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 참배하는데 양복 아닌 가죽점퍼 입은 김정은…통치 자신감
관광객·주민 등은 엄격한 '복장 규정' 받지만 "지도자는 달라" 부각
최근 연이은 외교 성과·핵 능력 강화 등 성과 업고 자신감 강화
- 최소망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선대인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 이전 참배와 달리 양복이나 당복이 아닌 가죽점퍼를 입고 혼자서 참배하는 '캐주얼한' 모습을 보이며 선대를 의식하지 않는 '통치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라는 평가가 13일 제기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2면에 "김정은 동지께서 노동당 창건 80돌을 성대히 경축한 영광을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와 위대한 영도자 김일성 동지께 삼가 드리기 위해 12일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았다"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김 총비서가 '당 창건 80주년 성대한 경축을 책임적으로 조직지도'했다면서, "당과 국가가 쟁취한 위대한 영광을 김일성·김정일 동지께 드렸다"라고 전했다.
공개된 사진에서는 김 총비서가 야전용 가죽점퍼를 입고 참배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그는 과거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할 때는 양복이나 당복(인민복)을 입고 격식을 갖추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번 참배는 이전과 비교했을 때 다소 파격적인 모습으로 진행됐다.
모든 간부들과 주민들은 선대 지도자들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할 땐, 당복이나 정장을 착용하는 것이 사실상 의무화돼 있다.
북한을 방문한 관광객이나 외빈들도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을 때는 매우 엄격한 복장 규정을 적용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짧은 반바지나 청바지, 민소매나 샌들, 슬리퍼 등은 금지됐으며 신발에 묻은 먼지까지 의식해 신발 위에 '커버'를 씌운다는 관광객들의 전언도 있다. 이번 김 총비서의 가죽점퍼 복장은 매우 이례적인 셈이다.
이번 행보에서 또 눈길을 끄는 점은 김 총비서의 발언 내용이다. 그는 지금까지 이룩된 업적이 선대의 덕이라고 말하면서도 북한이 "새로운 상승단계로 올라서고 있다"는 언급을 통해 선대 지도자들 앞에서 스스로의 통치 업적도 부각했다.
김 총비서는 "오늘 우리 공화국이 지닌 높은 권위와 불패의 위력, 혁명과 건설에서 이룩된 모든 성과는 위대한 수령님(김일성)과 위대한 장군님(김정은)의 거룩한 존함과 떼여놓고 생각할 수 없다"면서 "조선 혁명이 새로운 상승단계에 올라서고 사회주의 건설이 가속될수록 우리는 위대한 김일성-김정일 주의를 영원한 승리의 기치로 더욱 높이 추켜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행보에는 올해 특히 공을 들였던 외교 성과와 지난 2021년부터 진행한 5년 계획의 경제 및 국방 발전 정책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 통치 자신감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북한은 지난 2022년 '핵무력정책'을 법제화하고 최근엔 미국을 향해 "비핵화는 없다"라며 핵보유국으로서의 입지 강화를 위한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엔 러시아에 군대를 파병하면서 러시아를 강력한 우방으로 만들었고, 올해에는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며 북·중·러 3각 밀착을 통한 대미 압박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행사에는 중국의 공식 권력서열 2위인 리창 국무원 총리, 러시아의 2인자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겸 통합러시아당 의장은 물론 베트남의 최고지도자인 또 럼 공산당 서기장과 통순 시술릿 라오스 국가주석 등이 참석하며 북한의 외교의 장이 넓어진 듯한 모습도 보였다.
김 총비서는 이같은 성과들을 선대의 업적과 차별화되는 자신만의 '레거시'로 여기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전 주민들과 외부에 이번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를 통해 이와 관련한 메시지를 던지려는 의도일 수 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참배가 "북한의 살아 있는 최고 권력자인 김정은의 '권위'를 확실하게 부각하기 위한 의도"라고 평가하면서 "주민들이나 당 간부들에게 복장 규정이 적용되더라도 자신만은 예외일 수 있음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권력과 권위를 과시하고자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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