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의, 평화에 도움되는지 의문"…李 대통령, 대북정책 톤 조절?

하반기 업무보고서 북한 국호 부르기 등 통일부 정책에 "참 어려운 일"
전문가들 "불필요한 정쟁·메시지 관리에 주의 당부한 것"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국가보훈부 2차 업무보고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8.5 ⓒ 뉴스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윤주현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해 "우리가 선의로 하는 일이 과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플러스냐(도움이 되느냐), 약간의 의문이 들 때도 있다"라고 말했다. 통일부가 주도하는 '대북 평화 정책'에 대한 북한의 부정적 반응과, 국내의 갈등 등을 언급하며 나온 말이지만,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대북 유화책'으로도 불리는 정부의 대북정책의 톤을 조절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진행된 통일부 등의 업무보고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주장하는 '북한의 정식 국호(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부르기'를 언급하며 "선의로 하는 일이고,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확신을 하시는 일일 텐데, 논쟁의 여지는 있는 일이다. 최근에 한번 심하게 반격당하셨죠"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선의로 하는 일이 왜곡되거나 과장돼 반격의 명분이 되고, 오히려 반통일·반평화·반공존과 적대의 무기가 되는 수가 있다"며 "안보 문제와 통일 문제, 남북 관계 분야가 주로 그렇다. 평생 최선을 다했는데, 마치 선의를 북한을 이롭게 하는 하는 반국가 행위인 것처럼 공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은 가치와 이상을 가지고 있지만 표현에 꼬투리가 잡혀 정쟁으로 휘말리면 원래 하고자 했던 것보다 오히려 나쁜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며 "(논의의) 지평이 넓어진 효과는 있다. 희생을 치르면서 이제 좀 더 나은 상황을 만드는 측면도 있다. 그런데 그거 정말로 잘 고민해야 될 것 같다"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 공약인 9·19 남북군사합의 복원 문제에 대해서도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것이냐', '안보를 포기하는 것이냐'라는 반격이 나온다"며 "우리의 선의대로 하는 것이 과연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플러스인지 약간의 의문이 들 때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러한 발언을 신중한 어투와 표정으로 말했다. 이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자주 포착됐던 압박이나 질책성 어투와는 확연히 달랐다. 통일부에 '정책의 전환'을 직접 주문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지난 1년간 진행해 온 대북정책이 북한을 움직이진 못하고 한국 사회의 찬반 논쟁, 진영 다툼만 심화한 한 것에 대한 회의적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도 볼 수 있는 발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국가보훈부 2차 업무보고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8.5 ⓒ 뉴스1 이재명 기자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북한에 유화적인 방식의 대북정책에 속도 및 톤 조절을 주문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한다. 9·19 남북군사합의 복원이나 북한 국호 부르기 등은 모두 북한을 대화로 나오게 하기 위한 유인책의 성격이 있었는데, 북한의 대남 무시 전략이 심화하면서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이제 이와 같은 정책 추진을 잠시 멈출 때가 아니냐는 의중을 최대한 부드럽게 드러냈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이 대통령은 실제 이날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정 장관을 여러 차례 격려했고,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반론과 비판에 대해 정 장관에게 "억울하시겠지만"이라며 자신이 관련 비판 등에 동의하진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또 통일부가 북한자료센터를 확대·개편해 경기 고양시에 조성 중인 '동북아평화자료원'을 두고 일부에서 '북한 자료를 전시하기 위해 수백억 원을 들이는 북한 도서관'이라는 주장을 펴는 데 대해 "팩트가 다른 악의적인 왜곡·조작에는 강력하게 대응하라"며 "필요하면 법적 제재도 가하라"라고 지시하며 통일부의 편을 들어줬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정 장관이 이날 남북협력기금법 시행령을 개정해 접경지역 평화경제특구와 민간 통일운동, 북한학 연구 생태계 등을 지원하겠다고 보고하자 "일리 있는 말씀 같다"면서도 "통일부 입장이 다 맞는 것인지 아직 판단이 안 섰다. 반대하는 부처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신중한 자세로 통일부의 업무보고를 청취했다.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통일부가 용어 논쟁이나 정치적 프레임에 휘말리지 않도록 신중함을 요구한 것이라면서도, 통일부를 질책하거나 대북정책의 속도 조절을 주문한 것으로 보기는 조심스럽다고 해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속도 조절의 개념보다는 용어 자체를 계속 정쟁화하거나 논쟁화하지 말아 달라는 취지로 이해된다"며 "통일부가 추진하는 평화 공존 정책의 방향성은 인정하면서도 논란이 될 세부적인 부분에는 신중성을 요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예를 들어 '북한'이라는 말이 사회적 폐해를 가져오는 것도 아닌데 국가가 나서서 용어를 바꾸려 하면 정치적 의도가 있는 걸로 해석될 수 있다"며 "언어는 사회적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바뀌는 것이지 국가가 굳이 논쟁을 야기할 필요는 없다. 통일부가 용어 문제에 지나치게 에너지를 쏟는 것을 제어하려는 측면은 있어 보인다"라고 짚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통일부가 충분한 자료와 논리를 갖추고 국민에게 사업의 취지를 적극적으로 설명하라는 주문"이라고 해석했다.

양 석좌교수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을 제시하니 정쟁거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포함돼 있다"며 "국민을 설득할 근거를 철저히 준비하면 통일부의 선의가 악의로 왜곡되지 않고 한반도 평화에 대한 공감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