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1발 쏘고 '침묵'…UFS 경고냐, 시험 실패냐
올해 무기시험마다 선전과 달리 발사 사실 일절 공개 안 해
"시험 실패 가능성" vs "UFS 겨냥 수위 조절한 무력시위"
- 한상희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북한이 42일 만에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하고도 이튿날까지 관련 사실을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올해 주요 무기시험의 목적과 성과를 적극 선전해 온 것과 달리 이번에는 SRBM 1발만 쏜 뒤 별다른 보도나 입장을 내놓지 않는 모습이다.
이달 예정된 한미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를 겨냥해 수위를 조절한 무력시위라는 분석과 무기시험에서 원하는 성과를 거두지 못해 공개하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가 한반도 평화공존 구상을 공개한 바로 다음 날 발사가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7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는 전날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내용을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 오후 5시쯤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SRBM 1발을 발사했다.
정부는 미보도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관영매체가 미사일 발사를 보도하지 않은 사례는 이미 여러 차례 있었다"며 "특별한 사항으로 보고 있지 않고, 미보도 의도에 대해서도 예단하지 않은 채 예의주시하겠다"라고 밝혔다.
다만 올해 북한이 공개해 온 주요 미사일·방사포 시험과는 양상이 사뭇 다르다. 북한은 지난 1월 극초음속미사일과 갱신형 대구경방사포, 3월 600㎜ 초정밀 방사포, 4월 '화성포-11라'형, 5월 신형 무기체계 시험 등을 실시한 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참관 여부와 무기 명칭, 시험 목적 및 타격 결과를 사진과 함께 상세히 공개했다.
특히 직전인 지난 6월 25일 발사 때와 대비된다. 당시 북한은 김 총비서 참관 아래 개량형 240㎜ 방사포와 전술탄도미사일, 155㎜ 자주포용 사거리 연장탄 등을 시험한 뒤 이튿날 사진과 함께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김 총비서는 "적들이 상시 불안과 두려움 속에 있게 하는 것 자체가 전쟁억제력 행사의 중요한 일면"이라며 대남 타격 능력을 노골적으로 과시했다.
반면 이번에는 SRBM 1발만 발사했고 김 총비서의 참관 여부나 무기 명칭, 시험 목적과 성과도 공개하지 않았다. 침묵의 배경을 놓고 전문가들의 분석은 갈린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험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최근 북한은 한미훈련 등에 대응한 시위성 발사를 적극적으로 공개해 왔다"며 "이번처럼 공개하지 않은 채 상대가 알아서 인식하도록 하는 방식은 최근 행보와 맞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발사가 1발에 그친 점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단발성 발사는 대부분 실험 용도이고, 무력시위 목적이라면 여러 발을 동시에 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해 통상 2발 이상 발사한다"며 "새로운 무기체계를 시험했지만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분석했다.
반면 이달 UFS(8월 18~21일)를 앞두고 발사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사전 경고 성격의 제한적 무력시위라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은 한미연합연습을 '북침 전쟁연습'으로 규정하고 미사일 발사 등으로 반발해 왔다. 2023년에는 UFS 기간 2차 군사정찰위성과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전면전을 가상한 '전군지휘훈련'에 돌입하기도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북한의 의도는 UFS에 대한 반발"이라며 "UFS 기간 추가 미사일 발사 가능성이 크고, 연습 중간이나 종료 시점에 몰아서 보도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이어 "SRBM 1발에 그쳤다는 점에서 긴장을 급격히 끌어올리기보다 수위를 조절한 제한적 무력시위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발사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한반도 평화공존 발전 구상'을 공개한 이튿날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정 장관은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적 두 국가 관계'로 전환하고, 남북한과 미국·중국이 참여하는 4자대화와 평화체제 논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도 통일부의 노력이 "메아리 없는 함성"처럼 느껴질 수 있다면서도 "인내를 가지고 꾸준히 평화와 공존의 정책을 계속해 달라"라고 당부했다. 동시에 "우리의 선의대로 하는 게 과연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플러스냐"며 정책 추진 과정에서 신중한 판단을 주문했다.
발사 시점만으로 이를 정부의 평화공존 구상에 대한 직접적인 답변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북한이 발사 사실을 선전하거나 별도의 대남 담화를 내놓지 않은 만큼 전면적인 대화 거부 메시지로 해석하는 것 역시 섣부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정부가 평화공존 의지를 재확인한 직후 탄도미사일 발사가 이뤄지면서 북한의 호응을 끌어내 대화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정부의 과제는 더욱 무거워진 것으로 보인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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