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풀고 남북 교류하려면…정공법·비공식 외교 모두 활용해야"

"文 정부 개발협력 사업, 제재 현실 충분히 고려 못 해 북측 불신 초래"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대북제재 관련 대외발표 사진. (공동취재) 2024.10.16/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대북제재와 관련한 국제사회의 환경이 달라진 상황에서 남북협력 사업 재개를 위해선 과거에 비해 더 다각적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지선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8일 '남북관계 전환을 위한 제재 대응 전략 로드맵' 보고서에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일부 개발협력 사업들은 제재의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채 구상·제안되었고, 그 결과 북측의 불신과 비난을 초래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향후 남북 대화와 화해의 수단으로 개발협력 사업을 재검토한다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구조라는 근본적인 장벽을 돌파할 수 있는 실행 전략의 수립이 최우선 과제"라며 "대북제재 문제를 신정부 초기에 선제적으로 제기하는 것이 한반도 안보 리스크 관리와 외교적 레버리지 확보를 위한 필수적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대표적으로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은 4·27 판문점 선언과 평양공동선언에서 합의된 이후 남북 공동 현지 조사가 추진됐는데, 공사에 필요한 자재와 장비 반입은 제재 대상(2321호, 2371호, 2397호)에 해당돼 사업 추진에 장애가 됐다고 지적했다.

미국과의 협의 및 안보리 이사국 검토 과정을 거쳐 한 달 만에 제재 면제가 승인되었지만, 문제는 추가 면제나 제재 해제 조치가 뒤따르지 않았고, 공사 및 투자와 관련한 미국의 금융 제재가 겹치며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아울러 농업·보건 협력 사업은 인도적 성격을 띠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약품·비료·의료 장비 등이 이중용도 물자로 분류돼 승인 과정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사례가 빈번했다고 덧붙였다.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 이 부연구위원은 먼저 대북제재의 틀 안에서 대응하는 '정공법'으로 인도주의 예외 규정과 제재 면제 제도를 적극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최근엔 일주일 내로 유엔의 제재 면제 승인 사례가 보고되고 있으며, 유엔 산하기구, 국제적십자, 국제 비영리단체(NGO)의 인도주의 활동은 사전 승인도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제재 면제는 제재 규정에는 저촉되지만 국제 사회가 예외적으로 특정 사업이나 프로젝트를 승인하는 일회성 제도를 말한다. 인도주의 예외 규정과 달리, 상임이사국인 미국, 중국, 러시아의 정치적 고려가 크게 작동하고, 유엔 제재위원회의 심사 후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

이 부연구위원은 '정공법' 외에 접근법으로는 △남남협력(SSC)과 삼각협력의 활용 △비공식·트랙2 외교의 활성화 △신안보·비전통적 협력 분야에서 비정부 차원의 접촉 등을 제안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한국 정부가 직접 나서기보다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 연계해 북한과의 개발협력 경로를 확보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몽골을 비롯해 동남아와 아프리카 국가들과 공동사업을 추진한다면, 이는 유엔과 미국의 제재 면제 가능성을 높이고 정치적 부담도 줄일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향후 제재 완화로 상업성을 갖는 대북 개발협력 사업이 가능해질 경우, 중국과 러시아가 각각 참여하는 삼각협력 모델을 모색할 수 있는 논의의 장도 마련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