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개별관광' 카드 또 꺼낸 정부…현실화까진 첩첩산중
관광업 주력 김정은…정부 대북 유화제스처
'적대적 두 국가' 기조 속 北 반응은 미지수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정부가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북한 지역 개별 관광'을 제시했다. 최근 북한이 관광사업에 큰 관심을 보이는 만큼, 이를 양측 간 단절 국면을 타개하고 교류·협력을 촉진할 새로운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북한의 호응은 물론 미국과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현실적 난관이 많다는 지적이 22일 제기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1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평화 보따리를 마련하겠다"면서 다양한 대북 사업 구상을 내놓았다. 특히 이날 정 장관은 북한의 원산갈마지구에 '평화 관광'을 추진하겠다며 3단계 구상을 제시했다.
1단계로 제3국 국적을 가진 재외동포들의 개별관광을 추진하고, 2단계로 중국 관광객이 원산갈마에서 속초와 서울을 오가는 남·북·중 환승관광, 마지막 3단계로는 우리 국민이 갈마지구를 직접 방문하는 형태다.
이는 현재 북한이 가장 공들이는 분야가 다름 아닌 관광업이라는 점에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무려 10년 숙원사업이었던 리조트인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를 지난 6월 완성하고, 외국인 손님맞이에 적극 나선 바 있다.
북한 지역 개별관광이란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 때 제시된 개념으로 개인이 비영리단체 또는 중국 등 제3국 여행사를 통해 방북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전까지 금강산을 비롯한 북한 관광은 남북 간의 공식적 합의로 현대아산 같은 공식 사업체를 통한 단체관광 형식으로 진행됐는데, 이런 방식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저촉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일자 당시 정부는 이를 우회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별관광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고안해 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이 규정하고 있는 대북제재에 '관광'은 포함돼 있지 않다. 실제로 북한에서 외국인 관광이 가장 활성화됐던 지난 2018년에만 공식적으로 20만명의 외국인이 북한을 오갔는데, 이들은 제재 위반 사례에 해당하지 않았다.
문제는 안보리 결의안이 '벌크캐쉬'(대규모 현금)가 북한으로 이전되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북제재에 있어 벌크캐쉬의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일반적으로는 1만 달러 이상을 일컫는다.
과거 금강산 관광 역시 주사업자인 현대 아산이 매달 한 번씩 관광객 인원별 비용을 북측에 다량으로 전달하면서 문제가 됐다.
다만, 당시 정부는 개별관광의 경우 개인이 북한에 관광을 가서 숙식비 등의 서비스 이용료를 소액으로 지불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는 벌크캐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정부는 개별관광이 유엔 대북제재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이 북한과 거래하는 개인·기업을 상대로 하는 제재인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대상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현정부 역시 이런 판단 아래 7년 만에 다시 개별관광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파악된다.
관건은 대북제재를 완화 또는 해제하기 위한 한미 간 협의에 있다. 개별 관광이 이론상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직접 저촉되지는않지만, 결과적으로 북한 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입장에서는 우려를 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당시 우리 정부가 북한 개별관광을 추진하자, 당시 주한 미국대사였던 해리 해리스는 "대북제재 틀 내에서 여행은 인정된다"면서도 "여행자가 (북한에) 들고 가는 것 중 일부는 제재에 걸릴 수 있다. 추후 유엔이나 미국 독자 대북제재를 촉발시킬 오해를 피하기 위해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며 한미 간 조율이 필요한 사안임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개별관광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북한의 호응이 필요하다. 개별관광 과정에서 정부 간의 공식적인 합의는 거치지 않지만, 관광객들이 제3국을 통해 방북하려면 결국 북한 당국의 암묵적인 승인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은 지난 2023년 연말 이후로 '적대적 두국가' 기조 아래 한국을 완전히 외면하고 있다. 그간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쏟아진 각종 대북 유화책에도 별다른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북한이 우리 정부의 관광 제안에 반응을 보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에 정부는 북한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한 여러 카드를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진행된 비공개 업무보고에서 통일부의 대북제재 완화 언급에 이명박 정부 때의 '5·24 조치'를 의미하는 것인지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치는 지난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 직후 정부가 발표한 대북제재 조치로, 남북교역 중단, 대북 신규투자 불허, 대북지원 사업 보류,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불허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후 사실상의 인도적 지원과 민간 접촉이 재개되면서 이 문서는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다. 이날 정 장관 역시 "2010년으로부터 2020년까지 10년 사이 실효성이 많이 허물어졌다"며 "(해제를) 발표하게 되면 통일부가 하게 될 것"이라며 남북 간 대화와 교류를 제한하던 행정 조치가 완화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plusyou@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