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 재개 대비 '실탄' 늘린다…통일부, 경협 융자 1400억 늘려

[2027 예산안] 남북협력기금, 2년 연속 1조원대…철도·도로 등 SOC 협력 대비
통일교육·북한 자료 공개 확대…경원선 복원에 238억

정부서울청사 통일부 모습. 2022.3.23 ⓒ 뉴스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통일부가 남북 관계 개선과 경제 협력 재개 가능성에 대비해 내년도 남북협력기금을 1조 원대로 유지하고, 남북 철도·도로 사업 등에 투입할 수 있는 경협기반 융자 예산을 2000억 원 수준으로 대폭 확대한다. 통일교육 인프라 확대와 북한 자료 공개를 통한 국민의 북한 정보 접근성 제고도 주요 과제로 삼아 예산을 배정했다.

통일부는 2027년도 정부 예산·기금안으로 올해 1조 2447억 원 대비 0.82%(102억 원) 증가한 총 1조 549억 원을 편성했다고 1일 밝혔다. 일반회계는 올해보다 10억 원(0.4%) 늘어난 2434억 원, 남북협력기금은 92억 원(0.91%) 증가한 1조 115억 원이다.

정부 전체 예산안 기준 통일 부문 예산 역시 올해 1조 2819억원에서 내년 1조 2956억원으로 늘어난다. 이 가운데 남북협력기금은 1조 23억 원에서 1조 115억 원으로 확대된다. 정부는 통일교육 인프라 확대 등을 통한 국민의 대북·통일 인식과 정책 참여 역량 제고를 내년도 외교·통일 분야의 주요 투자 방향으로 제시했다.

北 조용하지만…남북 경협 재개 대비해 경협기반 융자 591억→1994억원

남북협력기금 사업비는 올해 1조 1억 원에서 내년 1조 94억 원으로 93억 원 늘어난다. 통일부는 2년 연속 1조원대 사업비를 편성해 남북 교류 협력 재개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남북 경협 재개에 대비한 경협기반 융자 예산을 올해 591억 원에서 내년 1994억 원으로 3배 이상 늘렸다. 이는 남북 당국 간 합의에 따라 경협사업이 재개될 경우 철도·도로 연결 등 사업에 실제 투입할 수 있는 재원이다. 경협기반 융자는 2022년까지 2000억 원대를 유지하다 이후 줄어 올해 590억 원 수준까지 축소된 바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남북 간 사회간접자본(SOC) 개선과 관련해 융자 사업을 쓸 수 있게 된다"라며 "이 부분에 예산안 중 가장 큰 비중을 담았다고 보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남북협력기금 가운데 구호지원과 민생협력지원, 경협기반 무상 사업 등은 각각 15%가량 감액됐다. 구호지원은 1122억 원에서 954억 원으로, 민생협력지원은 5554억 원에서 4721억 원으로 줄었다. 경협기반 무상 사업 역시 2209억 원에서 1878억 원으로 감소했다.

이는 낮은 집행률로 남북협력기금이 정부의 재정사업 성과평가에서 부진 사업으로 평가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내년도 전체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저성과·비효율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 재량지출 38조 6000억 원을 줄이는 등 대규모 지출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전체 사업의 10% 이상인 2100여 개 사업을 폐지하는 등 성과 중심의 재정 운용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통일교육·북한 자료 공개 확대…'국민 접근성' 높인다

일반회계에서는 평화·통일·민주시민교육 예산이 올해 159억 원에서 내년 253억 원으로 75억 원 가까이 늘어난다. 통일부는 기존 안보 중심 통일교육에서 평화 공존과 대화·협력, 민주적 가치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교육 패러다임을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평화통일민주교육위원을 교원 중심으로 개편해 기존 1000명에서 4000명으로 늘리고 연말까지 1만 명으로 더 늘린다는 계획이다. 관련 활동지원 예산은 1억 원에서 71억 원으로 확대된다. '찾아가는 학교 평화통일교육' 대상은 480개교에서 840개교로, 평화통일교육 선도대학은 12곳에서 22곳으로 늘어난다.

내년 초 문을 열 예정인 '동북아평화자료원' 운영과 북한자료 공개 확대에도 추가 예산이 투입된다. 동북아평화자료원 운영 예산은 올해 16억 원에서 내년 156억 원으로 늘고, 북한 자료 공개 기반 강화를 위한 예산 7억 원도 신규 편성됐다. 자료원은 북한·동북아 평화 관련 자료를 전시·교육·연구·기록하는 디지털 아카이브로 운영된다.

특히 정부는 북한 자료 공개 확대를 중기 재정 운용 방향에도 포함했다. 2026~203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은 북한 자료 공개 확대를 통한 국민의 북한 정보 접근성 제고를 추진하고, 북한자료센터를 기존 1실에서 7실로 확대·개편해 수집·관리·축적한 통일·북한 관련 자료의 대국민 이용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통일부는 북한 자료 공개 확대에 따라 국민이 직접 자료를 접할 수 있는 전시·시사회를 추진하고, 청소년 등이 북한 자료를 이해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과 설명자료도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 7월26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의 접경지역 마을의 모습. 2026.7.26 ⓒ 뉴스1 최지환 기자
제2하나원 개편·DMZ 사업 확대…북한인권재단 예산은 대폭 삭감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체계도 개편한다. 기존 제2하나원이었던 화천 분소를 탈북민(북향민)의 직업교육과 심리치료 등 지역사회 정착을 지원하는 기관으로 전환하고, 이를 위한 '북향민 지역적응 통합지원' 예산 29억 원을 신규 편성했다. 화천군민에게 내과·치과·한방과 등 의료서비스도 제공한다.

DMZ 접경지역에서 국민이 평화를 체험하는 사업 예산도 3억 8000만 원에서 14억 6000만 원으로 늘어난다. DMZ 평화의 길과 지역축제를 연계하고 DMZ 국제포럼과 평화걷기를 확대하는 한편, 5억 3400만 원을 들여 '평화통일 마라톤'을 새로 추진한다.

남북협력기금에는 'DMZ 평화이음 열차' 운영 예산 4억 2800만 원도 신규 편성했다. 통일부는 올해 시범 운행한 열차를 내년부터 월 8회 운행할 계획이다.

경원선 복원 사업에는 남북협력기금 238억 원이 편성됐다. 통일부는 올해 환경영향평가 재협의 등을 거쳐 공사 재개를 준비한 뒤 내년부터 공사에 착수해 2029년 말 완공한다는 목표다.

한편 2016년 이후 이사회가 구성되지 못해 장기간 집행되지 않은 북한인권재단 운영 예산은 올해 4억 7500만 원에서 내년 5000만 원으로 사실상 전액 삭감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10년 이상 북한 인권 관련 예산을 반영해 왔는데 전액 불용된 현실을 반영했다"라며 "내년에는 상징적으로 5000만 원을 편성했고, 여야 합의로 이사회가 구성되면 즉시 예비비를 신청해 필요한 예산을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설명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