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에 주어진 시간 D-150…'두 국가'냐 관계 복원이냐

북한, 새로운 5개년 국정 계획 발표할 9차 노동당 대회 연말연초에 개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2023.9.13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이재명 정부가 내민 유화 제스처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북한이 첫 입장을 내놨다.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에 관심이 없자며 '따로 살자'는 주장을 펼쳤지만, 일단 반응을 보인 것은 올해 말 혹은 내년 초에 개최될 것으로 예상되는 9차 노동당 대회에서의 대외정책 수립에 한국을 염두에 두겠다는 취지로도 해석된다.

남북이 북한의 주장대로 '두 국가'로 살게 될지,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남북관계 복원'에 성공할지는 9차 당 대회까지 남은 150여일의 기간 동안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29일 제기된다.

정부, 유화 제스처 지속했지만…김여정 "몇 마디 말로 뒤집을 수 없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전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조한관계는 동족이라는 개념의 시간대를 완전히 벗어났다'라는 제목의 담화를 발표했다. '조한관계'는 조선과 한국이라는 뜻으로, 북한은 작년부터 이같은 표현을 남북관계를 대체하는 표현으로 공식 담화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는 지난해 초 북한이 선언한 '적대적 두 국가' 규정을 반영한 표현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 2023년 12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에서 민족과 통일의 개념을 빼는 '두 국가' 관계로 가져가겠다는 결정을 내렸는데, 이번 담화에서도 김 부부장은 "조한관계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은 역사의 시계초침은 되돌릴 수 없다"라며 이재명 정부가 자신들의 기조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이 말하는 '두 국가'가 아닌, 민족과 통일의 개념을 전제로 한 전통적인 남북관계에 기반을 두고 추진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 대북전단 살포를 통제하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 데 이어 국가정보원이 운영하던 대북 심리전 방송도 중단하는 등 대화를 염두에 둔 긴장 완화 조치를 꾸준히 취해 왔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전날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올해 8월 진행되는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를 '조정'할 것을 이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훈련의 수위를 낮춰 북한에게 또 유화 제스처를 보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김 부부장은 "지난 시기 일방적으로 우리 국가를 주적으로 선포하고 극단의 대결 분위기를 고취하던 한국이 이제 와서 감상적인 말 몇 마디로 뒤집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면 그 이상 엄청난 오산은 없을 것"이라며 '의구심'을 거두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말과 행동에 미묘한 차이는 있어…9차 당 대회까지 변곡점 있을까

'이재명 정부에 관심 없다'는 말을 던진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와 달리 최근 북한은 새 정부를 의식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달 열린 상반기 결산 노동당 전원회의에 참석해 연설했지만, 북한은 대외정책과 관련한 전원회의의 논의 및 김 총비서의 연설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이 최고지도자의 연설 내용을 비공개한 것은 이례적인 행보로 해석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때 진행한 5000톤급 신형 구축함 건조식 때는 한미를 향해 비난을 가했던 북한이,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진행한 구축함 건조식 때는 비난을 절제한 것도 주목할 만한 동향이었다. 6·25한국전쟁 발발일부터 이달 27일 정전협정체결일까지 한 달간 진행된 '반미 공동투쟁 월간'에도 북한은 도발적 행동을 자제했다.

또 북한은 김 부부장의 담화 내용을 주민들에게는 공개하지 않았는데, 이는 아직 이재명 정부와의 남북관계의 '최종 결론'을 내진 않았음을 시사한다. 내부적으로는 아직 남북관계와 관련한 당국의 판단을 알릴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김 부부장의 담화가 남북관계와 관련한 '전면적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 아니라 '새로운 관계 수립이 필요하다'는 압박성 메시지로 보는 시각도 있다. '두 국가 관계 설정'이 북한의 최대 요구사항이라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전통적인 남북관계 복원을 추진하는 만큼, 9차 당 대회 때까지 남은 기간 북한이 움직일 카드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남북이 사실상 따로 사는, 불통의 심화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정부가 북미 대화를 '견인'하거나 북한을 움직을 제3의 카드를 마련할 수 있다면, 북한이 9차 당 대회를 계기로 대남 기조에 변화를 줄 가능성도 제기된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