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선 비핵화, CVID 폐기'…북핵 우선 중단 전략 구체화"(종합)
"'선 평화론'으로 접근 방식 전환"...'비핵화 포기' 비판 제기될 듯
- 김예슬 기자, 윤주현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윤주현 기자 =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23일 취임 1주년을 맞아 지난 1년간 정부가 북핵 문제 정책 기조를 '선(先) 비핵화', '선 핵폐기'에서 '선 평화론'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이날 취임 1주년을 맞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선 비핵화론, 선 핵폐기론을 폐기하고 선 평화론으로 접근 방식을 전환했다"라며 "이것이 이재명 정부의 평화전략 개혁"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특히 북핵 문제의 완전 해결을 뜻하는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도 폐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가 '북핵 우선 중단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이 같은 정 장관의 발언은 '중단-축소-폐기'를 수순으로 내세운 이재명 정부의 북핵 정책에 대한 부연 설명으로 볼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라는 틀의 대북 END 구상을 제시한 바 있는데, 이중 'D'에 해당하는 비핵화 정책을 구체화한 것이 '중단-축소-폐기'라고 볼 수 있다.
다만 END 구상은 선후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동시다발적'으로 상호 추동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었는데, 이날 정 장관의 발언은 교류와 관계 정상화보다 비핵화가 후순위라는 취지로 해석될 소지가 있어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정 장관은 "이 시간에도 북한의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생산, 핵탄두 증강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며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가 90개 안팎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시간을 계속 지연해도 되는가가 통일부의 문제의식"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 장관은 이날 이재명 정부 통일부가 남북 간 적대와 대결의 악순환을 끊고 평화 공존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이른바 '7대 개혁'을 추진해 왔다고 밝혔다.
정 장관이 제시한 7대 개혁은 △조직 안정 △일상 평화 회복 △평화 공존 정책으로의 전환 △북핵·평화전략 개편 △규제 완화 △평화통일교육 개혁 △탈북민(북향민) 인식 개선 등이다.
정 장관은 조직 개혁과 관련해 통일부 인력이 과거 최대 수준에 근접했다고 평가했다. 경기 고양시 킨텍스 인근에 조성 중인 동북아평화자료원에 상주 인력 약 25명을 배치하고, 장관 직속 '한반도평화경청단'을 신설해 시민사회와 대학가의 의견을 듣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학 연구 생태계에 대한 지원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북한학과가 사실상 동국대 한 곳만 남고 연구자들의 진로와 사기가 크게 위축됐다"며 남북협력기금법 시행령을 개정해 북한학 석·박사 연구자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지난 1년간 가장 두드러진 성과로 접경지역 주민들의 '일상 평화 회복'을 꼽았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직후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과 시설 철거를 지시하고,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흡수통일 불추구 △북한 체제와 주권 존중 △적대행위 불추진 원칙을 제시한 점을 언급하며 "대통령의 철학과 결단이 결정적으로 주효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정부가 무인기 침투 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이후 북한도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명의 담화를 통해 이를 평가했다며 "폐허가 된 남북관계 속에서 신뢰가 쌓이기 시작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아울러 대북전단 살포를 제한하는 관련 법 개정과 접경지역 무인기 비행을 금지하는 항공안전법 개정을 마무리했다며 "민간의 일탈 행위를 제외하면 지난 1년간 전단과 무인기가 사실상 사라졌다"라고 주장했다.
통일부는 이 같은 흐름을 제도화하기 위해 9·19 군사합의 복원을 추진하고, 접경지역 지방자치단체장들과 평화경제특구 조성 및 접경지역 보상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정 장관은 전 정부의 대북정책을 '자유의 북진 정책'으로 규정하며 이를 폐기하고 '한반도 평화 공존 정책'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또 기존 북한인권센터 사업을 중단하고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들어설 시설을 '한반도 평화공존센터'로 확대·개편하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은 자신이 제시해 온 '통일 지향의 평화적 두 국가' 구상에 대해서는 "북한의 국가성을 인정하면서도 남북 특수관계와 통일 지향성을 함께 유지하는 것"이라며 "원효대사의 불일불이론처럼 하나는 아니지만 완전히 둘도 아니며, 언젠가는 하나가 되는 관계"라고 말했다.
민간의 대북 접촉과 정보 접근에 대한 규제도 완화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북한 주민 접촉지침을 폐지해 사실상 허가제처럼 운영되던 민간 접촉을 폭넓게 허용하고, 노동신문을 일반자료로 전환해 접근 통제를 없앴다고 말했다.
통일교육 역시 북한의 위협을 강조하는 안보 중심 교육에서 평화 공존과 대화·협력, 민주시민 가치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전국 초·중·고교에 평화통일교육위원을 학교당 1명 이상 위촉하고 활동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예산당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은 북한이탈주민을 지칭하는 공식 용어도 '탈북민'에서 '북향민'으로 바꿔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탈북민은 소외와 차별의 언어이고 북향민은 정서적 안정과 통합의 언어"라며 "정부는 이미 북향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만큼 언론도 이를 검토해 달라"라고 요청했다.
이어 1995년 기자협회와 방송기자단체가 남북 화해와 협력에 기여하기 위한 보도준칙을 발표했던 점을 거론하며 "상대방의 호칭과 국가 명칭을 그대로 불러주자는 취지를 다시 깊이 성찰해 달라"라고 말했다.
탈북민 정착교육시설인 하나원의 운영 방식도 통제와 관리 중심에서 자율과 개방 중심으로 바꿨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하나원 교육생의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하고, 올해 7월 수료생부터는 기업인 양한종 씨의 기부금을 활용해 신형 휴대전화를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입국 인원 감소로 기능이 축소된 강원 화천 제2하나원을 보안시설에서 해제해 탈북민 심리치료와 지역주민 의료·문화시설로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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