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현의 북한읽기] 조선노동당 8차대회 개정 당 규약을 어떻게 볼 것인가

편집자주 ...뉴스1이 북한 전문가 정창현 머니투데이미디어 평화경제연구소 소장의 글을 연재한다. [정창현의 북한읽기]는 북한 정치·군사·사회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함께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북한 수뇌부에 대한 '리더십 해석'을 통해 반 발짝 앞서 북한의 변화를 읽어낸다. 정창현 소장은 서울대 대학원(국사학과)을 마치고 중앙일보 현대사연구소 전문기자를 거쳐 국민대·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국가기록원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지난 1월5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된 북한 노동당 제8차 대회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정창현 머니투데이미디어 평화경제연구소장 = 북한은 지난 1월 5일부터 12일까지 8일간 조선노동당 8차당대회를 진행했고, 이 기간에 당 규약을 대폭 개정(수정과 보충)했다. 개정 방향과 관련해 김정은 위원장은 8차당대회 개회사에서 "당 규약에서 지난 시기의 낡은 것, 남의 것을 기계적으로 답습하여 현실과 맞지 않았던 문제들을 혁명발전의 요구와 주체적 당건설원리에 맞게 바로잡기 위한 심도있는 연구를 진행"하였다고 밝혔다.

여기서 '낡은 것'은 1980년 6차 당대회에서 채택된 이후 40년간 변화된 정세를 반영하지 못한 규정들을, '발전의 요구'는 향후 당 운영과 관련된 것을 의미한다.

당 규약은 크게 '서문', 제1장 당원(제1조-10조), 제2장 당의 조직원칙과 조직구조(제11조-21조), 제3장 당의 중앙조직(제22조-32조), 제4장 당의 도,시,군조직(제33조-40조), 제5장 당의 기층조직(제41조-46조), 제6장 인민군안의 당조직(제47조-52조), 제7장 당과 인민정권(제53조-55조), 제8장 당과 근로단체(제56조-58조), 제9장 당마크, 당기(제59조-60조)로 나눠져 있다.

그중 8차당대회에서는 '서문'과 '중앙조직' 항목에서 사회주의기본정치방식과 '당면목적'이 새로 규정되고, 당의 조직형식과 활동규범들이 일부 수정 보충되었다.

8차당대회에서 수정 보충되어 채택된 당 규약(이하 8차당대회 규약)의 내용(특히 서문과 당의 중앙조직)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왔고, 몇 가지 쟁점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평가를 내놓고 있다.

8차당대회 규약을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서는 역사주의적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7차당대회 규약과의 비교뿐만 아니라, 1960-70년대 조선노동당의 체계화 과정, 지난 10여 년간(2009년부터 2020년까지)의 국내 정치와 대외환경의 변화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또한 문구나 조항의 내용이 현실 정치, 당의 실제운영 등과 어떻게 연계되어 있는지도 꼼꼼히 분석돼야 할 것이다.

1)영도와 지도의 분리?

8차당대회 규약에서 우선 눈에 띠는 대목은 총론에 해당하는 서문에서 주어가 "위대한 김일성 동지는", "위대한 김정일 동지는",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는"으로 시작하는 서술이 모두 빠졌다.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지칭할 때 빼고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조선로동당은 위대한 수령을 영원히 모시고" 등 몇 대목에서 실명 없이 '수령'으로 지칭될 뿐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아예 빠진 채 '수반'(수반=당 총비서)으로만 명기됐다. 3대에 걸친 최고지도자의 업적에 관한 규정이 삭제된 것이다. 7차당대회 당규약에서는 김일성이 44차례, 김정일이 40차례, 김정은이 15차례 언급됐었다. 유훈’이란 단어도 사라졌다.

특히 "경애하는 김정은동지를 중심으로 하는 당과 군대와 인민의 일심단결을 백방으로 강화하고 그 위력을 높이 발양시켜 나간다"는 구절이 "수반을 중심으로 하는 전당의 통일 단결"이라고 변경된 대목은 분명히 의도적인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중앙의 영도'라는 중국공산당의 공식 표현처럼 김정은 총비서의 이름을 넣을 수도 있었는데, 굳이 이를 삭제했다.

따라서 '우상화'에 대외적인 비판을 의식했거나 새로운 지향을 반영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는 2016년 사상사업과 관련해 5대교양(위대성교양, 충실성교양, 애국주의교양, 반제계급 교양, 도덕교양)을 제시했는데, 그중 (최고지도자에 대한) '위대성교양'이 8차당대회 규약에서 '혁명전통교양'으로 변경했다.

8차당대회 당 규약 서문은 당의 운영과 관련해 "조선로동당은 당중앙의 유일적령도체계 확립을 중핵으로 내세우고 전당을 김일성-김정일주의로 일색화하며 수반을 중심으로 하는 전당의 통일 단결을 백방으로 강화하고 당중앙의 령도밑에 조직규률에 따라 하나와 같이 움직이는 엄격한 혁명적 제도와 질서를 세운다"라고 규정했다. 당중앙(당중앙위원회?)의 유일적 영도체계 확립을 중핵으로 하고, 수반을 중심으로 전당의 통일단결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액면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당의 수반(총비서)은 통일단결의 중심이며, 당중앙이 영도하고 당 정치국이 당의 모든 사업을 조직지도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규정은 당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당 조직(조직비서), 국가사업(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경제(내각 총리), 군사(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분야를 분담해 조직지도(현지요해)하는 ‘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앞으로도 역할분담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변경 규정 중 가장 주목되는 것이 신설된 당 중앙위원회 제1비서 직책이다. 7차당대회 규약에는 당 위원장을 추대한다고 되어 있었지만, 8차당대회 규약에서는 총비서를 선거한다고 규정했다(제3장 제23조). 그리고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는…당중앙위원회 제1비서, 비서들을 선거"한다고 규정해 기존에 없던 제1비서 직제를 명문화했다(제3장 제26조).

제1비서 직제는 일단 북한이 밝힌 수정, 보충이유 중에서 "당 수반의 혁명령도를 더욱 원만히 보좌하며 당사업과 당활동을 보다 민활하게 진행해나가기 위한 현실적 요구를 구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설명이 정치국 상무위원회에만 해당되는 것인지 제1비서 직제 신설도 포함하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아직까지 제1비서가 공개되지 않아 현재 공석인 것으로 보인다. 6월 상순에 연다고 예고된 당중앙위 제3차전원회의에서 선출될지도 불투명하다. 다만 제1비서 직제는 김여정 부부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김여정은 2017년 10월 제1부부장 직에 있으면서 정치국 후보위원에 선출된 후 대남특사로 서울에 오는 등 김정은 위원장의 대리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김여정은 2019년 하노이회담 결렬이후 징계를 받고 강등됐다가 그해 12월 정치국 후보위원에 복귀했지만, 8차당대회에서 대외, 대남정책에 다시 비판대상이 되면서 다시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직위변동에도 대리인 역할을 지속해 온 것으로 보인다.

1970년대 수령과 후계자가 공존하던 시기에는 '수령의 영도체계'의 지원아래 '후계자의 유일지도체계'가 수립됐다. 그리고 사실상 후계자의 유일지도체계가 당, 정, 군을 조직 지도했다. 그러나 이번에 신설된 제1비서는 유일지도체계를 확립하는 후계자의 위상보다는 1960-1970년대에 직제로 있었던 제1부수상, 제1부주석 직제와 유사하게 당 총비서의 일부 업무를 위임받아 비서국을 총괄하는 역할일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8차당대회에서 국제담당비서, 대남담당비서가 임명되지 않은 이유일 것이다.

현재 김여정 부부장은 직급과 상관없이 "대남·대미·민생·비상방역(코로나19)" 외에도 서기실, 검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제1비서 직 신설은 비공식적으로 사실상 제1비서의 위상을 가지고 활동해온 김여정 부부장의 역할을 공식화 할 목적인 것으로 판단된다.

제1비서 직제 신설이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을 염두에 둔 것인지, 장기적으로 후계자를 염두에 둔 포석인지는 아직까지 분명하지 않다. 역사적으로 보면 내각 수상시절의 김일성 사례처럼 당 운영의 상당부분을 정치국 상무위원과 제1비서에게 위임하고 국가와 군의 수반으로서 국무위원장(최고사령관)의 역할과 활동에 주력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 1970년대에 후계자가 등장한 후 조선노동당에는 수령의 영도(유일적 영도체계) 아래 후계자의 조직지도(유일적 조직체계)가 이뤄졌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후계자의 유일적 조직체계가 당을 움직이는 실질적인 구조로 자리 잡았다. 형식적으로 보면 8차당대회 규약이 규정하고 있는 당 운영방식은 이를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 정치국 상무위원들의 조직지도가 어떤 위상을 갖고, 어느 시점까지 지속될 것인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지난 1월5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된 북한 노동당 제8차 대회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2)통일방안과 '남조선혁명론'의 폐기

8차당대회 규약 서문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통일노선과 '남조선혁명론'의 실질적인 변화여부이다. 7차당대회와 8차당대회에서 채택된 당규약 서문의 해당 부분 서술을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다.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은 공화국북반부에서 사회주의강성국가를 건설하며 전국적범위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의 과업을 수행하는데 있으며 최종목적은 온 사회를 김일성-김정일주의화하여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완전히 실현하는데 있다." (7차 당대회 개정 당규약)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은 공화국북반부에서 부강하고 문명한 사회주의사회를 건설하며 전국적 범위에서 사회의 자주적이며 민주주의적인 발전을 실현하는데 있으며 최종목적은 인민의 리상이 완전히 실현된 공산주의사회를 건설하는데 있다." (8차 당대회 개정 당규약)

논란이 되는 대목은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의 과업 수행'을 삭제하고 "사회의 자주적이며 민주주의적인 발전 실현‘으로 변경한 점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북한 주도의 혁명통일론이 폐기됐다'는 주장을 내놓았고, 북한이 '우리민족제일주의' 대신 '우리국가제일주의'를 내세우면서 2개의 국가론을 수용해 사실상 통일을 포기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우선 북한이 2개의 국가론을 수용해 사실상 통일을 포기했다는 해석은 잘못된 것이다. 제7차 당규약의 당원의 의무에서 "조국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적극 투쟁해야 한다"는 대목이 제8차 당규약에서 삭제됐지만, 당 규약 서문에 '통일발전', '조국의 평화통일'이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실적으로 2개의 제도, 2개의 국가를 인정하고, 평화공존 단계를 설정하는 것과 통일지향의 포기 사이에는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도 "전민족적 합의에 기초한 평화적인 통일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 문구 삭제는 1992년 북한 헌법에서 "전국적 범위" 규정이 삭제되면서 어느 정도는 예고된 것이다. 북한의 1972년 헌법 제5조에는 "북반부에서 사회주의의 완전 승리를 이룩하며 전국적 범위에서 외세를 물리치고 민주주의적 기초 위에서 조국을 평화적으로 통일하며…" 라고 규정하고 있었으나 1992년 개정 헌법에서는 "전국적 범위에서의 외세를 물리치고"란 대목을 삭제했다.

이에 따라 "북반부에서 인민 정권을 강화하고 사상, 기술, 문화의 3대혁명을 힘있게 벌려 사회주의의 완전승리를 이룩하며 자주·평화통일·민족 대단결의 원칙에서 조국 통일을 실현하기 위하여 투쟁한다" (제9조)고 변경되어 2019년 개정 헌법까지 이어지고 있다. 물론 당규약에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혁명' 또는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을 남겨놓아 북한의 의도에 대한 강한 의구심이 계속 남아 있었지만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당 규약에서 이 대목을 삭제하려는 북한의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다.

또한 북한 헌법에서 "전국적 범위" 규정이 삭제된 시점이 중요하다. 1991년 북한은 남측과는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남북기본합의서)를 체결했고, 그동안 반대해 왔던 남북 유엔 동시 가입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1980년 6차당대회에서 내놓은 완성형태의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설방안을 수정해 '느슨한 형태의 연방제'(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제시했다. 당시 북한은 사회주의권 붕괴로 인한 체제 위기의식, 흡수 통일 우려, 국제적 고립과 경제난 심화로 현상 유지 또는 평화 공존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북한은 2000년 6·15 공동선언에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한 뒤 2014년에 국방위원회 명의의 '특별제안'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성명'에서 연방연합제 안을 제시했다. 당시 성명은 "북과 남은 연방연합제 방식의 통일방안을 구체화하고 실현하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공존, 공영, 공리를 적극 도모해나가야 한다"며 "사상과 제도의 차이는 뒤로 미룰 수 있지만, 민족의 운명과 관련되는 조국통일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관점에 출발"해 "민족의 통일을 제도대결의 방식으로가 아니라 두 제도가 한 나라 안에 연방제로 공존하는 방식으로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풀이하며, 김정은 시대의 통일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기조는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8차당대회 규약에 명시된 "조선반도의 안전과 평화적 환경을 수호하며 민족자주의 기치, 민족대단결의 기치를 높이 들고 조국의 평화통일을 앞당기고 민족의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하여 투쟁한다"는 구절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새로 들어간 '민족의 공동번영'이란 문구는 북한이 최종 통일의 중간단계로 '평화공존단계'를 명확히 규정한 대목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이 연방연합제(낮은 단계의 연방제→높은 단계의 연방제) →공동번영 →최종통일의 수순을 염두에 둔 서술이다. 또한 주한미군 문제에 대해서도 "종국적으로 청산"이라고 규정함으로써 장기적, 궁극적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

이러한 맥락으로 보면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론'에 입각한 '남조선혁명론'은 사실상 폐기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당 규약의 문구상으로 보면 "전국적 범위"는 통일의 당위성을, "(남한지역에서) 사회의 자주적이며 민주주의적인 발전 실현"은 한반도평화체제 실현(평화협정과 북미관계정상화)과 평화공존에 걸림돌이 되는 제반 '법률적, 제도적 장치의 정비'로 사실상 의미가 축소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이것은 북한의 주한미군에 대한 인식 변화와도 맥락이 통한다.

또한 당규약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이란 개념을 삭제한 것은 2018년의 이른바 '북남관계 대전환방침'의 맥락에서 평가,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대다수 남쪽의 젊은 세대들이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이란 개념자체를 모르는 것처럼,'한류'에 접하고 '남조선 대통령'의 연설(2018년 9월)을 직접 들은 경험이 있는 북한의 새로운 세대들에게도 이것은 낯선 용어에 불과할지 모른다.

3)당 규약의 문구보다 실제 운영이 중요

북한이 밝힌 대로 조선노동당 규약은 기본적으로 당 운영과 활동의 지침서이며, 당조직들과 당원들의 행동규범이고 활동준칙에 해당한다. 따라서 사회발전과 정세 변화에 따라(북한식으로 표현하면 혁명의 발전단계 변화) 수정, 보완되어 왔고, 앞으로도 개정될 것이다.

주목할 대목은 당 규약에 명시되어 있는 규정이나 조항이 그대로 현실(실제 당운영과 활동)에 적용되는지, 적용될 수 있는 것인지, 실현 가능성이 있는 목표인지도 검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은 2021년 4월 29일 청년동맹 제10차 대회에 보낸 서한에서 "우리 당은 앞으로의 5년을 우리 식 사회주의건설에서 획기적 발전을 가져오는 효과적인 5년, 세월을 앞당겨 강산을 또 한 번 크게 변모시키는 대변혁의 5년으로 되게 하려고 작전하고 있다"면서 "그리고 다음 단계의 거창한 투쟁을 연속적으로 전개하여 앞으로 15년 안팎에 전체 인민이 행복을 누리는 융성 번영하는 사회주의강국을 일떠세우자고 한다"며 '15년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전체 인민이 행복을 누리는 융성 번영하는 사회주의강국"이 어느 단계에 해당하는지, 어느 정도를 목표로 하는 불명확하지만, 15년 만에 어느 수준의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과거 '사회주의강성대국', '사회주의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해'처럼 정치적 언술에 그칠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 단기적으로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당의 운영과 관련된 부분이 될 것이다. 총비서의 위상, 총비서의 대리인인 제1비서의 권한과 역할, 정치국 상무위원들의 독자적인 조직지도, 당 검사위원회의 실질적인 운영과 성과 등이다. 이러한 부분은 상당부분 최근 몇 년간 당 운영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고, 향후 권력구조나 정책방향, '후계자론'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당 규약의 변화에 미친 북한 내부적 요인과 외부적 요인을 종합적으로 검토, 분석해야 한다. 북한은 당 규약 개정을 통해 김정일시대에 당을 비상체제로 운영하면서 당 규약마저 지키지 않던 상황에서 탈피해 '집단적 협의구조'를 정상적으로 가동해 나름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북한이 형식적으로, 혹은 실질적으로 이런 방향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내부적 요인이 깊이 있게 분석되어야 할 것이다. '장기전'을 선언한 대외정세 인식, 중국공산당의 정책변화 등도 고려해야 한다.

2019년 2월 하노이회담 결렬과 코로나19사태로 북한이 '속도조절'을 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새로운 당 운영방식의 정착, 한반도평화체제, 북미관계 정상화, 남북관계의 제도화, 북한의 대외개방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북한의 당 규약 조항에 과도한 의미부여보다는 현실에서 나타는 실제 당 운영과 지향에 더 주목해야 한다. 당 규약의 조항과 실제 상황은 불일치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북한이 8차당대회를 통해 당규와 법률에 의한 통치를 강조한 만큼 지속적으로 현실과 괴리된 조항들을 수정해 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표방하고 있는 당의 당면 목적과 지향은 기본적으로 내부의 당위적인 이상과 희망을 반영한 것으로, 실제 정책은 국내외 정세와 환경 변화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해 왔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당 규약이 개정된 8차당대회 마지막 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대회에서 한 결론'에서 대내문제만 강조하고, 남북관계를 포함한 대외문제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이것은 향후 정세의 불투명성을 감안한 결론이다. 이에 따라 북한은 대북 제재 속에서 상당기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기정사실화 하고, 내부적 힘을 강화하는 '정면돌파전'을 표방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내부적 힘을 전면적으로 정리정돈하고 재편성하며 그에 토대하여 모든 난관을 정면돌파하면서 새로운 전진의 길을 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은 정세 변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국제정치에서 고정불변한 것은 없다'라는 게 북한의 시각이다. 김 위원장은 7차당대회 이후 5년간을 결산하는 '사업총화보고'에서 남북관계 개선 전망 부분에서 "불투명하다"하며 정세의 유동성을 언급했다. 또한 미국과의 관계에서 '강(强)대강(强), 선(善)대선(善)의 원칙'을 내세운 것도 정세의 가변성을 고려한 표현으로 보인다.

그런 측면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표방한 실용적이고 단계적인 접근방식을 미국이 제시하는 단계별 '상응조치'에 따라 북한의 수용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남북관계가 단절됐음에도 북한이 1990년대 이후 개정하지 못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 개념을 굳이 변경한 것은 여전히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북한은 2007년 노무현 정부 임기 말에 남북정상회담을 열고 10.4선언에 합의했지만, 여야정권 교체로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못한 '트라우마'로 인해 문재인 정부 말에 남북정상회담을 여는 것에 대해 소극적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북한이 북미대화의 길을 선택한다면 미국이 남북간 합의이행을 '보장'하는 조건을 내세우고, 그것을 명분으로 남북대화에도 나올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정창현 머니투데이미디어 평화경제연구소장.ⓒ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