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뜻미지근한' 북중…러시아에 집중하는 北, '당기지 않는' 中

北 항저우에 고위급 대표단 아닌 체육상 보내…거리가 있는 '밀착'
왕이 방러·푸틴 방중 등 中은 대 러시아 대화에 집중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하는 모습. 2023.09.13.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이설 기자 = 북한과 러시아 간 밀착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또 다른 '혈맹국'인 중국은 러시아를 먼저 챙기며 북한과는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 계속해서 포착되고 있다.

북한은 오는 23일 개막하는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김일국 체육상(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을 파견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북중이 고위급 대화를 재개할 것이란 관측도 있었으나 북한은 김정은 총비서의 최측근인 김여정 당 부부장이나 권력서열이 높은 다른 간부 대신 체육 전문가인 김 체육상을 단장으로 보내면서 정치적 대화보다는 스포츠 대회 참가의 의미를 부각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북한이 폐막 전까지 추가로 '특사단' 성격의 대표단을 파견할 수도 있지만, 러시아와 비교했을 때 중국과의 교류에서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북한은 지난 7월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체결일) 때도 중러 대표단을 모두 초청했지만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을 단장으로 한 러시아 대표단을 더 극진히 대접하는 듯 보였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쇼이구 장관을 직접 '무장장비전시회'에 데려가 '무기 세일즈'를 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지만 중국과는 관례적인 연회나 담화 등만 진행했다.

여기에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주 5박6일 일정으로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고 러시아의 전투기, 태평양함대 등을 둘러보는 등 정치 군사적 밀착 수준을 더 강화했다.

북한 외국문출판사가 12일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화보 '대외관계 발전의 새 시대를 펼치시어'. 김 위원장이 2018년 3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는 모습이 실려있다.(외국문출판사 화보 캡처) 2021.5.12/뉴스1

이같은 북러 간 밀착에 중국은 별다른 평가는 하지 않았지만, 지난 18일(현지시간) 왕이 외교부장을 러시아로 보내면서 상황을 파악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0일 왕이 부장을 만나 내달 중국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정상포럼'에 참석해달라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을 수락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하는 등 중국은 북러 정상회담을 전후로 북한보다 러시아를 더 챙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북러 정상회담으로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냉전 구도가 심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 가운데, 이 '심화'의 키를 쥐고 있는 중국은 여전히 북러의 밀착에 적극 동참하지 않으면서 관망하는 듯한 모습이다.

중국이 아시안게임에 고위급 대표단을 보내겠다는 북한의 제안을 '정세를 고려해' 거절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이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북한의 정치적 '돌출행동'에 지나치게 동조하는 모습을 연출하지 않기 위해서다. 일각에선 북한이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할 가능성까지 제기했으나 현재로서는 유의미한 대화가 전개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중국 입장에선 스포츠 행사인 아시안게임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게 가장 중요한 목표"라며 "북한과의 밀착이나 안보 논의에 시선이 쏠리는 걸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의 표면적 상황 자체로 북중관계의 변화를 섣불리 진단해선 안된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도 신냉전 구도를 조금 더 끌고가는 것이 필요하고, 다만 '대국'으로서 국제사회의 명분도 중시 여겨야 하는 중국의 입장이 반영된 행보라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위험하다'라는 평가를 받는 북한과 러시아의 행동에 적극 동조하진 않되, 푸틴의 중국 방문을 성사시키는 등 북중러 밀착의 '대장'은 여전히 중국임을 은연 중에 보여 주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sseo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