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상용무력 병진 노선' 선언 의미는…'복합 전력·방산 확대 준비'
'핵 일변도' 국방 전략 대폭 수정·국제 정세 개입 확대' 의미
-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연말 혹은 내년 초에 열린 제9차 당 대회에서 '핵무력과 상용무력의 병진 노선'을 제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북한이 핵 일변도의 국방 전략을 수정하고, 궁극적으로 지역 분쟁 등 국제 정세에 더 많이 개입하겠다는 의도를 밝힌 것이라는 분석이 14일 제기된다.
조선중앙통신은 13일 자로 김 총비서가 지난 11일과 12일 국방과학원 장갑방어무기연구소와 전자무기연구소의 사업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새로운 군 관련 시설을 둘러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김 총비서는 "앞으로 당 제9차 대회는 국방건설 분야에서 핵무력과 상용무력(재래식 무기)의 병진 정책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면서 "국방과학원이 당의 강군 건설 노선을 높이 받들고 상용무력을 현대화하기 위한 사업에서 계속 기치를 들고 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시찰에선 반탱크미사일 실탄사격에 의한 정면·측면·상부 공격에 대응하는 신형 능동방호체계의 종합가동 시험 등 탱크의 방어 능력을 높이는 시험이 진행됐다고 한다. 북한이 지상전 전력의 '업그레이드'를 추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기갑전력은 핵무기 등 전략무기를 선호하는 현대의 기준에선 '재래식 전력'으로 구분할 수 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통해 여전히 상당량의 재래식 무기를 동원해 효과적인 지상전을 치르는 것이 전쟁의 승패에 영향을 주는 것이 확인됐다. 특히 적의 드론 공격에 의한 지상전 장비의 피해를 막을 경우 전세를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라 방어 능력을 높이는 '장갑방어무기연구소'를 새로 가동 중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은 그간 '힘의 대결' 위한 핵 개발에 집중해 왔다. 김 총비서는 지난 2013년 '핵·경제 병진노선'을 선언하며 핵과 경제 개발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2017년 '국가 핵무력 완성' 선언 후 핵을 카드로 경제 발전을 위한 비핵화 협상에 나선 것을 변형된 '병진노선'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비핵화 협상의 실패 후 지난 2021년 1월에 열린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선 '국방과학 발전 및 무기체계 5개년 계획'을 통해 군사 분야 주요 과업을 공표하며 특히 '전략무기 5대 과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병진노선을 원래의 트랙으로 돌려 다시 전략무기 중심의 핵 능력을 강화할 것을 결정했다.
5대 과업은 △초대형 핵탄두 생산 △1만 5000km 사정권 안 타격명중률 제고 △수중 및 지상 고체연료 발동기(엔진) 대륙간탄도로켓트(ICBM) 개발 △핵잠수함과 수중 발사 핵전략무기 보유 △극초음속 활공비행 전투부의 개발 도입 등으로, 현재까지 초대형 핵탄두와 타격 명중률 제고, 고체연료 엔진 활용 ICBM 등은 가시적 성과를 낸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의 핵 개발은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국방력을 '일시에 만회'해 전략적 입지를 다져 체제를 지키겠다는 구상에 따른 것이다. 핵 개발 자체는 고강도의 군사 활동이지만, 이 구상을 세운 이유에는 국력이 크게 밀리는 북한이 '한 방에' 국제사회의 역학관계에 변형을 주겠다는 정치외교적 함의도 있는 것이다.
전세와 정세를 바꾸기 위한 전략무기 중심의 핵무력에 이어 재래식 무기, 다른 말로는 '실전용 무기'로도 볼 수 있는 '상용무력'을 고도화한다는 새 노선을 제시한 것 역시 현 국제정세에 대한 새로운 판단에 따른 결정으로 분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견제'를 기치로 내세우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위상을 꺾는다는 입장을 강화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상황에서, 북한이 우크라전 개입과 마찬가지로 '지역 분쟁'에 물리적 개입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중국을 도와 개입하고 궁극적으로 미국과도 대항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럴 경우 재래식 무기의 현대화는 필수다. 북한군의 개입이 전세 혹은 정세를 바꿀 요인이 되지 않으면 수요 자체가 발생하지 않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미 본토에 구축된 다양한 핵무기는 높은 수준의 '상용무력'을 보유한 북한의 입김을 더 세게 만들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동안 북한제 무기 수요가 가장 컸던 러시아를 상대로 진행됐던 방산 세일즈 성과가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에 따라, 우방국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방산 세일즈를 준비하는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앞서 김 총비서는 2023년 8월 군수공장을 시찰하고 처음으로 '국방경제사업'이라는 말을 언급하면서 무기 수출의 본격화를 시사했다. 북한이 국방력을 '자위권 강화' 차원을 넘어 무기 수출 등을 통해 경제적 성과로 연결할 구상을 이미 수년 전부터 세웠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권위주의 국가들이 과거엔 '하나의 위협'이었다면 최근에는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고 이것이 서방 국가들에게는 새로운 경계 요인이 되고 있다"며 "권위주의 국가들의 공통된 특징은 저렴한 무기를 양적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이고, 북한도 그런 측면에서 비슷한 목표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youm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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