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세계 수준' ICBM 엔진 성능 과시…美 본토 '다탄두'로 때린다
고체엔진 출력 2500kN으로 높여…ICBM 사거리·탄두 중량 늘어나
다탄두 ICBM 시험발사 가능성도…유도 정밀도·재돌입체 기술 확보가 관건
-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북한이 '역대급' 추진력을 기록한 신형 고체연료 발동기(엔진) 지상 분출 시험 사실을 공개했다. 핵보유국 지위를 거듭 강조해 온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추후 미 본토도 타격 가능한 다탄두(MIRV)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시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29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탄소섬유 복합재료를 이용한 대출력 고체연료 엔진 분출 시험을 참관했다. 시험 일자는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엔진 분출 시험은 엔진의 추진력과 점화 및 분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술적 오류를 확인하기 위해 진행되는 것이다.
노동신문은 신형 고체엔진의 최대 추진력이 2500킬로뉴턴(kN)이라고 주장했는데, 이 사실이 맞는다면 지난해 9월 북한이 신형 ICBM인 '화성-20형'에 장착했다는 고체연료 엔진의 추진력(1971kN)보다 20% 넘게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추진력 1971kN 엔진을 개발할 때도 직전 엔진의 추진력보다 40%가량 높아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고체연료 엔진의 개발 속도가 상당히 빠른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의 기술 지원이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의 일방적 주장이긴 하나, 2500kN의 추진력은 현시점에선 주요국의 ICBM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다. 미국의 '미닛맨 III' ICBM의 추진력은 약 891kN, 러시아의 토폴-M ICBM의 추진력은 약 913kN로 파악되고 있다. 중국의 ICBM인 DF(둥펑)-41도 1100~1400kN 정도로 분석된다. 2500kN은 과거 미국이 운용한 피스키퍼 LGM-118A(2005년 퇴역)가 기록한 2180kN보다도 높다.
북한은 연료 주입에 시간이 걸리고, 발사 직전 연료를 주입해야 해 한미의 정보망을 피하기 어려운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엔진 대신 베터리 방식으로 발사체에 장착할 수 있는 고체연료를 개발한 뒤 엔진 출력을 꾸준히 증강하고 있다. 엔진의 출력이 커질수록 큰 무게의 발사체를 쏘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ICBM의 사거리도 늘어나고, 더 많은 탄두를 실을 수 있다.
북한은 이미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사거리(1만 5000㎞) ICBM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북한은 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엔진 출력을 높여 탄두가 여러 개 탑재되는 다탄두 ICBM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탄두 미사일은 하나의 미사일에서 여러 타깃으로 각각 발사되는 복수의 탄두를 탑재할 수 있어 방공망 무력화 및 주요 시설에 대한 동시다발적 핵 타격이 가능한 무기체계다.
'핵보유국' 입지를 강조하는 북한은 고도화한 핵무기체계를 지속 개발해 미국을 상대로 한 협상력을 높이고 강화한 억제력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중동사태를 지켜보며 "우린 이란과 다르다"라는 메시지를 내려는 의도로 보기도 한다. 강하고 정교한 핵무기가 있어 미국의 공격이 있을 때 즉각 '핵 반격'(2격)이 가능함을 과시하려는 기조라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4일과 10일 5000톤급 신형 구축함 '최현호'에서 기습공격용 미사일인 전략순항미사일을 시험발사하는 등 꾸준히 방어 및 2격 능력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다탄두화를 통한 미사일 방어망(MD) 교란 및 사거리 측면에서 전지구권 타격 능력을 갖추는 ICBM을 보유하려는 북한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며 "새로운 5개년 국방발전 계획의 '전략적 타격 수단 부단한 갱신' 목표와 연계한 것으로도 보인다"라고 해석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조만간 다탄두 ICBM을 시험발사할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다탄두 미사일은 엔진뿐만 아니라 다양한 신형 기술이 결합한 무기 체계라는 점을 고려하면 좀 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다탄두 ICBM은 엔진뿐만 아니라 소형 핵탄두, 재돌입체, 탄두 분리 기술, 유도 정밀도 등 다양한 복합 기술이 함께 확보돼야 한다"라며 "북한이 단순 ICBM 개량을 넘어 상위급 전략무기 체계로 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다탄두 미사일의 시험발사 가능성도 커졌지만 아직 실전 능력을 단정할 수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유 연구위원은 이어 "한국과 미국은 이번 조치를 단순한 엔진 시험이 아닌, 미사일 발사 이전 단계에서 추진기관·소재·생산기술을 축적하는 북한의 장기적 전력화 과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라며 "고체연료와 이동식 발사 체계가 결합할수록 선제 대응 난도는 높아지기 때문에 평시 ISR(감시·정찰) 강화, 이동식 표적 추적능력, 미 간 실시간 정보공유와 지휘통제 속도 향상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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