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핵무장 추진해도 北 도발 억제력 한계 있다"

임을출·이종은 교수 "핵무장 논의, 안보 이익은 적고 외교적 거래비용은 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지난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 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의 모습.[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한국이 자체적인 핵무장을 추진해도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데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2일 제기됐다. 국내 핵무장 논의는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외교적 거래비용'만을 발생시킬 뿐, 안보적 이익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와 이종은 미국 노스그린빌 대학교 교수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 '판도라의 상자 열기: 한국의 핵무장은 실현 가능하고 바람직할까'를 공동집필했다. 이 논문은 인하대학교 국제학연구센터가 발행하는 SSCI급 국제학술지 '퍼시픽 포커스'(Pacific Focus)에 최근 게재됐다.

논문은 지난 1월 20일 재집권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가면서, 한국에서도 핵무장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의 감축 또는 전략적 유연성 강화 등 '한미동맹의 현대화'를 시사하면서 국내에서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불신이 커졌고, 이에 따라 자체 핵능력 보유에 찬성하는 여론도 강화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논문은 "핵무장을 한 나라는 외부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는다는 일반적인 인식이 있지만, 사실 핵무기는 일반 군사 충돌을 억제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의도치 않게 갈등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논문은 핵무기가 너무 파괴적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분쟁에서 쉽게 사용할 수 없어 오히려 제한적인 억제력을 갖는다는 이른바 '핵무기의 역설'을 근거로 제시했다.

예를 들어, 북한의 드론·사이버 공격이나 오물풍선 도발 등에 우리 군이 핵무기로 대응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매우 낮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핵능력을 보유할 경우, 향후 북한에 '상호 핵무기 폐기'를 제안할 수 있는 협상력을 갖춰 궁극적으로 '한반도 비핵화 목표'가 촉진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논문은 "한국의 핵무기 개발에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텐데, 이 과정에서 북한과 중국 또는 러시아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을지 의문"이라면서 "특히 북한이 한국의 핵시설에 사보타주(방해 공작)를 하거나 심지어 선제공격을 감행하는 등 핵 군비 경쟁이 가속화될 위험이 크다"라고 봤다.

아울러 한국의 핵무장은 동북아시아 지역의 안보 위기를 필연적으로 고조시킬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중국·러시아·북한 등 '대륙 강국'과 미국·한국·일본·대만 등 '해양 강국'의 지정학적 갈등을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이 핵무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의 현실적 제약도 많다. 우선 기술적 측면에서 한국은 무기급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원자로와 이에 맞는 재처리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데, 한국의 높은 인구밀도와 강력한 지역 반대, 환경 문제 등을 고려할 때 해당 시설들을 건설하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논문은 한국이 핵을 보유하기 위해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승인은 물론 미국 의회의 동의를 끌어내야 하는데, 이는 한미 양자 간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결과적으로 논문은 "한국의 핵무장 논의는 안보상 혜택이 매우 제한적인 동시에 국제사회에서 부정적인 거래비용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며 "핵무장은 만능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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