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軍, 위협 소멸하는 무적으로 진화해야"…한미 견제 톤 조절(종합)

10일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 열병식 연설…한미 '직접 위협'은 자제
美 본토 타격하는 '화성-20형' 신형 ICBM 공개하며 위력 시위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10일 당 창건 80주년 기념일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야간 열병식에 참석해 연설에 나섰다. 왼쪽부터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김정은 당 총비서,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서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10일 당 창건 8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해 연설했다. 그는 "군은 방위권에 접근하는 위협을 소멸하는 무적의 실체로 진화해야 한다"며 국방력 강화를 강조하면서도, 한·미를 향한 직접적인 비난이나 위협 메시지를 내진 않았다.

11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 총비서가 전날 오후 10시쯤부터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야간 열병식에 참석해 이같은 내용의 연설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김 총비서는 "우리 당은 조국과 인민의 운명과 장래를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성스러운 의무로부터 국가보다 먼저 군대를 창건했다"라며 "국가 주권과 발전권을 사수하는 투쟁에서 공고화되고 성숙된 혁명적 무장력의 역할은 조선 혁명을 곧바로 떠밀어가는 강력한 추진력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를 "우리 당 투쟁사의 분수령이자 변혁의 새 시대"로 규정하면서 "우리 당의 사상과 위업을 받들어온 노병 동지들과 전(前)세대 장병 동지들에게 뜨거운 경의를 표한다"라고 밝혔다.

특히 "당과 조국이 내린 명령을 믿음직하게 수행하는 해외작전부대 장령, 군관, 병사들에게 조선노동당과 전체 인민의 열렬한 격려와 고무의 인사"를 보낸다고도 말했다. 이는 지난해 10월부터 러시아에 파병돼 쿠르스크 작전에 투입된 북한군들을 가리킨 메시지로 해석된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10일 밤 10시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 열병식이 진행됐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김 총비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을 사수하고 조선인민의 안전과 이익을 수호하는 것은 우리 군대가 걸머진 지상의 임무이고 절대의 사명"이라면서 "우리 군대는 적을 압도하는 정치사상적, 군사기술적 우세로써 방위권에 접근하는 일체의 위협들을 소멸하는 무적의 실체로 계속 진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는 앞으로도 강위력한 혁명무력과 함께 부정의와 패권을 반대하고 정의와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진보적 인류의 공동 투쟁에서 자기의 책임을 다할 것임을 확언한다"라고 말했다. '부정의와 패권'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국가들을 우회적으로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오직 힘으로, 승리로만 지켜지고 담보될 수 있는 우리 주권과 우리 위업의 무궁함을 우리는 오늘 다시금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10일 열린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 열병식 주석단 모습. 왼쪽부터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김정은 당 총비서,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서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다만, 이날 연설에서 한국과 미국이 직접 언급되지는 않았다. 김 총비서는 "우리 당과 혁명무력의 본적은 인민이며 성스러운 목적과 사명도 인민을 위함에 있다"라며 국방력 강화의 본질적 목적이 방어적 성격에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열병식에서는 미국 본토를 타격하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이나 극초음속으로 개량된 대남용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화성-11마'를 공개하는 위력 시위를 단행하기도 했다.

올해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일은 북한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주년(5·10년씩 꺾어지는 해)에 해당하는 만큼 대내외적으로 비중 있는 정치적 행사로 치러졌다.

특히 북한이 이번 기념일에 중국, 러시아, 베트남 등 고위급 인사들을 대거 초청하면서 반미 연대를 대대적으로 과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김 총비서는 북미 대화의 가능성이 아직 열려 있는 상황에서 미국을 직접 위협·자극하는 메시지보다는 새로운 무기체계를 선보임으로써 위력을 과시하고, 각국 정상들과의 외교적 관계를 강화하는 모습을 통해 톤이 조절된 간접적인 대미 메시지를 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김 총비서는 중국과 러시아의 '2인자'인 리창 국무원 총리,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그리고 베트남 '서열 1위' 또 럼 공산당 서기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이번 당 창건 기념일을 외교적 보폭을 넓히는 계기로 삼았음을 부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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