쪽으로 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잘 모르겠지만 우리는 (김 총비서 측에) 알려줬다. 그도 내가 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김 총비서와의 만남에 대해 "100% 열려 있다"며 "나는 그와 아주 잘 지낸다"고 부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하는 오는 29~30일 기간 중 김 총비서를 만나고 싶다는 메시지를 거듭 강조한 것이다. 이는 실제 북미 정상 간 접촉 공식 일정은 아직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날 백악관 고위 당국자도 "트럼프 대통령이 미래에 김정은을 만나고 싶다는 의지를 표명했지만, 이번 순방 일정에는 없다"라면서도 "물론 변동이 생길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바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북미회동 성사 여부는 김 총비서의 '호응'에 달렸다. 관건은 이번 북미 정상 간 만남을 북한이 '득'으로 여길지 '실'로 여길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아직 스케줄이 조율되지 않은 촉박한 상황에서의 만남이라면 실제 의제를 논의하기보다는 '한 장의 사진'을 남기는 상징적 접촉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김 총비서가 그러한 상황을 얼마나 반길지는 미지수다. 김 총비서는 지난달 최고인민회의에서도 "시간은 우리 편"이며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우리에게는 더 유리하다"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메시지를 감안하면, 북한이 미국과 당장 타결할 의제가 없는 상황에서 '일단 만나고 본다'는 행동을 취할 가능성은 작을 수 있다.

또 북한은 북미회동이 자신들의 우방국에도 미칠 가능성도 계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30일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난다. 이 자리에서 언급되는 대북 메시지나 의제 내용 등을 살핀 뒤 북한은 최종적으로 북미회담에 대한 결단에 나설 수도 있다. 지난달 김 총비서와 시 주석의 만남 이후 급속도로 회복하고 있는 북중관계를 감안해 중국과 대미 전략에 있어 '보폭'을 맞출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북한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혈맹' 관계로 규정하고 러시아에 파병하는 등 군사협력을 강화해 온 측면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특히 미국은 러시아의 적국인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당사자인 만큼 러시아와의 전략적 관계 흔들리지 않는 선으로 유지하려고 할 수도 있다.

이 외에도 기술적인 문제도 감안될 것으로 보인다. 김 총비서는 북한의 '최고 지도자'로 각국 정상을 만날 때 의전과 경호에 신경을 쓰는데, 북측이 원하는 정도의 의전과 경호가 가능한지 등의 기술적 변수도 관건이다.

김 총비서와 트럼프 대통령의 회동이 무산되더라도 추후 당국자 명의 등의 수준으로 상호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도 있으며, 미국 실무진이 한반도를 찾는 만큼 북미 당국자 간 접촉이나 비공개 대화 등이 이뤄질 수 있다는 희망적인 전망도 나온다.

현재 우리 정부는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길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꽉 막힌 남북 관계를 '선(先)북미 관계'를 통해 타파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3일 CNN 인터뷰에서도 "북미가 전격적으로 만날 수 있다면 전적으로 환영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할 생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24일 기자들과 만나 북미회담 가능성에 대해 "1%의 가능성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심정"이라면서 "북미 양 정상이 이 기회(APEC)를 놓치면 안 된다. 결단해야 한다"라면서 김 총비서에게 '결단'을 촉구했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