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전용열차 '태양호', 의식주 해결 가능한 '움직이는 집무실'

방탄·무장 기능까지 갖췄지만…시속 50㎞ '거북이 운행'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전용 열차에서 내리는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6년 만의 방중으로 선택한 교통수단은 이번에도 일명 '태양호'라고 불리는 그의 전용열차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열차는 '김씨 일가'만 탑승할 수 있어 '1호 열차'로 불리며 대외적으로는 태양호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북한 관영 매체인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통신 등에서 이 열차를 태양호라고 부른 전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태양호는 김 총비서가 업무를 볼 수 있는 공간과 통신설비 등이 갖춰져 있어 '움직이는 집무실'로도 불린다. 다만 시속 50~6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속도가 느린 것은 북한의 열악한 선로 상태와 경호 차원에서 각종 방탄으로 겹쌓인 열차의 무게 때문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9년 1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탑승한 것으로 보이는 특별열차가 베이징 역에 도착하는 모습.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지난해 8월 김 총비서가 평안북도 의주군 수해 복구 현장에 방문했을 당시에도 이 열차를 이용했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 등 북한 매체는 그의 전용차 '마이바흐'가 열차 한 칸에 실려있는 모습을 공개했다.

아울러 같은 해 7월 침수 지역 시찰 때에는 열차 내부에서 제8기 제22차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진행하며 내부 회의실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회의실에는 약 20명이 착석할 수 있는 긴 테이블과 함께 방음 처리된 문, 화려한 조명, 전화기까지 마련돼 있었다.

열차 외부는 진녹색으로 창가 하단은 노란색 줄이 그어져 있다. 한 번 이동할 때 선두 점검 열차, 김정은 탑승 열차, 경호원과 지원 물자를 실은 열차 세 대가 같이 움직이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다만 해외 순방 때에는 한 대만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2024년 7월 31일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2차 정치국 비상확대회의가 전용 열차 내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두 번 제외하고 해외 순방 대장정에 모두 전용열차로

김정은 총비서는 2018년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를 찾았을 때와 같은 해 상대적으로 가까운 중국 다롄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을 때, 이 두 차례를 제외하고는 해외 방문 시 모두 열차 편을 이용했다.

김 총비서는 2018년 3월 북중 정상회담을 위해 베이징까지 태양호를 타고 이동했다. 당시 경로는 평양역에서 단둥역을 지나 톈진역을 거쳐 베이징역까지 도착하는 루트였다. 또 2019년 1월 4차 방중 당시에도 태양호에 탑승했다.

지난 2019년 4월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했을 때도 태양호를 이용했는데, 새벽에 평양에서 출발해 같은 날 오후 6시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하기까지 약 20시간이 걸렸다.

또 태양호는 같은 해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 하노이로 이동할 때는 총 60여 시간이 걸리는 대장정을 함께했다. 평양~블라디보스토크, 평양~하노이 구간은 비행기로 각각 1시간, 3~4시간이면 이동할 수 있는데 열차를 이용하면서 20배 가까운 시간을 쓴 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종식 이후 지난 2023년 9월 김 총비서가 처음으로 해외 순방에 나설 때도 이 열차를 탔다. 역대 최장 해외 체류 기간인 5박 6일간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방문 일정에 다수의 경호원을 대동해 주목받기도 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2019년 1월 평양으로 돌아가는 열차에 올라타기에 앞서 중국측 인사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시간 비효율성도 감수…'김씨 일가' 3대째 전용열차

김 총비서가 이처럼 시간적인 비효율성에도 전용열차를 선호하는 것은 전용 열차가 갖고 있는 방탄·무장 기능 때문으로 풀이된다. 태양호는 포탄, 지뢰 등 테러 공격으로부터 견딜 수 있도록 차체 하부에 방탄판을 갖추고 평양과 연락이 용이한 각종 집무실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과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해외를 방문할 때 전용 열차를 주로 이용했다는 점에서 선대의 전통을 잇는다는 의미도 있다는 해석도 있다.

김일성은 베트남과 동유럽 등을 방문할 때 열차를 이용했다. 김정일은 푸틴과의 회담을 위해 2001년 러시아 모스크바를 찾을 때도 열차를 탔다. 당시 이동에만 열흘이 걸렸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열차가 지나는 곳의 밀접한 경호를 받을 수도 있다는 장점도 있다. 반면 항공기의 경우 이륙 이후에는 외부의 추적도 용이하고 사고의 위험도 열차보다 크기 때문에 가급적 이용을 자제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2019년 2월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서 평양행 전용열차에 올라 환송 인파에게 손인사를 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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