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 주애 나타나면 발칵 뒤집힌다…정보 당국 촉각

北 후계자는 中에 '신고식…주애 등장하면 '후계자설' 다시 힘 실려
"북한보다 중국 의중이 중요"…中, 주목도 분산 우려할 수도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 딸 주애.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오는 3일 중국에서 열리는 '전승절'(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기념일) 80주년 행사에 딸 주애를 데려갈 경우 큰 파장이 일 것으로 1일 예상된다.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중국의 지도자에게 자녀를 보여 주는 것은 '후계자 확정'의 근거가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처음 등장한 이후 주애의 활동폭은 계속 넓어지고 있다. 첫 등장 때는 앳된 모습을 피하지 못했던 주애는 갈수록 각종 '1호 의전'도 소화하는 등 외모와 행동 방식 모두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주요 공개행사에서 어머니인 리설주 여사의 역할을 대체하는 듯한 모습마저 보인 바 있다. 그 때문에 정보 당국 역시 주애가 김 총비서의 주요 외교 활동에 동행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9년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리설주 여사와 함께 중국을 방문했을 때 시진핑 국가주석 내외와 찍은 기념사진. 2019.1.10/뉴스1
北 후계자 중국 가면 '차기 지도자' 인증…"리설주 역할만 대신할 수도"

김 총비서는 집권 이후 총 4번 중국을 방문했다. 2018년 3월과 같은 해 5월과 6월, 그리고 2019년 1월 등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비핵화 협상이 활발할 때 중국을 자주 찾아 정세 논의를 했다.

이 중 2018년 5월을 제외하고 3번의 중국 방문에 모두 리설주 여사가 동행했다. 정상 간 외교의 여러 관례와 의전상 부부 동반은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리 여사가 김 총비서와 동행할 가능성이 높지만, 최근 활동 폭을 넓힌 주애의 동행까지 전격적으로 결정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문제는 북한 최고지도자의 자녀가 중국의 최고지도자를 만난다는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니라 사실상의 '후계자 신고식'에 가깝다는 것이다.

북한의 두 번째 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후계자 내정 9년 만인 지난 1983년에서야 중국을 방문해 덩샤오핑을 만나며 북한의 후계자로 중국의 인정을 받았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도 2009년 후계자로 내정된 뒤 2011년에서야 중국을 방문해 '신고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외에 북한 최고지도자의 2세가 집권 전 중국을 찾는 일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주애의 중국 방문이 성사된다면 단순히 외교적 행보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일각에선 북한이 아직 주애를 '후계자'로 내정하지 않았고, 우리 정보 당국 내에서도 주애가 후계자가 아닌 '미래세대'의 상징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는 점에서, 주애가 김 총비서의 중국 방문에 동행해도 필요 이상의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관측도 있다.

또 지난 6월 나진조선소에서 진행된 해군 구축함 강건함 진수기념식과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 준공식에서 주애가 리 여사의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대신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주애가 이번 중국 방문 때도 비슷한 역할을 맡을 뿐 후계자 내정 여부와는 무관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딸 주애가 지난 6월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 준공식에 참석한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중국의 '대국 과시' 주목도 떨어질까…중국 측 부담 커 동행 거절했을 가능성

주애의 외교 관련 행보는 지난 5월 러시아의 전승절(제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 80주년을 맞아 김 총비서와 함께 주북 러시아대사관을 찾은 것이 전부다. 다만 이는 북한이 러시아 측과 공식적인 기념행사를 진행한 것이 아니라 김 총비서의 일종의 '깜짝 방문' 형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주애의 '공식 외교 행보'라고 보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와 무관하게 주애의 정치적 입지가 계속 올라가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주애는 지난 6월 5000톤급 신형 구축함 '강건'호 진수식에서 아버지인 김 총비서보다 한 계단 높이 서 있는 사진이 북한 매체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북한에서 '최고 존엄'인 김 총비서를 내려다보거나 그보다 앞, 혹은 높은 자리에 위치하는 것은 상당한 결례로 여겨지기 때문에, 이러한 구도를 북한 매체들이 그대로 공개한 것을 두고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또 김 총비서의 동생으로 북한의 대외 사안을 총괄하는 김여정 당 부부장이 지난해 8월 신형 전술 탄도미사일 무기체계 인수인계 기념식에서 조카인 주애에게 허리를 숙여 자리를 안내하는 등 깍듯하게 의전한 사례도 있었다.

이러한 정황 때문에 주애의 일거수일투족은 북한의 차기 후계자에 대한 전망과 맞물려 국제사회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주애의 중국 방문이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전승절 80주년이라는 의미 있는 국가 기념일에 세간의 시선이 주애와 북한에게 쏠릴 것을 우려한 중국 측에서 주애의 동행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중국은 이번 전승절을 군 열병식 등을 통해 미국과 1대1로 겨룰 수 있는 '대국'의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와 북한의 정상을 초청한 이유도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 연출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전승절 행사가 자칫 '북한의 후계자 신고식'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을 중국이 달가워할 리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번이 김 총비서의 첫 다자외교 '데뷔'인 만큼, 김 총비서 역시 각국과의 연대에 더 집중하면서 외교적 실리와 성과를 챙기는 데 더 집중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