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MDL에 '핵무장 국경' 만든다…남한 전역 타격권
통일연구원, 군사활동 160건 분석…사거리 60~420㎞ 다층 화력
다음 국경화 무대는 서해…유엔사 통보선 역활용해야
- 한상희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북한이 군사분계선(MDL)을 남북을 가르는 장벽으로 굳히는 데서 나아가, 전방의 재래식 화력을 한국 전역을 겨냥한 전술핵 운용체계와 결합하고 있다는 분석이 9일 나왔다. MDL 일대를 이른바 '핵무장 국경'으로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발간한 '북한의 남부국경화 군사적 조치: 국경 화력체계와 북한식 국경모델' 보고서에서 2024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북한의 무기시험·훈련·위력시위 등 군사활동 160건을 분석해 이같이 평가했다.
보고서는 남부국경화가 △국경 선언 △경의선·동해선 단절 △요새화와 국경관리 △법제화·당 방침화 △국경 화력태세 전환의 5단계로 진행됐다고 분석했다. 홍 연구위원은 "2024년 10월 경의선·동해선 폭파는 국경화의 출발점이 아니라, 상반기부터 가동 중이던 군사적 국경화를 정치적으로 공식화·가시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사거리가 서로 다른 무기를 MDL 북측 전방군단 일대에 겹겹이 배치해 화력체계를 다층화한 것이다. 과거 전방 화력이 수도권을 겨냥한 장사정포 위주였다면, 최근에는 신형 155㎜ 자행곡사포(60㎞ 이상)와 갱신형 240㎜ 방사포(90㎞), 전술순항미사일(100㎞), 화성-11라 계열 전술탄도미사일(110~136㎞ 이상), 600㎜ 초대형방사포(420㎞)로 타격 범위를 남부지역까지 넓혔다.
홍 연구위원은 "국경 배치 화력만으로 한국의 전 종심을 층위별로 일정하게 분담 커버할 수 있다"며 "600㎜ 초대형방사포의 420㎞ 공개는 '국경 화력=전국 타격 화력’임을 보여주려는 측면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보고서가 특히 주목한 대목은 이 재래식 화력이 핵무력과 결합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지난 3월 600㎜ 초대형방사포의 420㎞ 사거리와 전술핵 탑재 능력을 공개 담화로 처음 명시했고, 국가 핵무기종합관리체계인 '핵방아쇠'와 연동한 훈련을 2024년 이후 매년 실시했다. 출정식·증정식 형태로 무기 배치를 대외에 공개하는 '상시과시체계'도 함께 자리 잡았다.
홍 연구위원은 이를 통해 국경 경비부대와 전방 포병, 국가 핵전력이 하나의 대응 구조로 묶이고 있다고 봤다. 접경 충돌이 국경 경비에서 재래식 정밀타격, 전술핵, 전략핵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북한이 요새화된 국경을 ‘핵무장된 국경’으로 인식시키려는 의도라고도 평가했다.
이런 국경모델은 주민 이탈과 외부 정보 유입을 막는 장벽에 전국 타격 화력과 전술핵을 결합했다는 점에서 옛 동독과도 구별된다. 동독 역시 서독을 외국으로 규정하고 국경을 요새화했지만, 목적은 주민 탈출 차단에 있었고 핵무력과 연결되지는 않았다. 홍 연구위원은 "세계 국경사에서 '국경화'와 '핵억지'가 하나의 프로젝트로 결합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이를 '핵연동 절연·과시형 국경체제'로 규정했다.
무력 사용의 문턱도 낮아졌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2024년 1월 "영해에 대한 0.001㎜의 침범도 전쟁도발로 간주하겠다"라고 밝힌 데 이어 '합법적인 보복행동'과 '정조준권'을, 지난 2월에는 국법에 명시된 '선제공격사명'을 선언했다.
홍 연구위원은 작은 접경지역 충돌도 북한의 보복 명분이 되고, 대응이 재래식 타격에서 핵 위협으로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소한 접촉이 더 큰 충돌을 불러오는 '촉발선형' 구조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북한이 정전협정을 공식 폐기하지 않은 채 유엔군사령부 채널만 선별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북한은 지난해 6~7월 차단물 공사를 유엔사에 두 차례 사전 통보했는데, 남북 채널이 모두 끊긴 상황에서 이는 사실상 미국을 향한 소통 행위라는 것이다. 접경지역 관리가 북미 간 의제로 굳어질 경우, 한국이 정작 자국 접경 안정 문제에서 제3자가 될 위험이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홍 연구위원은 "북한이 유일하게 활용하고 있는 유엔사 통보선을 역활용해 상호 통보 관행의 제도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접경지역 민간 활동 관리 법제의 정비가 군사적 대비 못지않게 긴요해졌다"라고 제언했다.
향후에는 서해가 국경화의 다음 무대가 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홍 연구위원은 "육상 국경화가 구체화되는 만큼 긴장의 중심은 중장기적으로 해상으로 이동할 개연성이 크다"며 "NLL(북방한계선) 일대 감시·대응 태세, 대함·대잠 전력의 배치, 실효적 관할의 법적 논리를 선제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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