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러브콜 받자 움직이는 김정은…北 '노선 전환' 가능성 커졌다

과거 한미·남북 정상회담 앞두고 꼭 중국 찾았던 김정은
"9차 노동당 대회 앞두고 새 대외 노선 중국과 논의 목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CCTV 캡쳐) 2019.6.21/뉴스1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 사흘 후인 28일 중국의 '전승절'(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행사에 참석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6년 만에 임하는 북중 정상회담이자, 첫 번째 다자외교 무대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과거 김 총비서가 북미,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전반적인 정세 흐름과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는 점에서, 이번 만남이 북한이 외교의 장에 나올 준비를 하는 차원에서 성사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중국 외교부는 이날 오후 동시 발표 형식으로 김 총비서의 중국 방문 사실을 공개했다. 북중은 김 총비서가 시 주석의 초청에 따라 이번 행사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김 총비서와 시 주석의 정상회담은 지난 2019년 두 차례 이뤄진 뒤 6년 만에 처음이다. 김 총비서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하노이 정상회담을 앞둔 2019년 1월 김 총비서가 중국을 찾았고, 같은 해 6월 시 주석이 평양을 찾았다.

김 총비서의 중국 방문은 한미, 한일 정상회담이 끝난 후 이어진다는 점에서 한미일 밀착에 대한 견제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 우선 제기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중, 북러 정상 간의 '반파쇼'(파시스트) 연대는 한미일 안보 협력에 대한 맞대응 성격을 내포한다"며 "김정은의 전격적인 중국 방문은 러시아, 중국을 통해 한반도 정세 주도권을 잡기 위한 승부수로 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이는 한미, 한미일의 대북 비핵화 압박 공조 무력화 등을 겨냥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맥락에서 김 총비서는 '다자외교'보다는 북중, 북러 등 양자회담과 북중러 3자 회담에 더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은 북러 밀착 국면에서 다소 소원해진 북중관계 회복에 공을 들이며 확실한 우군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북중 당국은 올해 들어 최근 수년 사이 소원해진 관계를 회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3월 보도에서 7년 전인 2018년에 열린 북중 정상회담을 '특기할 사변'이라고 재조명하며 "앞으로도 조중(북중) 친선은 끊임없이 강화·발전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자료사진) 2019.10/뉴스1

다른 한편으로는 김 총비서가 새로운 외교 노선 수립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중국을 찾았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개최할 9차 노동당 대회에서 새로운 외교 정책을 수립할 예정이다.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총비서와의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재차 강조하면서 북한도 이를 의식해 본격적인 새 외교 정책 구상을 위해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에 나서는 것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김 총비서는 2018년 4·27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을 찾았고, 회담 뒤인 5월에 다시 중국을 찾아 시 주석을 만났다. 같은 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일주일 뒤에도 곧바로 베이징을 찾아 재차 정세 평가를 공유하고 대응 전략을 논의하는 등, 과거 김 총비서의 중요한 외교의 뒤에는 항상 중국이 있었다.

시 주석과 김 총비서의 이번 만남에선,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제스처 등 돌발 상황에 대한 대응 방안을 미리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은 중요한 전략적 계기를 앞두고 북중동맹을 많이 활용해 왔다"며 "북한은 새 5개년 계획을 정하는 9차 당 대회를 앞두고 있어 정치적 전략이 매우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단지 한미일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에 간다기보다는 복잡한 정세를 두루 감안한 행보라고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