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없는' 이란이 반면교사…북한의 핵 집착 더 커진다
북한, 최대 50기 핵탄두 보유 추정…반격 역량 강화 예상
'협상하다 폭격'…美 불신에 비핵화 대화에서 멀어질 가능성 커져
-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미국의 이란 핵 시설 공습을 본 북한은 향후 비슷한 상황이 자신들에게도 닥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반격 능력'에 초점을 맞춘 핵무기 생산 및 핵 능력 강화에 더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23일 나온다.
미국은 전날인 22일 포르도와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이란의 핵 시설 3곳을 GBU-57 벙커버스터 미사일 등으로 공격했다. 이란 이슬람공화국이 수립된 1979년 이후 이란 본토에 대한 미국의 첫 군사 공격이다.
미국은 이란의 핵 시설을 비교적 정확하게 폭격했고, 작전은 은밀하게 진행됐다. 그 때문에 미국이 북한의 핵 시설 폭격 시나리오도 이미 세웠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의 핵 개발 거점은 영변으로, 이곳에는 5MWe급 원자로 등 다양한 핵 원료 제조 시설이 집중돼 있다. 또 평양 인근 강선 지역에도 고농축우라늄(HEU) 제조시설 등을 갖춘 제2의 핵 개발 거점이 조성돼 있다. 이 밖에도 핵미사일 생산 기지는 여러 곳에 산개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란 폭격이 가능했던 핵심적인 이유 중 하나로 이란의 핵무기 미보유를 꼽고 있다. 이란이 보복 차원에서 미국의 자산 혹은 이스라엘 등 주변의 미국 동맹국을 상대로 핵무기 공격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대규모 공습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북한에 대해서는 이란과 비슷한 방식의 작전을 구사하진 못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를 완벽하게 차단하지 못한다면, 북한이 보복 조치로 미국 본토를 노린 공격을 감행하거나 미국의 동맹인 한국, 일본에게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6차례 핵실험을 단행한 북한은 최대 50기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단기간 내에 추가 핵탄두 제작이 가능한 핵 물질도 상당량을 보유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상당량의 핵 물질을 보유한 북한이 은폐용으로 한미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은밀한 시설을 운용 중일 가능성도 있다. 종합하면 한미가 북한의 핵미사일 반격 능력을 완벽히 통제한다는 보장을 할 수 없는 게 현재의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란의 상황을 본 북한도 비슷한 계산을 할 공산이 크다. 그 때문에 북한은 지속적으로 핵무기 생산 및 실전배치를 늘리고, 반격 능력 강화에 더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선제공격 능력 강화도 예의주시해야 할 부분이다. 북한은 지난 2022년 9월 채택한 '핵 무력 정책에 대한 법령'에 '적의 위협 증가' 등 자의적 판단에 따라 핵무기의 선제적 사용이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이번 중동 사태처럼 긴장이 극도로 고조되면 먼저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위협의 강도를 높인 셈이다.
북한이 핵 능력을 고도화하면 할수록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북 협상 전략의 수정은 불가피해진다. 일각에선 '북한의 비핵화'라는 용어의 유효기한이 끝났다고 보기도 한다.
여기에 이란과의 핵 협상 도중 이란을 폭격한 미국에 대한 북한의 불신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 합의(JCPOA)를 파기와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 등을 경험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더 이상 미국을 평화적 협상의 상대로 여기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한동안 체제 생존과 핵무기 개발을 최우선으로 삼는 기존 정책의 정당성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반서방 연대, 특히 러시아·중국 중심의 군사적 협력을 확대하고, 남북 대화와 미국과의 협상에 회의적인 태도를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youm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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