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외교' 신호 켜졌지만…러·미·중에 '뒷전'으로 밀린 韓

北 김여정, 29~30일 연이은 담화 통해 대남·대미 메시지 발신
러시아와 밀착하고 북미대화 암시한 북한…'한국 패싱' 우려도

(평양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최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한국과 미국을 각각 겨냥한 담화 공세를 이어간 가운데, 이를 통해 현재 한국은 북한의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점이 재확인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과거 한국이 북미 대화의 '가교' 역할을 했던 것과는 달리, 이제는 북미 간 '직통' 가능성이 커진 만큼 북핵 논의에서 한국이 배제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다시 나오고 있다.

김 부부장은 지난 28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재명 정부를 향한 첫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우리 정부가 펼치고 있는 각종 대북 유화책을 두고 "나름대로 성의 있는 노력"이라면서도 남북은 지난 2023년 연말 북한이 선언한 대로 '적대적 두 국가 관계'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튿날인 29일 김 부부장은 미국을 겨냥한 담화를 통해 김정은 총비서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친분'을 인정하며 북미 정상회담을 시사했다. 다만 지난 트럼프 1기 때와는 달리 이제는 미국이 달라진 국제정세 속에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며, 앞으로의 북미 협상은 그간의 비핵화가 아닌 핵 군축 내지는 동결에서 시작될 것임을 강조했다.

김 총비서의 '입' 역할을 하는 김 부부장이 이같은 메시지를 연이어 내놓은 것은 북한이 우선 남북 간 대화에는 선을 긋고, 미국에는 핵 협상 시그널을 보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현재 북한의 대외노선에서 우선순위는 러시아·중국·미국에 있기 때문에 당분간 남북 간 대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선 북한은 러시아와 지난해 6월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하고 '혈맹 수준'의 군사적·경제적 밀착 관계를 형성했다. 이후 북한은 자국 전투부대를 러시아에 파병하는 유례없는 결단까지 내리면서, 그 반대급부로 러시아로부터 각종 군사 무기를 지원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북중관계는 과거에 비해 다소 소원해졌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여전히 중국은 같은 사회주의 국가로서 북한의 주요 우방국 중 하나이며 무엇보다도 경제적으로 가장 중요한 파트너다. 또한 올해 들어서는 양국 간 우호조약 체결 기념행사를 평양과 베이징에서 성대하게 하는 등 관계 회복 조짐이 보인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출처=조선중앙TV 갈무리) 2022.8.11/뉴스1
7년 전과 달리 손에 쥔 것 많아진 北… 전문가 "韓, 북미대화 전개부터 살펴야"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전부터 줄곧 김 총비서와의 브로맨스를 언급하며 양국 정상끼리 만나 협상하자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특히 그는 취임 이후엔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라고 수차례 언급하며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북한을 대화 테이블에 불러낼 만큼의 '확실한 협상 카드'가 없는 상태다. 특히 더 이상 남북관계에서 얻을 것이 없다는 판단하에 지난 2023년 연말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선언한 북한의 태도를 돌리기 위해서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접근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 부부장은 지난 28일 담화에서 북한을 향한 한국 정부의 움직임에 대한 관심을 일부 표하면서도, 한국이 대북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함을 거듭 요구했다. 이는 한국이 자신들을 남북관계가 아닌 '독립적인 국가'로 대해야만 대화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읽히는데,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쉽게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인 셈이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지난 2018년에서 2019년 남북 대화가 진행됐을 때와 비교하면 지금 북한은 더 가진 게 많은 상황"이라며 "현재 북한은 러시아, 미국과 직접 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과거와 비슷한 수준의 협상안으로 접근한다면 북한은 굳이 대화 테이블에 나올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우선은 북미대화 전개 양상을 지켜보며 그 과정에서 한국이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남북 간 대화 모멘텀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김진하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북미대화 수요가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아직은 양측도 서로의 카드를 탐색하는 단계기 때문에 당장 진전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미국과 관세, 방위비 분담금 등 여러 사안을 종합적으로 논의하는 과정에서 북미대화 문제도 함께 협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plus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