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000만 원 받고 통일교육 한다며 '루지 탑승'…연구 실적은 '0건'

통일교육 연구 학교에 국고보조금 지원했지만, 일부 학교 사업 부실 확인

국립평화통일민주교육원 전경. (통일부 제공)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통일교육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국고보조금을 지원하는 '통일교육 연구(중심)학교'에서 학생들의 '루지 체험' 등 통일 교육과 연관성이 없는 활동에 사업 예산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학교의 통일교육 관련 연구 실적은 연간 0~1건에 그치는 등 사업이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정황이 확인됐다.

2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이재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립평화통일민주교육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부산의 한 중학교는 지난 2022년 통일교육 연구(중심)학교로 지정돼 총 1095만 원의 사업비를 집행했다.

그런데 당시 이 학교가 제출한 연간추진실적보고서에는 같은 해 7월 전교생과 통일동아리 학생 등이 참여한 '통영·거제도 현장체험학습'이 포함됐다. 학교 측은 부산 근교에서 통일 문화 콘텐츠를 확인한다는 취지로 통영 동피랑 마을을 둘러보고 '통영의 대표 루지 체험'을 진행했다.

해당 학교가 통일교육 연구(중심)학교 운영에 사용한 사업비 1095만 원은 전액 국고보조금으로 충당됐다. 학교가 부담한 비용은 0원이었다. 정산보고서에는 현장체험학습과 강사료, 통일행사, 협의회비 등에 국고보조금을 집행한 것으로 기재됐다.

연구(중심)학교의 부실한 연구 성과도 도마 위에 올랐다.

2022년 연구(중심)학교로 지정된 전남의 한 고등학교가 제출한 실적통계자료를 보면 통일교육 영상자료를 교과에 활용한 실적은 '0차시'였다. 관련 기관과의 협력 실적 역시 '0건'으로 집계됐다.

2023년 전남의 한 고등학교의 통일교육 수업지도안 개발 실적은 1건에 그쳤다. 해당 실적은 '평화통일 티셔츠와 배지 만들기'를 주제로 한 창의적 체험활동이었다. 통일교육 영상자료 활용은 '2차시'로 기록됐으며 관련 기관과의 협력 실적은 없었다.

전북의 한 고등학교 역시 2024년 수업지도안 개발 실적이 1건이었다. '8·15 광복 이후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과정과 의의'를 주제로 한 한국사 수업지도안이 유일했다.

2년 연속 사업을 진행한 학교에서 제출한 연간추진실적보고서의 내용이 사실상 반복된 사례도 의원실에 포착됐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가 제출한 2024년과 2025년 연간추진실적보고서를 비교한 결과, 첫 페이지 내용의 유사도는 99.8%에 달했다. 두 해 모두 사업비는 각각 980만 원으로 전액 국고보조금이었으며 학교의 부담금은 없었다.

통일교육 연구(중심)학교는 학교 통일교육의 지역 거점학교를 육성해 지역사회 내 통일교육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사업이다.

국립평화통일민주교육원이 시도 교육청에 학교 지정을 요청하면 각 교육청이 연구(중심)학교를 선정하고, 교육원은 운영계획 수립과 운영 지도, 국고보조금·학습자료 등을 지원한다. 연구학교가 개발한 통일교육 수업모델을 일반 학교로 확산하는 것도 사업의 주요 목적이다.

정부가 이 사업에 투입한 예산도 적지 않다. 최근 5년간 국고보조금 지원액은 2022년 3억 2400만 원, 2023년 3억 2400만 원, 2024년 3억 2400만 원, 지난해 1억 1500만 원, 올해 1억 900만 원 등 총 12억 5800만 원이다.

교육원은 선정된 학교가 사업 목적과 취지에 맞게 운영되도록 매년 운영 계획을 수립하고 국고보조금 지원과 컨설팅, 운영 점검·모니터링 및 자체 운영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원은 연구학교 학생들의 통일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일반 학교보다 높게 나타나는 등 사업 성과가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은 연구학교 학생이 56.3%로 일반 학교 학생 53.7%보다 2.6%포인트(p)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이재강 의원은 "통일교육 활성화를 위해 국민 세금을 투입하면서 사업 취지와 거리가 있는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일부 학교의 연구 실적마저 부실한 것은 문제"라며 "국립평화통일민주교육원이 예산 집행부터 연구 성과까지 사업 전반의 관리·감독 체계를 재점검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gerra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