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별한 밥 한 끼'…'국빈급'으로 김정은 챙기며 '혈맹' 복원한 시진핑
전승절 행사 마지막 일정으로 김정은 만나 만찬
'러시아보다 큰 형님' 외교적 우군으로 영향력 확대 예상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년 만에 만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를 각별하게 챙겼다. 국가적으로 진행한 전승절(중국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행사의 마지막 일정으로 김 총비서와의 만찬을 소화하면서 중국이 북한의 '우군'으로 영향력을 미치겠다는 의사를 확인하면서다.
시 주석은 4일 오후 김 총비서와 만찬을 겸한 양자회담을 진행했다. 시 주석은 지난달 31일 개최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와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한 대부분의 정상들과 회담을 가졌는데, 가장 마지막 일정으로 김 총비서를 만난 것이다.
이날 오후까지만 해도 북중 정상회담 소식이 전해지지 않으며 정상회담이 불발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시 주석은 오히려 다른 정상과의 만남과 달리 만찬까지 겸한 극진한 대우를 하며 김 총비서를 더 특별하게 챙기는 모습을 연출했다.
시 주석과 식사를 겸한 정상회담을 한 것은 김 총비서 외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일하다. 전승절 열병식에서 세 정상이 나란히 선 데 이어 시 주석의 '식사 정치'까지 이어지며 김 총비서가 사실상 국빈급 대우를 받은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신화통신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시 주석은 김 총비서에게 "국제 및 지역 문제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공동 이익을 수호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은 북한이 자국의 실정에 맞는 발전 경로를 걷는 것을 변함없이 지지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는 중국이 '남북 두 국가' 정책이나 북러 밀착 등 북한의 새로운 정치외교적 노선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북한의 성공을 위한 협력을 강화한다는 의지를 부각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또 "북중 양국은 운명을 함께하고 서로 돕는 좋은 이웃, 좋은 친구, 좋은 동지"라며 "국제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이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향후 한미, 한미일을 상대로 하는 외교에 있어 중국이 북한과 한 편에 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번 만남으로 북한과 중국의 '혈맹' 관계가 회복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중은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관계가 다소 소원해졌다. 북러가 중국과 '3각 밀착'을 추진한 것에 대한 중국의 반응이 냉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 개시로 전쟁으로 인한 정세 변화 요인이 줄어들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상대로는 강한 압박을, 북한을 상대로는 적극적인 대화 제스처를 보내며 달라진 정세 대응이 필요해진 데 따른 변화로 분석된다.
시 주석이 이번 전승절 행사를 통해 공식적으로는 '3각 밀착'을 부각하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3각 밀착을 '용인'한 모습을 보인 것 역시 이같은 의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시 주석은 김 총비서의 각별한 만찬을 통해 '원래 형님은 러시아가 아닌 나'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3자 관계에서의 우위도 점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에 따라 중국이 북미 대화 진전 시 주도적으로 '중재자'로 나서거나 북한의 우군으로 미국을 같이 압박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한국의 입장에서도 외교적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을 상대로 한층 적극적인 외교가 필요해진 시점이라는 뜻이다.
북한은 러시아에 이어 중국까지 '확실한 우군'으로 삼게 되며 향후 공세적인 외교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10월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도 한미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 외교를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열릴 9차 노동당 대회에서 새로 결정할 북한의 외교 정책에도 전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한미의 유화책에 흔들리지 않아도 정세 대응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한 것이라는 우려 섞인 평가도 나온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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