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열병식서 한미 위협보다 '핵 보유' 지위 강화에 주력
주석단에 중·러·베트남 고위급 인사와 나란히 서 '외교적 입지' 과시
APEC 앞두고 위력 시위…북미 대화에 '서두르지 않는다'는 의도로 해석
- 최소망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당 창건 8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한국과 미국을 비난하거나 위협하는 직접적인 메시지는 자제했다. 그러면서도 '최강 핵전략 무기'라면서 미국 본토 타격용인 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을 공개하고 중국·러시아·베트남과의 연대를 과시하며 자신들의 '전략적 입지'를 과시하는 데 집중했다.
당장은 미국, 한국과의 대화 및 관계 개선보다 우방국과의 연대를 강화하며 핵보유국으로의 국제적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1일 김 총비서가 전날인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김 총비서는 연설에서 "우리 군대는 적을 압도하는 정치사상적, 군사기술적 우세로써 방위권에 접근하는 일체의 위협을 소멸하는 무적의 실체로 계속 진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가 앞으로도 강위력한 혁명무력과 함께 부정의와 패권을 반대하고 정의와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진보적 인류의 공동 투쟁에서 자기의 책임을 다할 것임을 확언한다"라고 밝혔다.
김 총비서의 연설은 '외부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국방력 강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중국이나 러시아 등 반미 진영 국가 및 우방국과의 연대를 기반으로 대외적 입지를 다져나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직접적인 대미 또는 대남 메시지를 낸 것은 아니지만, 국제 무대에서 한미를 견제하는 외교를 하겠다는 의지를 통해 여전히 한미와의 대화 혹은 관계 개선에 관심이 없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김 총비서가 연설할 때 그의 오른편에는 중국의 공식 권력서열 2위인 리창 국무원 총리가, 왼편에는 베트남 최고지도자인 또 럼 공산당 서기장이 자리했다. 럼 서기장 왼편엔 러시아의 2인자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겸 통합러시아당 의장이 위치했다. 이들이 현재 북한의 가장 강력한 우방임을 보여 주는 장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부는 북한의 당 창건 기념일에 다양한 국가의 최고위급 인사가 대거 참석한 것이 처음 있는 일이라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의 입장에선 이러한 구도를 만들어 낸 것만으로도 자국의 외교적 위상이 과거와는 달라졌다는 인상을 대내외에 과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북한은 이번 열병식에서 '최강 핵전략 무기체계'라면서 새 ICBM '화성-20형'을 공개했다. 북한은 지난해 공개한 '화성-19'형을 ICBM의 '최종 완결판'이라고 밝혔으나, 또 새로운 ICBM을 만든 것이다.
북한의 ICBM은 미국 본토를 공격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열병식 연설에서 미국을 직접 위협하진 않았지만, 이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강 핵무기'를 과시하는 위력 시위를 하며 '핵보유국' 입지를 부각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화성-20형을 '차세대 ICBM'이라면서, 발사체엔 열에 강하고 가벼운 소재인 '탄소섬유 복합재료'를 활용했으며 고체연료를 적용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과거 북한이 신무기를 공개한 뒤 이를 시험발사 하는 수순을 밟았던 것을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전 화성-20형의 시험발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김 총비서는 지난 9월 최고인민회의 중요 연설을 통해 미국이 '비핵화'를 버리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경우 대화의 여지가 있음을 밝힌 바 있다. 핵실험과 더불어 북한의 고강도 군사도발로 간주되는 화성-20형의 시험발사가 단행된다면, 트럼프의 '공식 인정' 없이도 북한이 자신들이 핵보유국임을 전 세계에 선언하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북한이 이번 열병식에서 '화성-20형'을 공개한 이상 적절한 시점에 시험발사를 진행하며 대미 위협과 협상력을 제고할 수 있다"면서도 "현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해서 밝혀온 북미 접촉 의지 등을 감안해 찬물을 끼얹지는 않는 방향에서 조건과 기회를 탐색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분석했다.
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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