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도 공감이 먼저다…통일부가 놓친 한 발짝[한반도GPS]

앞서간 정책, 뒤처진 공감…남북관계 개선도 사회적 공감이 먼저

편집자주 ...한반도 외교안보의 오늘을 설명하고, 내일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한 발 더 들어가야 할 이야기를 쉽고 재밌게 짚어보겠습니다.

조현 외교부 장관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2026년 을지연습 준비보고회의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2026.8.6 ⓒ 뉴스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통일부가 속도감 있게 추진해 온 '한반도 평화 공존·발전' 구상의 추진에 제동이 걸린 듯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통일부의 몇 가지 정책 추진에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면서입니다.

통일부는 대북정책 추진을 위해 공조해야 할 외교부와도 박자가 맞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난 5일 이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가 끝난 뒤 조현 외교부 장관은 통일부와 사전 조율이 없었다면서, 통일부의 구상이 "이상적이다"라고 비판했습니다.

평화를 향해 한 걸음 앞서 나간 통일부가 정작 그 정책을 뒷받침할 공감과 조율은 놓친 것이 안팎의 '속도 조절론'이 제기된 이유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업무보고에서 신중론 제기한 李 대통령…대북정책 기조 변화 감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업무보고에서 '한반도 평화 공존·발전'의 구상을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 장관은 '주적' 용어 사용 자제, 북한의 정식 국호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혹은 '조선'의 사용 필요성 등을 거론하며 이를 남북 간 상호 존중과 신뢰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더불어 북한의 참가가 유력한 러시아의 동방경제포럼(9월)에 정부 대표단을 파견해 북한과의 대화 접점을 찾고, 한국·북한·미국·중국 간의 4자 회담을 추진하겠다는 등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통일부 주도의 외교적 방안'도 함께 보고했습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북한의 정식 국호 부르기에 대해 "논쟁의 여지가 있는 일이다. 우리가 선의로 하는 일이 왜곡되거나 과장돼 반격의 명분이 되고 오히려 반통일·반평화·반공존과 적대의 무기가 되는 수가 있다. 정말로 잘 고민해야 할 것 같다"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 공약이었던 9·19 남북군사합의의 선제적 복원에 대해서도 "우리의 선의대로 하는 게 과연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플러스냐. 약간의 의문이 들 때도 있다"라고 밝히면서, 정부 출범 후 통일부가 펼친 대북정책에 회의적인 모습마저 보였습니다.

이 대통령은 정 장관을 질책하거나, 통일부가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엄중한 '지시'를 내리진 않았습니다. 아주 부드러운 말투로, 그간의 자신의 생각과 대통령으로서의 걱정을 내비친 듯한 모습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게 여러 유화책을 펼치는 것이 '무리수'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지해 왔던 이 대통령의 태도와는 분명한 온도 차이가 감지됐습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하반기 업무보고에선 "'정부의 대북정책'을 실현할 주무 부처는 통일부"라며 큰 힘을 실어준 바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북한이 우리의 제안에 호응하지 않으며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핵능력을 계속 고도화하고, 탄도미사일 도발과 전방 배치로 실질적 위협을 가하는 상황이 심화하자 대통령의 마음도 좀 흔들린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중국·러시아 등 북한을 대화 테이블에 앉힐 수 있는 주요국도 오히려 북한의 편에 서서 북한의 행보를 비호하고 있습니다.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통일부의 선제적 조치들은 지난 1년간 정쟁의 소재로 소비되기도 했습니다. '주적' 표현 사용 자제와 '조선' 국호 사용, 9·19 군사합의 복원 등은 갈라진 한국 사회에서 색깔론에 기반한 논쟁과 다툼의 주요 소재였던 것이 사실입니다.

잠시 주변 둘러볼 때…공감도 '옳음' 못지않게 중요하다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마을 모습. 2025.11.18 ⓒ 뉴스1 이재명 기자

문제는 통일부의 정책 추진 방식입니다. 정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공세적인 대북 유화책을 꺼내왔습니다. '속도가 빠르다'라는 지적에도 정 장관은 정책의 추동을 늦추지 않았습니다.

사실 어떤 정책이 옳은지, 아닌지는 결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결과가 나지 않고, 정부의 의도와 반대의 상황이 펼쳐지면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정책의 방향이 아무리 옳더라도 국민적 공감과 부처 간 조율이 부재한 정책은 추진력을 얻기 어려운 것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이 대통령이 업무보고에서 통일부의 정책을 "메아리 없는 함성"이라고 표현한 것엔 꽤 묵직한 메시지가 담긴 듯합니다.

평화는 선의만으로 이뤄질 수 없습니다.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정책의 속도와 충분한 사회적 공감이 이뤄져야 비로소 정책도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주변의 속도와 국민의 정서를 함께 살피지 못한다면, 평화를 위한 정책은 공감을 얻기보다 또 다른 사회적 갈등만을 키울 수 있습니다. 아직 통일부가 '틀렸다'라는 결론을 내기엔 이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통일부가 한 걸음 더 내딛기 전에 주변을 먼저 둘러볼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gerra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