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용사 추모 신곡 발표한 북한…"MZ세대 겨냥 영웅화 시도"
조선중앙TV, 러시아 파병 전사자 위한 신곡 3편 공개
전문가 "가사에 파병군 영웅화 흔적…젊은세대 결집 수단으로 활용"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최근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돼 희생된 군인들을 기리는 내용의 신곡들을 공개한 가운데, 이는 단순한 추모의 의미를 넘어 'MZ 세대'의 결집을 위한 새로운 '영웅 신화'로서 계속 활용될 것이라는 분석이 26일 제기된다.
조선중앙TV는 지난 22일 '조선인민군 해외작전부대 지휘관, 전투원들을 위한 축하공연' 현장을 1시간 20분가량 녹화방영했다. 방송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린 해외작전부대 국가표창 수여식에서 희생된 열사들의 초상화가 걸린 '추모의 벽' 앞에 헌화하는 장면으로 시작했다.
헌화를 마친 김 총비서가 4·25 문화회관에 들어서자 객석에 앉아있던 인민들과 군 장병들이 일어나 열렬한 박수로 그를 맞이했고, 이윽고 본격적인 축하공연이 시작됐다. 북한은 이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를 시작으로 올해 초 공개된 선전가요 '조국과 나의 운명' 등을 포함한 노래 총 11곡을 선보였다.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러시아로 파병된 참전용사들의 모습을 담은 '화면편집물'과 희생 군인들을 추모하는 내용의 신곡 3개를 선보이는 무대에 있었다.
약 20분간 재생된 화면편집물에는 지난해 10월 북한군들이 쿠르스크 지역에 처음 투입돼 겨울 눈밭 위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등 구체적인 전황이 담겼다. 또한, 올해 1월 1일 김 총비서가 새해를 맞아 타지에 있는 자국 군인들을 향해 감사와 격려의 의미를 담아 보낸 친필편지의 내용도 공개됐다.
영상이 끝나자 이날 무대에서 처음 공개된 '조국의 별들' '기억하리' '오직 승리' 등의 노래가 순서대로 연주되기 시작했다. 무대 내내 뒤쪽 화면에서는 장병들의 전투 모습과 그들의 전투 활약상을 요약한 문구를 담은 영상으로 재생됐고, 관객들은 이를 보며 혼자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거나 옆자리 사람과 얼싸안고 통곡하는 등 매우 엄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전문가들은 노래 속 가사에 주목하며 북한이 단순히 파병군인들의 업적과 희생을 기념하는 데서 나아가, 이를 계기로 내부 결집을 도모하기 위해 일종의 '영웅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분석했다.
예를 들어, 노래 '조국의 별들'은 희생 장병들을 두고 "빛나는 존엄과 명예를 지키자고 누구나 하나같이 빛나는 별들이 됐다"면서 "값비싼 그 희생을 조국은 잊지 않으리" "모두의 추억 속에 영생은 시작되리라"라고 했는데, 여기서 '영생'이라는 표현이 영웅적 요소를 내포한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이 영웅화를 위해 '추모의 벽' 설치와 '화면편집물'을 제작한 데 그치지 않고 신곡까지 제작하고 대대적인 축하공연을 펼친 것은 문화예술 분야의 영향을 크게 받는 장마당 세대(1980년대에서 1990년대 사이 출생한 세대)와 미래세대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방송은 관객석에서 추모공연을 감상하는 어린 남자아이의 모습과 무대 위 화면에 나오는 파병군들의 이름과 훈장 영상을 교차하면서 보여주기도 했는데, 이 역시 이날 발표된 신곡들이 후대에 전하는 '메시지'가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북한이 추모곡 3개를 발표한 것은 파병을 영웅화하려는 시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특히 기성세대보다 한국 드라마와 음악 등 외부문물에 많이 노출된 젊은 세대에게 효과적일 수 있는 '가요'를 전략적으로 활용했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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