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 완화, 스포츠가 또 마중물?…9월엔 南에서, 내년엔 北에서
9월 광주 양궁선수권대회에 北 초청…내년엔 평양에서 탁구선수권대회
새 대외 기조 정할 北 9차 당 대회 결정이 관건
-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남북이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대화의 물꼬를 텄던 경험을 되새길 계기가 순차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3일 통일부에 따르면 '광주 2025 현대 세계양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는 지난달 27일 통일부로부터 대북 접촉을 승인받았다. 따라서 조직위와 광주시는 직접 북한에 접촉해 9월(5일~12일)에 열릴 대회에 참가 요청을 할 수 있게 됐다.
광주시와 조직위는 접촉 승인을 받은 직후 세계양궁연맹을 통해 북한 대표단의 초청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우에 따라 직접 북한 측에 초청 의사를 전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은 세계양궁연맹 회원국으로 국제대회 참가 자격이 있다. 세계선수권대회는 올림픽과 달리 쿼터(지역예선)을 거치지 않아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원국 선수(국가대표)라면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가할 수 있다. 북한의 양궁 실력은 아시아에서는 메달권을 노릴 수 있는 수준으로 전해졌다.
현재 냉랭한 남북 정세의 영향으로 당장 스포츠를 매개로 남북 대화나 '평화' 국면을 조성하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북한이 정상 국가로서의 이미지를 부각하고자 국제대회에 정상적으로 참석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 코로나19를 이유로 불참하면서 IOC로부터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아 이미지에 타격을 입기도 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집권 초부터 '체육 강국 건설'을 주요 과업을 내세우며 스포츠에 남다른 애정을 쏟아왔다. 집권 직후 국가체육지도위원회를 신설해 국가적 지원을 확대하고 국제대회에서의 메달 획득을 적극적으로 장려해 왔다.
지난해 열린 파리 올림픽에도 출전해 은메달 2개, 동메달 4개를 딴 북한은, 이 밖에도 종목별 국제 경기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선수들을 체제 선전에 활용하며 내부 결속을 다지는 데 활용했다. 49년 만에 평양에서 '2026년 아시아 주니어 탁구선수권대회'와 '2028년 아시아 탁구선수권대회' 등 주요 국제대회 유치에도 적극 나서 두 대회를 모두 유치하는 성과를 냈다.
과거 북한은 남북관계의 상황에 맞춰, 또는 그 흐름을 바꾸기 위해 남한에서 열리는 국제대회 참가를 피하지 않았다.
남북관계가 좋았던 지난 2002년엔 부산 아시안게임에 대규모 응원단과 함께 참가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2003년엔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도 참가했다.
남북관계가 냉각됐던 지난 2014년에도 인천 아시안게임에 선수단을 보내 대회 일정을 모두 소화했고,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전격적으로 고위급 대표단 3인방을 보내 남북 대화를 시도한 전례가 있다. 2017년 북핵 위기기가 정점을 찍었을 무렵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2018년 1월 1일 신년사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선언하며 분위기를 전환했다.
현 남북관계 정세 역시 극도의 긴장과 갈등에서 해빙 분위기로 흐르고 있어, 북한이 광주 양궁선수권대회 참가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내년 6월쯤 평양에서 열리는 아시아 주니어 탁구선수권대회는 북한이 올해 말 혹은 내년 초에 9차 노동당 대회를 열어 5년 단위의 새로운 국정 계획을 확정한 이후 열린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북한의 새 대외 기조가 '유화'에 방점이 찍힐 경우 스포츠를 매개로 한 또 한 번의 남북 간 훈풍을 기대할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다.
한편 '평화의 울림'이 슬로건인 이번 양궁선수권대회의 참가 신청 마감 기한은 오는 8월 15일이다.
youm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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