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 만에 등장한 리설주…그러나 포커스는 '주애'에 쏠렸다

새 해안관광지구 준공식에 등장…남편, 딸 주변에 머무르며 비켜선 모습
'백두혈통' 부각한 北 매체 보도…주애 '후계자설' 강화될 듯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6일 "세계를 앞서나가려는 우리 인민의 애국적 열정을 배가해주는 긍지스럽고 고무적인 창조물인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준공식이 6월 24일에 성대히 진행됐다"라고 보도했다. 행사에는 리설주 여사와 딸 주애가 동행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김정은 북한 총비서의 부인 리설주 여사가 약 1년 반 만에 공개석상에 등장했다. 그런데 북한 매체들은 '퍼스트레이디'인 리 여사보다 '백두혈통'인 그의 딸 주애의 모습을 더 부각하는 연출에 집중했다. 주애의 입지가 심상치 않다는 관측이 다시 제기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6일 북한 동해안의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 준공식이 열렸다고 보도했다. 김 총비서, 리 여사, 주애는 나란히 이 행사에 참석했다.

신문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주애는 아버지인 김 총비서 옆에서 최고지도자급 의전을 받으며 행사를 소화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 김 총비서와 딸 주애가 나란히 선 사진은 여러 장 공개됐지만, 김 총비서 부부의 사진이나 김 총비서 없이 모녀만 따로 담긴 사진은 없었다.

특히 김 총비서가 준공테이프를 끊을 때 주애는 바로 옆에 섰지만, 리 여사는 마치 가족이 아닌 수행원처럼 멀찍이 떨어져 서서 손뼉만 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이 사진은 노동신문의 1면 첫 사진으로 실렸다.

북한은 매체의 보도사진이나 영상 등으로 주민들과 외부세계에 주요 인사들의 정치적 위상 변화의 '힌트'를 표출하곤 했다. 처형되거나 실각한 고위간부들이 과거 보도에서 편집되는 것이 그 사례다.

이런 맥락에서 1면 첫 사진에 담긴 주애와 엄마 리 여사의 모습은 주민들에게 주애의 위상을 부각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애는 김 총비서의 공개활동에서 성숙한 모습으로 의전을 받는 등 퍼스트레이디인 리 여사의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리 여사와 주애가 동시에 공개석상에 나타났음에도 주애에 초점이 맞춰진 의전과 보도가 이뤄진 것이다.

과거 세 사람이 함께 공개활동을 할 때도 리 여사가 아닌 '백두혈통' 주애가 김 총비서 옆에 서곤 했다. 다만 당시 북한 매체들은 세 사람을 '가족'의 모습으로 묘사하는 연출에 주력했다.

비슷하지만 달라진 리 여사와 주애의 공개활동 및 북한 매체의 보도 방식을 계기로 주애가 후계자로 내정됐다는 주장에 다시 힘이 실릴 가능성이 있다. 노동신문은 지난 13일 5000톤급 신형 구축함 진수식 보도에선 주애가 김 총비서보다 한 계단 높은 곳에 선 채 찍힌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6일 "세계를 앞서나가려는 우리 인민의 애국적 열정을 배가해주는 긍지스럽고 고무적인 창조물인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준공식이 6월 24일에 성대히 진행됐다"라고 보도했다. 행사에는 리설주 여사와 딸 주애가 동행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올해 들어 주애의 활동 폭도 넓어지고 있다. 지난달 9일 러시아의 2차 세계대전 '전승절'을 맞아 김 총비서 부녀는 주북 러시아대사관을 찾았는데, 이는 주애가 외교무대에 등장한 첫 사례였다.

아울러 지난 4월 '화성지구 3단계 1만 세대 살림집 준공식' 행사에서는 주민들과 직접 악수하고 귓속말을 건네는 등 민생 관련 이슈에서도 적극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모습을 보였다. 김 총비서 뒤를 따르는 것뿐만 아니라 주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그들에게 '존경'을 받는 듯한 모습도 처음으로 연출됐다.

이런 모습들은 주애가 누군가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 아닌 김 총비서와 비슷한 지도자급 예우를 받는 정치적 입지가 확보된 데 따른 것이라는 해석으로 연결된다.

다만 주애가 아직 후계자로 공식 내정된 것이 아니라 미래세대와 백두혈통, 즉 체제의 영속성을 상징하는 존재라는 분석도 여전하다. 최고지도자의 자녀가 이른 나이에 공개활동에 나선 전례가 없는만큼, 지금 나타나는 모습만으로 해석의 범위를 필요 이상으로 넓힐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