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으로 러시아에, 한국전쟁으론 중국에 밀착…北의 '전쟁 외교'

전승절 공연서 '항미원조' 부각…김정은은 '참전' 마오쩌둥 아들 묘 참배
우크라전 계기로 밀착한 러시아와 협력 지속 강화…추가 파병 가능성도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체결일) 73주년을 맞아 전날 평안남도 회창군의 중국인민지원군열사릉원을 참배하는 모습. 김 총비서가 마오쩌둥 전 중국 국가주석의 장남 마오안잉(毛岸英·모안영)의 묘에 헌화하고 경의를 표하고 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북한이 '전승절'로 기념하는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 73주년을 맞아 중국군의 참전과 희생을 집중 조명했다. 지난달 북중 정상회담과 양국 고위급 인사들의 잇단 상호 방문에 이어 7·27을 북중 관계의 역사성과 결속을 재확인하는 무대로 활용한 모습이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북한이 3만 명의 병력을 추가로 러시아에 파병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통해 러시아와 '전우적 밀착'을 형성한 데 이어 중국과는 70여 년 전 한국전쟁에서 맺어진 '혈맹'의 기억을 되새기며 북중러 3국의 반미 연대를 강조하는 '전쟁 외교'를 선보인 것이라는 분석이 28일 나온다.

전승절 기념공연 무대에 오른 '항미원조'…중국 노래도 등장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전날인 27일 열린 전승절 기념공연에서 중국인민지원군의 참전을 다룬 영상과 중국 노래가 무대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도 이 공연을 관람했다.

신문은 "중국 인민의 우수한 아들딸들이 발휘한 무비의 희생정신과 영웅주의, 빛나는 위훈을 보여주는 화면편집물"과 '중국인민지원군전가'를 비롯한 중국 노래가 관람자들에게 깊은 감명을 줬다고 전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전승절 공연에 중국 노래가 등장한 사례는 적어도 최근 3~4년 사이에는 나타나지 않은 동향으로, 이번 공연이 예년에 비해 특별하게 구성됐음을 시사했다.

노동신문은 중국의 한국전쟁 참전을 뜻하는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대항해 조선을 지원한다)도 언급했다. 신문은 중국인민지원군이 "우리 인민의 정의의 성전을 피로써 도와줬다"라고 높이 평가하며 "조중 친선은 위대한 전승의 역사와 더불어 불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총비서도 지난 26일 중국인민지원군열사능원을 찾아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마오쩌둥의 장남 마오안잉의 묘에 헌화했다. 신문은 중국인민지원군의 희생정신이 "사회주의를 핵으로 하는 조중 친선의 초석"으로 빛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주년(5년, 10년 단위로 끊어지는 해)도 아닌 올해 김 총비서가 직접 마오안잉 등 중국군 묘역을 참배하고 기념공연에 중국 노래를 포함한 것은, 지난 6월 북중 정상회담 이후 이어져 온 양국 관계 강화 흐름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김정은-시진핑 6월 정상회담 이후 이어지는 북중 밀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8~9일 7년 만에 북한을 국빈 방문해 김 총비서와 정상회담을 했다. 두 정상은 중국인민지원군 전사자를 기리는 북중우의탑을 함께 찾아 한국전쟁으로 맺어진 양국 관계의 역사성을 부각했다. 이후 박태성 북한 내각총리가 북중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 체결 65주년(7월 11일)을 맞아 중국을 방문했고, 중국 공산당 서열 4위인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도 평양을 찾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6월 북중 정상회담 이후 북중 관계가 전략적 관계로 발전하는 상황에서 양국 관계의 역사성과 중요성을 부각한 것이 이번 북한의 전승절 기념행사의 특징"이라고 평가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지난 19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는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북러 "쌍무관계 전면 확대"…"반미 연대의 선봉" 자처하는 북한

이처럼 중국과는 과거 한국전쟁의 역사를 매개로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면, 북한은 러시아와는 현재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병력과 무기를 주고받는 실질적 군사 협력을 통해 결속하고 있다.

최선희 외무상은 지난 19일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접견한 데 이어 이튿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제3차 북러 외무장관 전략대화를 했다. 양측은 2024년 체결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쌍무관계의 전면적 확대 발전"을 가속하기로 했다.

신문은 이를 두고 북러가 조약의 정신에 따라 "동맹 관계를 더욱 강화해 나가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라고 밝혔다.

북한은 북러 조약의 상호 군사 지원 조항을 근거로 지난 2024년 말부터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 등에 최대 2만 명 규모의 병력을 파견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가 북한군 3만 명을 추가 투입하려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추가 파병 여부와 구체적인 병력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다. 정부도 "확인해 줄 정보가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중국과는 과거의 한국전쟁을, 러시아와는 현재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각각 결속의 자산으로 활용하면서 북중·북러 관계를 미국에 맞선 하나의 연대 구도로 묶어내려는 것으로 분석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북한은 한미일이 먼저 협력을 강화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견제와 대응으로 북중러 관계를 강화한다는 '인과적 논리'를 3각 밀착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며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이나 적극성에 차이가 있더라도 자신이 반미 연대의 선봉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다자외교 무대에는 나서지 않고 남북 관계는 주변화하는 대신 북중·북러 관계를 외교의 중심에 놓고 있다"며 "중국과 러시아를 단순히 뒷배로 삼는 생존 전략이라기보다 스스로를 핵보유국으로 인식하는 자신감을 토대로 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