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기밀 다 들여다본다"…대남 공세에 '정보망 과시'로 응수한 국정원
국정원, 이례적으로 '北 미사일 설계도·노동당 문건 입수' 사실 공개
강해지는 북한 대남 공세에 "오판하지 말라' 시그널으로 대응
- 윤주현 기자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국가정보원이 공개적으로 북한 노동당 및 군의 기밀을 입수해 분석 중인 사실을 밝혔다. 이 같은 국정원의 정보력 과시는 매우 이례적으로, 공세적인 대남 정책을 펼치는 북한에 '응수'하는 차원이라는 관측이 2일 제기된다.
국정원은 전날인 1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노동당의 내부 문건과 미사일 설계도를 확보해 관련 내용을 분석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다양한 국가 기밀을 다루는 국정원은 공식적인 언론 브리핑이 아닌 정보위에 비공개 보고 형식으로만 정보를 공유한다. 보고된 내용은 정보위 여야 간사를 통해 일부 공개되는데, 공개 과정에서 엄격한 사전 협의를 거치기 때문에 우리 측의 정보 활동 방식을 노출할 수 있는 민감한 비밀·기밀은 거의 공개하지 않는다.
전날 정보위의 여야 간사(윤건영 더불어민주당·유영하 국민의힘 의원)가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이 북한의 미사일 설계도를 확보했다고 밝힌 것 역시 협의를 거쳐 이뤄진 것이다.
그런데 북한의 '당 중앙' 및 핵·미사일 관련 핵심 정보는 우리 측의 정보 활동 방식이 노출될 수도 있을 정도의 핵심 정보이기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국정원이 '의도된 메시지'를 냈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 같은 국정원의 '메시지'는 북한이 올해 들어 유독 남북 접경지에 신형 탄도미사일을 대거 배치하겠다고 위협한 것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지난 4월과 5월 대남용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시험발사에 집중한 바 있다. 이 기간에 북한은 폭발 시 큰 탄두 안에 장착된 대량의 작은 '자탄'이 퍼지며 살상 반경을 넓힐 수 있는 '확산탄'(집속탄)이나 공중지뢰살포탄, 전력망을 마비시키는 '정전 폭탄'(탄소섬유탄) 등 그간 공개하지 않았던 새로운 미사일 체계를 대거 과시한 바 있다.
특히 4월 시험발사 땐 전방 주둔 군단인 1·2·4·5군단의 군단장을 불러 발사를 참관토록 하는 등 새로운 미사일이 대남용이라는 선명한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북한이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고 살상력을 높였으며 남쪽 전역이 사정권 안에 드는 탄도미사일을 전방 지역에 대거 배치하는 것은 심각한 안보 위협 요인이다.
하지만 북한과의 '평화 공존'을 추구하는 이재명 정부의 입장에선 북한이 의도적으로 군사적 긴장감을 높여도 덮어놓고 '힘의 논리'로 맞대응하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맥락에서 국정원이 이례적으로 대북 정보력을 공개한 것은, 북한 측에 '우리가 다 들여다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핵·미사일을 '국가의 주권'으로 내세우는 북한의 입장에선 미사일 설계도는 기밀 중의 기밀이다. 국정원이 어떤 수준의 미사일 관련 정보까지 입수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주요 국가 기밀 중 일부가 유출됐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북한의 입장에선 큰 타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북한이 핵탄두를 '범용'으로 개발해 여러 미사일에 적용하는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는 점에서, 미사일 설계도는 현재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원천 기술의 상당 부분을 파악할 수 있는 핵심 정보일 수도 있다.
국정원이 노동당의 내부 문건을 입수했다는 사실을 밝힌 것 역시 대북 압박용 정보력 과시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의 후계 구도와 관련한 민감한 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차원에서다. 실제 국정원은 올해 초부터 김정은 총비서의 딸 주애가 '후계자 내정 단계'를 밟고 있다는 판단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정부 일각에선 이번 국정원의 정보 공개가 최근 변화가 엿보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북 인식에 따른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5일 진행된 통일부의 하반기 업무보고 때 정동영 장관이 추진한 '북한 국호 부르기'나 '9·19 남북 군사합의'의 선제적 복원 등 유화책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면서 임기 초반 때와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한편으론 우리 측에 수시로 군사적 위협을 가하는 북한의 '오판'을 막기 위한 메시지라는 해석도 있다. 우리 정부 또한 강력한 대응의 기반이 될 핵심 정보를 보유하고 있으니, 상황을 잘못 인식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북한 측에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의 대북 첩보 입수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지만, 그 어떤 방법도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만 해도 요원이 북한에 직접 들어가거나 중국에 파견된 요원이 대북 공작을 통해 정보를 입수하는 '휴민트'(HUMINT·human+intelligence) 활동이 활발했으나 최근에는 사이버 활동이나 첨단 전력을 통한 첩보 활동의 비중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도 정찰정보총국 등 공작 기구를 통해 해킹 등 사이버 활동을 전방위적으로 전개하는 것처럼, 정부도 '화이트 해커' 등을 활용해 이에 상응하는 활동을 펼치거나 북한의 공격을 막고, 반격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이는 미국 역시 가장 큰 비중을 두고 펼치는 활동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과 한미가 사이버 공간에서도 치열한 정보전을 벌이는 셈이다.
북한의 군사 도발이나 병력 배치 등 물리적 행위가 수반되는 활동의 경우 한미는 물론 한미일의 군사정보망이 총동원된다.
미국의 경우 한국과 주일미군, 괌 등에 배치한 각종 정찰기 등을 통해 수시로 대북 감시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단행된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도발 전후로 미군의 ·MQ-9B 무인 정찰기 '씨가디언'(SeaGuardian), 정찰·전자전 항공기 '아레스'(ARES), 전략정찰기 컴뱃센트(RC-135U)가 연이어 한반도에 나타난 것이 그 사례다.
미군 측은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정찰 때는 의도적으로 항공기 위치 정보 신호를 끄지 않고 비행하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식을 구사하기도 한다.
우리 군 역시 통신 감청이나 북한 무기체계에서 송출되는 전자신호 수집 등 자체적인 대북 감시망을 가동하고 있다. 한미는 대북 정보를 상호 간 공유하며 북한 정세에 대한 분석과 판단력을 높이고 있다.
gerra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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