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APEC 계기 북미정상 회동 '촉각'…기대되는 무대 뒤 韓 역할은

2019년 판문점 '깜짝 회동' 때 물밑 조율 주도 전례
북미 접촉 추진 시 의전·경호 등 실무 지원 집중할 듯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만나 악수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 기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를 만나고 싶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하면서 두 사람의 '깜짝 만남' 가능성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맡겠다고 공언한 만큼, 북미 정상회담 개최된다면 한국이 양측 간 적극적인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일본, 한국 등 아시아 순방 일정을 위해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원)에 오르면서 김 총비서와의 회동 의사를 강력하게 밝혔다.

그는 취재진들이 '한국 비무장지대(DMZ)에서 김 총비서와 만날 가능성'이 있냐고 묻자 "그는(김정은) 우리가 그쪽(한국)으로 가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나는 만남에 100% 열려 있다. 김정은과 나는 잘 지내왔다"고 답한 것이다.

이어 '북한이 대화의 전제로 핵 보유국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는 질문에는 "북한은 일종의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무기 보유국)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북한이 핵무기를 가진 현실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통해 김 총비서를 대화 테이블로 불러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 총비서는 지난달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해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라고 밝힌 바 있다.

韓, 2019년 '판문점 회동' 때 물밑 조율 전례…이번에도 '가교' 될까
지난 2019년 6월 30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회동을 마친 후 판문점을 나서고 있다. ⓒ 로이터=뉴스1

북한은 아직 트럼프 대통령의 제의에 대한 직접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6일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는데, 일각에선 정상회담 '핵심 수행원'의 해외 출장을 공개한 것은 북미 정상 회동 가능성이 작아졌다는 방증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그럼에도, 북한이 직접적인 메시지를 발신하기 전까지 북미 정상 회동 가능성의 '불씨'는 살아있다는 희망 섞인 관측은 여전하다.

지난 2019년 6월 판문점 깜짝 회동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제안 이후 북미 양측이 만나기까지 32시간이 걸렸다. 당시 북미 정상 간의 '번개 만남'이 가능했던 것은 청와대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윤건영 당시 국정기획상황실장이 북한과 미국 실무자들과의 접촉을 통해 각 정상들의 하차 지점과 동선 등을 정하고, 경호·의전 문제를 해결했다는 후문이다. 이번에도 북미 회담이 성사된다면 한국 정부의 역할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남북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지만, 6년 전처럼 급하게 진행된다면 정부의 막후 역할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더욱이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피스메이커'로, 자신을 '페이스메이커'로 비유하며 북미 사이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줄곧 강조해 온 상황이기도 하다.

李 대통령 동행 여부는 미지수…우선 의전·경호 등 실무적 지원에 집중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아울러 이번에 북미 정상 간 회동이 성사되더라도, 남북 대화가 단절된 상황에서 2019년 때처럼 우리 정상이 판문점에 동행할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다.

정부는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경주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서울까지 올라가는 차량 또는 전용 헬기를 비롯해 북미 소통에 필요한 장비 등 실무적인 지원에 일단 집중하고자 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24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최근 들어 판문각 청소와 화단 정리 등 미화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북미 회담에 대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차량과 통신 등 여러 분야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질 경우를 대비해 (정부가) 할 일을 다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에선 우리 정부가 이번에 APEC 정상회의라는 21개국 정상들이 참석하는 대규모 국제행사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기도 한다.

즉, 6년 전과 달리 북미 회동 지원에 정부 역량을 집중하기 어려울 수 있고,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북미 회동이 이뤄질 수도 있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더욱 쉽지 않은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plus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