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 확정이라더니…北 열병식도 불참한 주애, 한 달 넘게 잠행
지난달 김정은 방중 동행하며 후계자 입지 강화…이후 한 달 넘게 두문불출
열병식도 불참…전문가 "주목도 분산 우려"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북한이 노동당 창건 80주년을 맞아 진행한 대규모 열병식에도 김정은 당 총비서의 딸 주애가 불참했다. 지난 9월 초 중국 방문 이후 한 달 넘게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춘 것이다.
11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이 전날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성대하게 거행됐다고 보도했다. 열병식은 전날 밤 10시쯤부터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열병식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주애의 참석 여부였다. 앞서 주애는 지난달 2~4일 김 총비서의 중국 방문길에 동행하면서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만약 이번 당 창건 기념 열병식에서도 주애가 중국·러시아·베트남 등 외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면, 이는 다시 한번 북한의 후계자 구도가 주애로 좁혀지는 중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날 북한 매체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주애는 열병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주애는 지난달 5일 아버지를 따라 베이징에서 평양으로 돌아올 때 북한 매체에서 포착된 뒤로 한 달 넘게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는데, 이러한 '두문불출'이 당 창건 80주년이라는 대대적인 국가적 경축 행사에서도 이어진 것이다.
주애는 이번 당 창건 기념일 이전 마지막 열병식이었던 지난 2023년 '정권 수립 75주년'(9월 8일) 기념일 열병식 때는 주석단에 올라 김 총비서 바로 옆자리에서 행사를 지켜봤다. 당시 군 장성들이 주애 앞에 무릎을 꿇고 경례하는 장면이 연출되는 등 주애의 존재감이 대대적으로 부각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김 총비서가 이번 열병식을 계기로 미국과 사이가 좋지 않은 사회주의국가 간의 연대를 강화하며 북한의 외교적 보폭을 넓히려는 목적이 있었다면서, 이같은 의도를 부각하기 위해 주애를 의도적으로 등장시키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번 열병식에는 중국과 러시아의 '2인자'인 리창 국무원 총리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베트남의 최고지도자인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북한의 초청에 따라 이례적으로 대거 참석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주애가 등장할 경우 지난달 중국 전승절 때처럼 국제사회의 관심사가 '북한 후계자 구도'에 집중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같은 이유에서 김 총비서의 아내 리설주도 참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애가 아직 어리고 당으로부터 받은 공식직함이 없는 만큼 외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주애는 지난달 방중 당시에도 처음 베이징에 도착할 때와 평양에 복귀했을 때의 모습만 북한 매체에 포착됐을 뿐, 3박 4일간 진행된 김 총비서의 각종 공식 일정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아울러 올해는 김 총비서가 지난 2021년 8차 노동당 대회에서 직접 제시한 '국방·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 완료되는 해이자, 내년 초 제9차 당 대회 개막을 앞두고 각종 과업을 마무리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임 교수는 "이번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과 신형 전차 '천마-20' 등 새로운 무기체계가 다수 공개된 만큼, 최고지도자의 군사적 성과를 오롯이 과시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라고 말했다.
plusyou@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