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팔 1순위였는데…김정은, 아사드 몰락 이후 시리아와 관계 '뚝'

아사드 퇴진 후 연하장·축전에 시리아 언급 없어
쿠바 이어 핵심 우방 또 한국과 수교 추진…이중 타격 불가피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정부가 시리아와의 수교를 본격 검토한다고 밝힌 가운데 시리아와 오랜 우방이었던 북한은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정권의 몰락 이후 시리아와의 관계가 단절된 것으로 보인다.

12일 북한 관영매체가 공개한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올해 들어 시리아와 단 한 건의 서한도 주고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총비서는 지난달 러시아, 중국, 베트남, 몽골,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인도네시아, 벨라루스, 세르비아, 알제리, 인도 정상과 연하장을 주고받았다. 또 최근에는 선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2월 16일) 83주년을 앞두고 각국에서 김 총비서에게 축전을 보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데, 시리아는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이는 과거 시리아가 연하장은 물론 정치 기념일, 자연재해 등을 계기로 김 총비서와 수시로 서한을 주고받은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특히 아사드 대통령은 지난 2022년부터 지난해 1분기까지 김 총비서와 34차례 서신을 교환하는 등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보다 더 자주 소통하며 김 총비서의 1순위 '펜팔'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김 총비서가 마지막으로 아사드 대통령과 서한을 주고받은 것은 지난해 11월 말로 파악된다. 김 총비서는 11월 16일 시리아의 시정운동 54돌을 맞아 축전을 보냈고, 같은달 22일 아사드 대통령이 답전을 보내 사의를 표했다.

아사드 정권이 지난해 12월 8일 붕괴한 것을 고려하면 북한이 새로 들어선 시리아의 과도정부와 현재까지 이렇다 할 외교관계를 맺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현재 시리아에 들어선 이슬람 수니파 무장조직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 샴(HTS)의 과도정부는 과거 우방국인 북한, 러시아와는 거리를 두겠다는 기조인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다시 관계를 맺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시리아에 주재하던 북한 외교관들도 아사드 대통령 축출 직후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복귀 여부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2018년 12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만난 리용호 당시 북한 외무상.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북한 입장에서는 아사드 정권 퇴진으로 수십년간 공들여 쌓아온 외교관계가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결말을 맞았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타격이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또 하나의 세습 독재 정권이 무너지면서 김 총비서 개인에게도 충격적인 사안이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같은 우방국이 시리아 정권 붕괴를 막기 위한 지원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러시아에 크게 의존하는 김 총비서에게 뼈에 새길 '교훈'이 됐을 것이라 얘기한다.

여기에 한국이 시리아와 수교를 본격 검토하기로 하면서 북한의 외교적 고립이 심화되는 것은 물론 체제 경쟁에서 또 한 번 실패를 봤다는 점에서 이중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지난해 2월 북한의 형제국인 쿠바와 공식 수교를 맺었고 북한은 주쿠바 대사를 교체하면서 불쾌감을 표시했다.

yeh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