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돌아온 정동영…험난한 남북관계 확인한 취임 1주일
취임 첫 일정부터 판문점서 대북 제스처…개성공단 폐쇄 첫 '사과'도
한미훈련 조정 불씨 지피고 대북 접촉 제한 줄여…남북관계 돌파 의지 강해
- 최소망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20년 만에 다시 통일부 수장으로 돌아온 지 일주일이 됐다. 그는 판문점에서 직접 북한에 직통전화를 걸고, 한미연합훈련 '조정' 가능성을 언급하며 북측의 호응을 끌어내기 위한 광폭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국가 대 국가', 남북이 '조한관계'(조선과 한국)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거리를 두고 있다. 한국이 전통적인 남북관계의 공식을 버리지 않으면 대화하지 않겠다는 담화를 발표하기도 했다. 정 장관의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는 아직 안갯속이다.
지난 25일, 정 장관은 취임 후 첫 일정으로 판문점을 찾았다. 그는 2023년 4월까지 남북의 상시 연락채널로 사용됐던 직통전화로 북측에 전화를 걸어보기도 했다. 그러나 세 차례의 통화 시도에도 북한의 응답은 없었다.
지난 28일엔 기자들과의 만난 자리에서 이달 중·하순에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의 '조정'을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부처 및 한미 간 협의를 통해 북한이 '북침 훈련'이라고 주장하는 연합훈련의 톤을 조절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통일부 장관이 연합훈련의 조정 문제를 주도적으로 제의하고 나선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민간 교류 확대를 위한 제도 정비도 빠르게 단행했다. 그는 통일부 내부에서 대북 접촉 신고의 수리 거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운영하던 '북한 주민 접촉 신고 처리 지침'을 폐기하면서 그간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됐던 민간의 대북 접촉을 명확하게 신고제로 되돌리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난달 31일엔 정부 고위 당국자로서는 처음으로 개성공단 폐쇄 조치를 사과하는 자리도 가졌다. 첫 통일부 장관 임기 때 개성공단을 열었던 그는 개성공단 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과의 뜻을 표했다. 이는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과 같은 남북 경제협력도 적극 추진하겠다는 뜻을 부각한 것으로 보인다.
일주일 사이 정 장관의 광폭 행보가 이어지는 동안 이재명 정부에 대한 북한의 첫 반응이 나왔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동생인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달 28일과 29일 연이어 대남·대미 메시지를 냈다.
북한은 지난 2023년 새로 수립한 대남 기조인 '국가 대 국가 관계'를 부각하며 남한과의 대화의 여지가 없음을 분명히 했지만, 한편으론 대북 확성기 방송 및 심리전 방송 중단 등 이재명 정부의 대북 조치를 열거하면서 새 정부의 대북정책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특히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신임 통일부 장관 정동영은 실종된 평화의 복귀와 무너진 남북관계의 복원을 운운하면서 강 대 강의 시간을 끝내고 선 대 선, 화해와 협력의 시간을 열어갈 것을 제안했다"라고 언급하며 이를 '나름대로 기울이고 있는 성의 있는 노력'이라 언급하기도 했다.
정 장관도 앞으로의 남북관계 회복에 시간이 걸릴 것임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취임사에서 "대북정책의 핵심은 '인내'"라면서 자신의 첫 임기 때도 남북 간 긴 침묵의 시간이 이어졌지만 10개월 만에 차관급 회담을 여는 등 기다림 끝에 성과를 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20년 전과 달라진 북한의 인식, 한반도 정세, 남북관계를 반영해 정부가 과거의 관계를 복원하기보다는 새로운 틀에서 대북정책을 짜야 한다고 제언한다.
정 장관의 의지,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오는 5일 다시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6월 21일 인천 강화군 석모도에서 발견한 북한 주민의 사체 1구를 5일 오후 3시에 판문점에서 인도하겠다며 남북 연락채널을 통한 북한의 응답을 요청한 상태다. 북한의 '반응'이 있다면, 남북관계 복원에 있어 유의미한 순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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