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고치고 비핵화 지워라…北이 한국에 원하는 것 두 가지
北,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부속도서' 헌법 조항에 계속 시비
"핵 정책 바뀌려면 세상이 변해야"…'비핵화' 추진 의사도 비난
-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북한은 27일 이재명 대통령의 미국 방문 행보를 저격하며 한국이 '철저한 적대국'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동시에 한국이 헌법을 바꿔 '남북 두 국가' 체제를 인정하고, 비핵화의 의지를 꺾어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북한이 한국에 제기하는 요구 조건이 '헌법 개정과 비핵화 포기', 두 가지로 압축되는 모양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비핵화 망상증에 걸린 위선자의 정체가 드러났다'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이 대통령이 미국 방문 중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초청 연설에서 '비핵화'를 언급한 것을 비난했다.
논평은 이 대통령이 '본색'을 드러낸 것이며, 한국은 '대북 대결 정책'이 국책인 적대국이라고 주장하며 헌법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한국의 헌법에는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버젓이 명기돼 있다"라며 "한국에서 10여 차례 정권이 바뀌었지만 반공화국 기조만은 추호도 변하지 않았다"라는 것이 북한의 주장이다.
북한의 이런 주장은 지난 2023년 12월 '남북 두 국가' 정책을 채택한 이후 지속돼 왔지만, 이재명 정부 출범 후엔 주장의 빈도가 잦고 노골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대외 사안을 총괄하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달 28일 이재명 정부에 대한 첫 입장을 밝히는 담화에서 "조한(조선과 한국) 관계는 동족이라는 개념의 시간대를 이미 완전히 되돌릴 수 없게 벗어났다"라며 새 정부가 '남북 두 국가'를 인정하고 그에 맞는 변화를 줘야 '상대'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부부장의 주장에 이어 이날 논평에서 우리의 헌법 조항을 그대로 인용한 것을 보면, 북한이 원하는 것은 남북을 '특수관계'로 보는 한국의 헌법 및 관련 법을 실질적으로 개정하는 조치로 보인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김여정 담화의 전략적 의도와 우리의 대응'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북한은 우리가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견지해 온 대한민국과는 전혀 다른 대한민국이 될 것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1948년 12월 12일 유엔 총회 결의안 195호에 따라 한국이 한반도에서 유엔의 공식 승인을 받은 유일한 합법적 정부였다는 역사적 사실을 지우려는 의도로 봤다.
러시아와의 밀착을 통해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흔들고, 외교를 통해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음을 알게 된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남한의 간섭' 없이 하나의 국가로 자유롭게 활동하면서 국제질서에서 '새로운 변수'가 되겠다는 의도로도 분석된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의 논평은 북한이 핵보유국을 추구한 이유에 대해서도 "외부로부터의 적대적 위협과 세계 안보 역학 구도의 변천을 정확히 반영한 필연적 선택"이라며 "우리의 핵 정책이 바뀌자면 '세상'이 변해야 하고 '조선반도(한반도)의 정치군사적 환경'이 변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 역시 남북관계의 근본적 변화와 이에 따른 북한의 국제사회에서의 지위 변화가 북한의 목표임을 시사한다.
다만 이같은 요구는 북한이 대화와 협상 등 자신들의 '주도적 결정'을 유도할 수 있는 한국의 선택의 문턱을 상당히 높인 것이기 때문에, 이른 시일 내에 정세나 자신들의 노선이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는 판단과 전제가 깔린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의도적으로 쉽지 않은 '변화의 조건'을 제시해 급박하고 폭이 큰 정세 변화를 피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개최할 5년 만의 노동당 대회(9차) 전까지는 미국 또는 한국의 '전략적 조치'에 따른 불가피한 정세 변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라는 것이다.
김종원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 부연구위원은 "한국에 진보 정권이 들어섰음에도 한미동맹이 강화되고 특히 비핵화를 논의한다는 측면에서, 북한도 일단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오경섭 선임연구위원도 "북한의 여러 조치들은 단기적·일시적 조치가 아니라 장기적·전략적 방침"이라고 짚었다.
youm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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