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 5만' 북한군 추가 파병 주장 우크라 속내는…군사 지원 절실
정보 출처 불투명한 추가 파병설…'북한발 역내 위협' 집중 부각 의도
美 요격미사일 재고 부족 속 지원 다변화 필요한 우크라
- 한상희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최대 5만 명 규모의 북한군이 러시아로 추가 파병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 강화에 따른 '역내 위협 강화'를 부각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파병 규모를 3만 명으로 제시했다가 최근 이를 5만 명으로 늘리면서 자신들이 처한 위협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데, 이는 실제 북한군의 추가 파병 정황을 가리키기보다는, 전황의 장기화에 따라 줄어든 미국 등 서방의 지원을 보강하기 위한 '새 루트'를 찾는 차원으로 11일 분석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8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와 북한이 3만~5만 명의 북한군을 러시아 영토에 추가 배치할 것을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엔 추가 파병 규모를 '3만 명'으로 제시했는데, 이 숫자를 크게 늘린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정보 당국 외에 더 선명한 관련 출처를 제시하진 않고 있다.
그는 북한이 러시아전 참전을 통해 현대전 경험을 축적하고 무기 생산 관련 면허와 군사 장비를 확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에서도 러시아에 대한 북한군의 병력과 탄도미사일 공급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면서 "북한의 미사일과 병력이 더 많이 사용될수록 일본과 한국, 필리핀 등 역내 국가들이 직면할 위험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러시아전 참전을 유럽 전장의 문제에서 여러 아시아 국가들을 포함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문제로 확장해 역내 국가들이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논리를 편 셈이다.
그는 "우리가 부족한 분야에서 한국의 지원을 간절히 바란다. 그것은 방공체계"라며 한국이 피해 온 살상무기의 직접 지원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거론하기도 했다.
주목할 점은 한국과 일본 등 젤렌스키 대통령이 언급한 국가들의 정보망엔 북한군의 추가 파병 관련 동향이 아직 선명하게 잡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 역시 마찬가지 상황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북러 군사 협력은 우리의 안보에 직결되는 문제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는 행위"라며 "관련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다만 "정보 사안은 확인할 수 없다"며 추가 파병 여부와 규모에 대한 답은 하지 않았다.
통일부 당국자도 "우크라이나 측 발언에 대해서는 평가하지 않겠다"며 "관계기관과 함께 동향을 주시하고 있지만 현시점에서 '확인할 만한 내용'이 없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024년 10월 북한군의 첫 파병 직후엔 북한군의 이동 루트와 파병 북한군 장교 추정 인물이 북한 내에서 활동할 때의 사진과 러시아 파병 직후 활동한 사진을 정밀 분석해 동일인으로 파악했다는 세밀한 정보사항을 언론에 즉각 공개한 바 있다.
이런 맥락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갑자기 북한군의 위협 증가를 언급한 것이 종전 전까지 더 많은 땅을 점령하고 싶어하는 러시아로부터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지원을 촉구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특히 '돌진 전술'로 전공을 세운 바 있는 대규모의 북한군 병력 파견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에겐 미국과 이란의 전쟁에서 높은 명중률을 보였던 '천궁' 등 방공체계를 콕 집에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는 점에서 주장과 요청의 연결성이 떨어져 보이는 측면도 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지난 5~6일 러시아가 발사한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미사일을 한 발도 요격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우크라이나의 상황은 중동 전쟁에 집중한 미국의 추가 지원 여력이 줄어든 상태에서 미국의 무기 재고가 부족하다는 보도가 나온 것과도 연관이 있다는 관측이다.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는 유럽 국가들도 '자체 재무장' 기조에 따라 외부로의 무기 반출을 꺼리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자국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문제를 고리로 한국에 대한 지원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북한군 포로를 한국으로 보내겠다는 명확한 시그널을 준 동향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아직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직접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방공체계 지원 요청에 대해 "각국에 대한 방산물자 제공은 관련 국내법과 정책을 준수하는 가운데 이뤄져 왔다"라며 "앞으로도 우크라이나의 평화 회복과 재건을 위한 방안을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인도적 지원이 정부의 방침임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상황에 따라 북한군의 추가 파병 가능성 자체는 열어둘 필요가 있지만 대규모 병력보다는 미사일 부대가 파병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북한이 이미 1만 4~5000여 명의 파병군의 치적을 크게 부각하고 이후 러시아와의 경제적 교류를 확대하면서 '파병 사업'을 완료한 듯한 모습을 보인 것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북한군의 추가 파병설은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이 이미 작년부터 제기해 온 얘기지만 실제로는 1년 가까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사안을 키워 지원을 더 받아내려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양 위원은 "러시아 입장에서도 미사일 부대 파병이 더 현실적"이라며 "추가 인력이 러시아 국경 방어나 미사일 부대 등에 배치되면 러시아는 본토 병력에 여유가 생기고, 그만큼의 병력을 전투 지역에 투입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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