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판 '글로벌 외교'의 서막…"핵 고도화로 美 핵 정책 전환 시도"
'제2의 표적' 재언급하며 한미일 겨냥
"핵 보유 효과 장기적으로는 서서히 상쇄될 것"
-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북한의 핵 고도화 전략은 한국과 미국의 핵 관련 정책을 전환시키는 '핵 강제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3일 제기됐다.
정성윤 통일정책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한반도 안보 정세 평가와 대응 방향'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2021년 8차 당 대회 시 수립했던 핵 고도화 목표 달성을 위해 2025년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짚으며 이는 핵 능력을 바탕으로 비핵화에 엄격한 미국의 정책과 의지를 강제적으로 전환하려는 책략이라고 강조했다.
정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2025년 북한은 △극초음속 중거리 미사일(IRBM) 시험 발사(1월) △전략순항미사일 시험 발사(1월) △전략핵잠수함(SSBN) 건조 장면 처음 공개(3월)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시험 발사(5월) △신형 화성-20형(ICBM) 개발용 고체연료엔진 시험 공개(9월) 등 핵 능력을 향상하는 동향을 보여왔다.
아울러 김정은 당 총비서는 지난달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도 "핵 무력은 전쟁 억제 실패 시 제2의 사명도 결행하게 될 것이고, 제2의 사명은 분명 방어가 아닌 다른 것"이라며 북한이 한국와 미국 등에 핵무기를 선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특히 북한은 '제2의 사명' 표적으로 대한민국 궤멸, 주일미군, 동맹군 시설을 구체화함으로써 선제 핵 공격의 대상으로 한미일 3국을 동시 겨냥했다.
북한은 시기별로 제2의 사명을 언급하며 '선제 핵 공격'을 강조해왔다. △핵무기의 제1사명과 제2사명을 구분(2022년 4월) △기존 핵무력 법령을 개정해 '제2의 사명을 명문화(2022년 9월) △핵무력의 제2의 사명은 분명 방어가 아닌 다른 것(2023년 1월) △핵 전쟁 억제력 제고, 특히 억제력의 제2의 임무에 더욱 완벽해야 한다(2023년 4월) △억제력의 제1사명은 전쟁 억제, 살상 시 제2사명(2025년 9월 최고인민회의) 등이다.
정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핵 보유 기정 사실화와 대남 무시를 통해 핵 억지의 방패 아래 제한적 도발이나 협상 지렛대 극대화를 노린다"며 "단기적으로 상대방의 계산을 흔들어 양보를 얻어내고, 장기적으로는 기술적 진전을 통해 억지력을 점진적으로 제도화하려는 것이 북한의 전략적 속내"라고 분석했다.
또 북한이 반미 연합에 참여하며 적극적인 대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정 선임연구위원은 김 총비서가 집권 15년 만에 다자 무대에 등장한 것, 최선희 외무상이 이례적으로 중국을 방문해 '국제정세'를 논의한 것, 7년 만에 유엔총회에 고위급 인사를 파견한 것 등을 언급하며 이는 북한이 "글로벌 공급망의 완전 분절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활용해 경제적 생존 공간을 다변화하려 한다"며 북한판 '글로벌 외교'의 서막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북한의 이러한 행보가 한국과 미국의 '억지'에는 성공했을지 모르나 '강제'에는 실패했다는 점은 전략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한국과 미국의 비핵화 목표와 의지를 포기시키지 못했을 뿐 아니라, 제재 해제나 한미연합훈련 중단, 주한미군 철수 등 근본적 정책 변화는 일으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핵 능력이 신장되고 핵 강압이 거칠어질수록 한국·미국·일본이 조기경보, 미사일 방어, 정밀 타격, 지휘통제 생존성 강화를 자연스럽게 추구할 수 밖에 없다"며 북한 핵 보유의 장기적 효과는 서서히 상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youm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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