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관계부로 바꿔야…관계 중심적 패러다임 구축 필요"

[통일부 이름 바뀔까]③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인터뷰
통일부는 '결과론적·단선적' 이름…과거 조명하고·현재 인식해·미래를 제시해야

편집자주 ...통일부는 그간 정권 변화나 남북관계의 부침에 따라 그 위상과 역할의 진폭이 심했다. 최근에는 변화된 정세에 따라 통일부의 이름에서 '통일'을 빼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통일부의 역사와 함께, 통일부의 명칭 변경에 대한 찬성, 반대 주장과 그 논리를 짚어본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가 서울 종로구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2025.7.12/뉴스1 ⓒ News1 최소망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통일부라는 명칭을 바꾸느냐, 마느냐 하는 '찬반' 논쟁 차원을 넘어 통일에 대한 정책적 공감대와공적 담론을 형성하는 과정을 겪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통일부 명칭 변경의 후보로는 '한반도평화부', '남북협력부', '평화협력부', '남북관계부'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뉴스1과 만나 만약 통일부의 명칭 변경이 불가피하다면 가장 적당한 이름은 '한반도관계부'일 것이라고 짚었다.

김 교수는 통일을 지향하는 부처의 이름을 바꾸는 것은 단순한 명칭 변경을 넘어서 남북관계를 '목표 중심적'이 아닌 '관계 중심적'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과정과 맞물려 진행돼야 한다고 봤다.

그가 남한과 북한을 진영으로 가르는 '남북'의 명칭이 부처명에 들어가는 것을 피하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단어인 '한반도'가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통일부 명칭 변경 논쟁에 대한 의견은.

▶이 사안은 단순한 이름을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인식과 한반도 정책의 철학과 내용, 정책 주체로서의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문제다. 전환기적인 상황 속에서 통일이라는 '목표 중심적인', 소위 '단선적인' 개념과 사고가 아닌 '관계 중심적인' 개념과 사고로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을 전환·구축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찬성과 반대 중 하나를 명확하게 선택한다면 어느 쪽인가.

▶이분법적인 찬성과 반대 문제로 접근하고 싶진 않다. 단순한 명칭 변경의 문제라면 나도 동의하기 어렵다. 현재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인식에 따라 한반도 정책과 철학, 그리고 우리의 정체성을 어떻게 설계·정립할 것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돼야 한다. 정책적 공감대와 공적 담론 형성의 첫걸음으로 이 작업이 진행돼야 하는 것이지, 찬성인지 반대인지를 부각해서 따질 문제는 아니다.

-통일부의 이름을 바꾸면 북한의 '남북 두 국가론'에 동조하거나 통일을 포기하기는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 통일이라는 단어를 부처 이름에 쓰지 않는다고 북한의 주장을 동조하거나 정당화하는 것도 아니고, 남겨둔다고 통일이 가까워지지는 것도 아니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관리하며 통일 지향성을 유지하고자 부처 이름에 통일이라는 단어 사용을 고민하자는 것이다. 명칭 변경에 대한 논의는 통일을 위한 길을 열기 위한 과정이지, 북한 주장에 동조하거나 통일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평화'라는 단어를 부처 이름에 사용하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안다. 이유는 무엇일까.

▶평화라는 단어는 가치가 크고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정책적 실천보다 선언적 의미로 소모될 수 있다. '평화부' 같은 부처 이름을 만들면 오히려 평화의 본질을 희석시키고, 정책 방향을 모호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 평화를 목표로 삼는 철학은 분명하고 중요하지만, 부처 이름으로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가 서울 종로구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2025.7.12/뉴스1 ⓒ News1 최소망 기자

-'남북관계'나 '남북 협력'을 넣는 것은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나.

▶남북관계라는 단어는 남과 북을 고정된 양 진영으로 가르는, 결국 남북을 서로 다른 정체성을 가진 존재임을 암묵적으로 전제한다고 본다. 갈라진 두 진영을 부각하면 자칫 북한에서 얘기하는 '두 국가, '투 코리아'(Two Korea)를 정책 추진의 전제로 삼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교류와 협력은 남북관계의 중요한 수단이자 정책적 도구로 한반도 정책의 정체성과 철학을 모두 담아내기엔 한계가 있다. 교류·협력이라는 표현을 부처명에 넣는 것은 부처 역할이 단순한 행사 주관이나 사업 집행 수준으로 축소되는 인상을 줄 것이다.

-한반도관계부라는 것이 '통일'이나 남북 협력, 관계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이름이라는 것인가.

▶통일이라는 것은 결과 지향적이며, 하나의 정적인 형태를 목표로 담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상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반도 관계라는 것은 '과정 중심적인 단계'로 동태적이며 결국 통일이라는 목적으로 가는 길을 포용하고 상호작용적 측면에서 관계를 담을 수 있다. 통일을 전제로 한 관계가 아닌 관계를 통해 통일로 접근하기 위한 방식인 셈이다. 통일부에서 통일을 빼는 게 통일을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통일에 접근하기 위한 관계 중심적인 '패러다임'을 구축하겠다는 뜻이다.

그리고 한반도는 정전체제 하의 과거를 포함해 현재, 미래까지 다층적·복합적 관계를 포함할 수 있는 단어다. 한반도는 남북뿐 아니라 정부 간, 민간 간, 주변국 간 관계를 다 포함한 것이다. 최종적으로 한반도, 결국 '하나의 반도', '하나의 국가'라는 개념을 암묵적으로 포함해 통일 지향성과도 부합한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가 서울 종로구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7.12/뉴스1 ⓒ News1 최소망 기자

-유엔 등에서 외교부가 북한을 상대해 온 영역도 있는데, '한반도관계부'의 포괄적 역할과 외교부의 기능이 일부 겹치지 않을까.

▶물론이다. 한반도관계부로 이름을 바꾸면 통일부와 외교부의 업무분장이 복잡해질 수 있다. 특히 한반도 관계가 포괄하는 참여자의 확장으로 정책적 혼선과 기관 간 갈등이 생길 가능성이 있어 내부적으로는 역할을 재정립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과거 서독이 '전독부'(연방전독일문제부)를 '내독부'(연방양독일관계부)로 이름을 바꾼 것이 하나의 롤모델일까.

▶전독부가 내독부로 개편된 것은 동독을 '괴뢰'에서 정식 국가로 인정하는 토대 위에서 동서독관계부를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었다. 참고할 만한 사례이긴 하지만 한반도관계부가 독일의 방식을 단순히 모방할 수는 없다. 내독부도 한반도관계부의 개념처럼 '관계적 접근'이라는 철학을 반영했지만, 남북관계의 법적·정치적 현실은 독일과 달라 보다 신중한 논의 과정과 깊은 공감대 형성이 병행돼야 한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