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노동당 80주년 열병식서 새 ICBM 화성-20형 최초 공개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북한이 노동당 창건 80주년을 맞아 열린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과 신형 전차 ‘천마-20형’을 비롯한 첨단무기와 재래식 무기의 신형을 동시에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열병식이 북한 국방 현대화의 핵심 기조인 '핵-재래식 무기 통합(CNI) 전략'이 본격화된 신호라며, 군사 노선이 단순한 ‘위력 과시’에서 실전 운용 중심의 ‘실전화’로 전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열병식이 오는 31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진행된 만큼 미국과 동맹국을 겨냥한 전략적 시위이자 '핵보유국 기정사실화'를 노린 정치적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 열병식의 핵심은 사거리 약 1만5000㎞로 추정돼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신형 ICBM '화성-20형'이다. 지난해 공개된 '화성-19형'을 개량한 모델로 추진력과 연료 효율을 높인 신형 고체연료 엔진이 적용된 것으로 분석된다. 탄두부가 커지고 이동식발사대(TEL)는 러시아식 중앙 기립장치로 교체돼 적재량과 기동성이 개선됐다.

다만 아직 시험발사가 이뤄지지 않아 대기권 재진입과 다탄두 기술 완성 여부는 불확실하다. 그럼에도 북한은 화성-20형을 '최강의 핵전략 무기체계'로 선전하며 미국 본토를 직접 겨냥할 수 있음을 과시했다. 전문가들은 APEC 정상회의 전후 화성-20형 시험발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은 이번 당 창건 80주년을 외교적 성과의 장으로도 활용했다. 중국의 리창 국무원 총리, 러시아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또 럼 등 고위 인사들이 방북했으며 라오스·이란·베네수엘라·브라질 등 11개국 대표단이 참석해 북한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의 외빈단이 구성됐다.

김정은 당 총비서는 기념일 전후 약 일주일간 다섯 차례 공식 연설을 진행하고, 라오스·베트남·중국·러시아 정상급 인사들과 연쇄 회담을 가졌다. 이는 민생과 군심을 동시에 챙기며 내부 결속을 다지는 한편 핵무력을 기반으로 중국·러시아 등 우방국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그간 소원했던 사회주의권 국가들과의 관계 복원을 시도한 외교적 행보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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