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극초음속' 대남 미사일 확보 선언…남북 '선제타격' 경쟁 심화 우려

저고도·초고속에 변칙기동…탐지·요격·탄착지점 예측 까다로워
대남 타격·방공망 돌파용…요격 어려워질수록 '발사 전 제거' 중요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극초음속 단거리탄도미사일'의 기술을 성공적으로 확보했다고 선언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북한이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에 극초음속 활공체를 결합한 신형 무기체계의 시험에 성공했다고 선언하면서 한국의 미사일 방어 부담이 커진 양상이다. 북한이 이를 대남 '선제타격' 수단으로 실전 배치할 경우 우리 군 역시 요격뿐 아니라 발사 이전 단계에서 북한의 공격 수단을 선제적으로 제거하는 능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북한 미사일총국은 지난 20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참관한 가운데 '무기체계기술 고도화에서 중대한 의의를 가지는 신형무기의 시험'을 진행했다.

김 총비서는 이번 시험에 대해 "첨단 국방기술력의 과시이며 무력 현대화에서의 뚜렷한 갱신"이라며 "이러한 기술의 획득은 국가의 전쟁 대비태세와 전망적인 무력 발전에 중대한 의의를 가진다"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 속 모니터에는 '화성포-11마-1형 비행궤도'라는 문구가 식별됐다. 화성-11 계열 단거리탄도미사일에 극초음속 활공체(HGV)를 결합한 형태로 분석된다.

극초음속은 일반적으로 음속의 5배인 마하 5 이상을 뜻한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속도도 빠르지만 낮은 고도에서 활공하면서 비행 중 궤도를 변경할 수 있어 탐지와 요격은 물론 탄착지점을 사전에 예측하기도 까다롭다는 게 특징이다. 탄도미사일은 고도가 낮고 궤적이 복잡할수록 탐지와 요격이 어렵다.

900㎞ 비행·저고도 활공 과시…軍 탐지 수치와는 차이

북한의 단거리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 공개는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이번에는 비행거리와 속도·고도 등 구체적인 수치까지 이례적으로 공개해 저고도 활공 능력의 진전을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

노동신문의 보도사진 속 김 총비서와 딸 주애가 보고 있는 북한의 모니터(텔레메트리)에는 비행시간 446.1초, 속도 2146m/s, 고도 35.8㎞, 비행거리 908.2㎞라는 수치가 나타났다. '전투부'(탄두) 부분에는 속도 2883m/s, 고도 26.2㎞라는 값도 표시됐다.

이는 합동참모본부가 지난 20일 탐지한 각각 약 450㎞, 600㎞ 이상의 비행거리와 차이가 있다. 극초음속 활공체는 낮은 고도로 장시간 비행하기 때문에 지구 곡률과 레이더 탐지 범위 등의 영향으로 전 구간을 지속적으로 추적하기 쉽지 않은 데 따른 차이로 보인다.

합참은 "북한이 주장하는 사거리에 대해 정밀 분석 중"이라며 북한이 공개한 자료 역시 "100% 신뢰할 수는 없다"라고 밝혔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딸 주애와 극초음속 단거리탄도미사일 기술 시험 결과를 살피고 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총장은 이번 시험에서 발사 방식과 이동식발사대(TEL), 미사일 외형이 기존 시험과 달라진 점에 주목했다. TEL이 기존 5축에서 6축으로 길어졌고 미사일 길이와 날개 형상에도 변화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신 사무총장은 "단거리 극초음속미사일은 대남 타격용이고 한국군의 방공망을 돌파하기 위해 개발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보유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가운데 가장 위협적인 무기체계"라고 말했다.

신 사무총장은 이어 "요격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기존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보다 훨씬 까다롭다"라고 설명했다. 활공 과정에서 비행 방향을 바꾸면 요격체계가 예상해야 할 궤적과 방어 영역이 함께 넓어지기 때문이다.

김대영 한국국가전략연구원 군사전문연구위원도 북한이 공개한 극초음속 활공체가 과거보다 작아진 점을 기술 진전의 단서로 봤다. 다만 실제로 어느 수준까지 저고도 활공과 변칙기동 능력을 확보했는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패트리엇·천궁-Ⅱ로 대응…극초음속엔 "당장 대응 쉽지 않아"

우리 군은 현재 패트리엇과 천궁-Ⅱ 등을 중심으로 하층 미사일방어망을 운용하고 있으며 L-SAM과 후속 체계인 L-SAM-Ⅱ, 천궁-Ⅲ 등을 통해 다층방어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한미가 북한 미사일 시험 때마다 비행 특성을 분석해 패트리엇 등 요격체계의 소프트웨어와 대응 알고리즘을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있다면서도 "못 막는다는 것은 아니지만 당장 대응하기는 어렵다"라고 평가했다.

합참도 "북한의 공중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통합방공 및 미사일 방어 능력과 작전태세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천궁-Ⅱ 지대공유도탄이 가상의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2024.11.6 ⓒ 뉴스1
요격 어려워질수록 '발사 전 제거' 필요…남북 공세적 경쟁 우려

군 안팎에서는 극초음속미사일의 요격 난도가 높아질수록 '날아온 뒤 막는 것'만으로는 방어에 한계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발사 전 선제적 타격 능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군은 킬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KMPR)을 축으로 한국형 3축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 가운데 KAMD가 발사된 미사일을 탐지·요격하는 방어 개념이라면 킬체인은 북한의 핵·미사일 사용 징후가 명확할 경우 지휘시설과 이동식발사대 등을 발사 전에 타격하는 체계다.

극초음속미사일처럼 이미 발사된 후엔 요격하기 어려운 무기가 늘어날수록 킬체인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 요격에만 의존하기 어렵다면 이동식발사대의 이동과 연료 주입, 발사 준비 등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고 실제 발사가 이뤄지기 전에 타격하는 능력이 방어의 또 다른 축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군사정찰위성과 무인기 등 감시·정찰자산을 통해 북한의 발사 징후를 빠르게 포착하고, 이를 지휘통제체계로 실시간 연결해 장거리 정밀타격 수단으로 신속하게 대응하는 '탐지-결심-타격'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다.

김 연구위원도 요격 난도가 높은 무기가 늘어날 경우 발사 이전 단계의 대응 능력이 그만큼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은 남북 간 미사일 경쟁의 성격이 '방어적'에서 공세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북한은 한국의 방공망을 무력화하기 위해 더 빠르고 낮게 비행하면서 궤도를 바꾸는 무기를 개발하고, 한국은 이에 맞서 요격망을 다층화하는 동시에 북한의 미사일을 발사 전에 제거할 능력을 강화하게 되는 흐름이다.

이는 남북의 경쟁이 단순히 '날아오는 미사일을 얼마나 잘 탐지하고 막느냐'에서 '상대가 쏘기 전에 누가 먼저 공격수단을 무력화하느냐'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경우 위기 상황에서 양측 모두 상대의 선제공격 가능성을 의식해 더 빠른 판단과 대응을 요구받거나 '오판'에 따른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커지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