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 지운 '한반도평화공존센터' 밑그림 나왔지만…정체성은 모호
'남북 교류협력'과 '북향민 정체성'을 함께 다루겠다는 구상
지난 정부서 정해진 설계도 있는데…12억 들여 설계 '리셋'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통일부가 지난 정부에서 추진한 '국립북한인권센터' 설립 계획을 백지화하고 이를 '한반도평화공존센터'로 전환해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정권 교체로 인해 센터의 명칭과 건립 목적 등이 갑작스레 바뀌면서, 결과적으로 센터의 역할과 정체성이 모호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통일부는 '한반도평화공존센터 추진계획안'에서 센터의 건립 목적을 크게 세 가지로 명시했다. △남북 간 평화 공존의 항상성 유지를 위한 사회적 거점 구축 △실향민·북향민(탈북민) 경험 공유를 위한 체감형 플랫폼 확보 △한반도 미래를 위한 시민사회 및 국제사회 공론장 준비 등이다.
새로운 명칭에서도 잘 드러나듯, 센터의 가장 큰 건립 목적은 남북 간 교류협력과 평화적 공존을 추구하는 정부의 정책을 부각하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계획안은 "현재 분단의 고통과 남북 간 단절의 폐해가 심화한 가운데 공존의 가치를 확산하기 위해 민간단체·기업·학술단체 등을 위한 상설 공간을 만들고, 시민사회와 국제사회에게 공론장을 제공한다"면서 "다양한 세대와 계층 간 직접 대화 및 참여를 통해 한반도 평화 공존의 공감대를 확산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동시에 계획안은 실향민·북향민들을 위한 공간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계획안은 "실향민·북향민들의 경험 공유를 통해 북한 주민의 일상을 복원하고, 이들의 정체성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며 "이들의 구술을 바탕으로 한 디지털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관련 전시 공간을 구성하겠다"라고 언급했다.
이를 위해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미국평화연구소(USIP)',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자료관', 독일 '베를린 토포그라피 오브 테러' 등의 해외 평화 상징 복합공간들을 참고할 예정이라고도 덧붙였다.
북향민들의 존재를 강조하고 북한 내 주민들의 일상을 조명하겠다는 것인데, 당초 센터의 건립 취지였던 '북한인권' 관련 내용을 일부 남겨두되 최대한 희석시키겠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그러나 여기에 현 정부 기조에 맞춰 '남북 간 교류·협력'과 '시민들의 사회적 공론장' 역할까지 함께 추진하다 보니, 센터의 뚜렷한 방향성이 한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정권 교체에 따라 센터 사업이 전면 백지화되고 처음부터 다시 추진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계획안에 따르면 한반도평화공존센터의 총 사업예산 약 396억 원 가운데 12억 5800만 원은 설계비에 해당한다. 지난 정부 당시 '국립북한인권센터' 설계 공모전을 통해 아키미르의 설계안이 최우수 당선작에 선정됐음에도 이를 버리고 설계부터 다시 하겠다는 것이다.
통일부는 △2026년 1월~3월에 건축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2026년 6~7월 부지선정위원회를 구성 △2026년 8월 설계 시작 △2028년에 착공해 2030년 준공할 예정이다.
당장 한 달여 뒤부터 계획이 개시되기 위해서는 우선 센터의 명확한 건립 목적을 선명하게 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난 1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북한인권센터 건립 예산 81억 7600만 원을 전액 삭감하고, 한반도평화공존센터 건립 예산을 32억 원 신규 책정하는 내용이 포함된 통일부의 내년 예산안을 의결했다.
당초 통일부는 센터 건립에 1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책정했지만, 야당 의원들이 센터 건립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여당 의원도 일부 공감하면서 최종 책정 예산이 20%가량 쪼그라든 것이다.
이재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반도평화공존센터가 단지 전 정권 사업의 대체재가 아니라 한반도 평화와 공존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정책 인프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면서 "최근 통일부가 이산가족 관련 기록을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디지털화하는 사업을 준비 중인 만큼 센터를 이산가족을 매개로 남북 간 교류와 평화를 지향하는 공간으로 추진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plusyou@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