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전단·확성기 중단…다음 '긴장 완화 조치'는 연락채널 복구

남북 간 공식 채널 모두 단절 상태…우발 상황 관리에 필요
대통령실이 직접 공식 제안 가능성도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 우리측 초소에 설치된 대북확성기. 2024.7.21/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 1년 만에 중지한 뒤 북한도 12일 대남 확성기 방송(소음 방송)을 중지하며 남북 접경지의 긴장이 낮아지고 있다. 정부는 민간단체에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요청한 데 이어 확성기 방송을 멈추며 순차적으로 '긴장 완화' 조치를 취하고 있고 북한도 일면 호응하는 모양새다.

정부는 다음 긴장 완화 조치로 남북 간 연락채널을 복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간 상시 통신선인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채널, 동·서해 군 통신선은 지난 2023년 4월 중단된 이후 지금까지 단절된 상태다.

정부, 곧 공식 제안 가능성…北 호응 여부는 미지수

통일부가 담당하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채널은 북한이 지난 2020년 개성공단 내의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뒤엔 판문점을 통해 가동됐다. 남북은 하루 두 번, 업무 개시 및 종료 통화를 하도록 돼 있는데 북한은 지난 2023년 4월 7일 이후 우리 측의 통화 시도에 응하지 않고 있다.

국방부에서 담당하는 동·서해에서 각각 운영하는 남북 군 통신선도 마찬가지로 2023년 4월 7일 이후 중단됐다. 연락사무소와 군 채널은 남북이 접경지 및 해상에서의 우발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소통하기 위한 창구인데, 2년 넘게 가동되지 않으며 우발적 상황이 생겼을 때 서로가 '오판'할 수 있는 위험성이 커진 상황이다.

북한은 올해 3월과 5월 해상에서 표류하다 우리 측 해역에서 구조된 북한 주민들의 송환을 위한 소통 시도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다음 긴장 완화 조치로 9·19 남북 군사합의 효력 중지 해제와 남북 간 연락채널 복구 시도 중 하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상시 연락채널 복구가 우발 상황 관리 방법이 생긴다는 점, 남북 간 매일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 효과적인 긴장 완화 조치로 지목하고 있다.

다만 연락채널 복구는 확성기 방송처럼 북한의 호응이 있어야만 가능한 부분이다. 그 때문에 대통령실이 직접 북한에 복구 제안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남북 적대적 두 국가론'을 선언한 뒤 남한을 노골적으로 비난하거나 혹은 무시해 온 북한의 빠른 호응 가능성이 높진 않지만, 정부는 '선제적 제안'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의 취지를 부각하고 북한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명분'이 될 것이라는 차원에서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 파주시 판문점에서 남, 북한 군인들이 근무하고 있다. 2024.4.16/뉴스1 ⓒ News1 청사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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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는 이날 북한의 대남 소음 방송 중지 조치가 우리 측의 조치에 '호응'한 것이라고 평가했지만, 아직 신중하게 상황을 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북한의 대남 소음 방송 중지가 '관계 회복'을 위한 포석인지, 방송의 필요성이 사라진 데 따른 '실용적' 조치인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2023년 말 직접 나서 '적대적 두 국가론'을 새 대남 기조로 선언하고 헌법에 반영하겠다는 계획까지 밝혔기 때문에, 북한이 우리 측의 조치에 따라 갑작스럽게 기조를 바꾸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 총비서는 지난해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헌법 개정과 관련해 "대한민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으로 확고히 간주하도록 교육교양사업을 강화한다는 것을 해당 조문에 명기하는 것이 옳다"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북한의 헌법 개정 사실이 공식 확인된 적은 없다.

북한은 지난해 1월 남측과의 교류협력을 위해 만든 민족화해협의회, 금강산국제관광국 등 대남기구 7개를 폐지하고, 3월에는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을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또 같은 해 10월에는 경의선·동해선 도로와 철로를 폭파하고 군사분계선(MDL) 일부 지역에 방벽·철책을 설치하는 등 고강도 단절 조치를 지속해 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북한의 즉각적인 대남 소음 방송 중지 조치가 새 정부의 조치에 호응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관계의 헌법화 속에서, 또 러시아와의 밀착에 '올인'하는 상황에서 남북관계 복원에 많은 시간과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