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배달앱 쓰는 화려한 평양…농촌에선 '하루 1시간 전기 사용'
38노스, 평양·해주·김형직군 생활 여건 비교
초등학교 컴퓨터 보유율…평양 63% vs 지방 6%
- 한상희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북한의 수도 평양에서는 에어컨 보급이 늘고 스마트폰을 이용한 전자결제와 쇼핑·배달 서비스도 확산하고 있지만, 농촌 및 지방에서는 여전히 하루 한 시간 안팎만 전기가 들어오는 등 북한의 지역별 생활 여건에 상당한 격차가 있는 것으로 2일 나타났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2024년부터 '지방발전 20×10 정책'을 추진하며 지방의 현대화를 꾀하고 있지만, 주민들이 누리는 전기·교통·교육·산업 기반은 거주 지역에 따라 여전히 크게 갈리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최근 '평양을 넘어서' 기획을 통해 평양과 황해남도 해주, 양강도 김형직군의 생활 여건을 전기·통신·교통·교육·산업 등 5개 분야에서 비교했다. 해주는 북한의 중간 규모 지방도시를, 북중 접경 산간지역인 김형직군은 외부와의 연결이 부족한 농촌 지역을 보여주는 사례로 선정됐다. 38노스는 상업위성 사진과 북한 관영매체 보도, 탈북민 증언 등을 종합해 지역별 격차를 분석했다.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전력 공급이었다. 북한은 전체 수요를 충족할 만큼 충분한 전력을 생산하지 못하고 군수·산업시설에 전력을 우선 공급하고 있다. 탈북민들에 따르면 우선 공급 대상인 공장과 공공기관조차 필요한 전기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상당수 가정은 소형 태양광 패널로 배터리를 충전해 전력을 자체 수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진 일정 시간에만 전력을 공급하는 '순환 정전' 방식을 유지했지만, 최근 간헐적으로 평양을 오가는 방문자들 사이에서는 정전을 목격했다는 언급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38노스는 전했다. 북한 매체의 영상에도 자주 화려한 야경이 등장하며, 많은 전력을 소비하는 에어컨 장치가 평양 시내 곳곳에 늘어난 점도 평양의 전력 공급 여건이 개선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38노스는 분석했다.
반면 김형직군에선 전력 공급선이 거의 눈에 띄지 않으며, 압록강이 인접해 있음에도 이를 활용한 발전 시설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부 탈북민은 과거 북한 농촌 지역에는 하루 한 시간 또는 그보다 짧은 시간만 전기가 공급됐다고 증언했다.
통신 분야의 격차는 상대적으로 작았다. 북한의 이동전화 회선은 약 600만~700만 개로 추산된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인구의 약 94%가 이동통신망 범위 안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서해에 인접한 해주 인근에도 이동전화 기지국이 설치된 것이 위성사진으로 확인됐다.
북한 주민들은 휴대전화로 통화와 영상통화, 문자메시지를 이용하고 국내 인트라넷에도 접속할 수 있다. '삼흥전자지갑' 등 전자결제 서비스는 2022년쯤 평양을 중심으로 시작돼 2024년부터 지방으로 확산했고, 수도에 한정됐던 스마트폰 쇼핑·배달 서비스도 최근 다른 주요 도시로 범위를 넓혔다.
교통 환경에서도 차이가 컸다. 평양에는 2개의 지하철 노선과 4개의 전차 노선, 11개의 무궤도전차 노선이 운행되고 있다. 새로 조성된 주택지구까지 무궤도전차 노선이 연장되는 등 시내 대중교통망이 비교적 잘 갖춰진 편이다.
해주에도 도심을 최소 7㎞ 관통하는 버스 노선과 정류장 등이 마련돼 있다. 반면 김형직군과 같은 농촌에서는 주민들이 주로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교육 과정은 전국적으로 동일하지만 학교별 시설과 기자재의 격차는 컸다. 38노스가 인용한 2022년 데일리NK 보도에 따르면 평양과 해주의 초등학교 컴퓨터 보유율은 약 63%였지만 다른 지역은 6% 안팎에 그쳤다.
일부 농촌 학생들은 실제 기기로 실습하는 대신 필기시험으로 치르거나 한 대의 컴퓨터 앞에 여러 명이 모여 수업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가 인트라넷 접속 비용을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해 가난한 농촌일수록 기술교육을 제대로 제공하기 어렵다고 38노스는 전했다.
산업 분야에서는 공장을 건설하는 것과 생산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별개의 문제인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 총비서는 2024년 매년 20개 시·군에 지방공업공장을 건설한다는 지방발전 20×10 정책을 시작해 선정된 지역마다 식료품·의류·일용품 공장을 건설하는 데 중점을 뒀다.
38노스는 기존 연구들을 토대로 지방발전 20×10 정책이 현재까진 연도별 사업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북한 당국이 생산 유지에 필요한 원료와 투입재를 해당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조달하도록 하면서, 기반이 취약한 지방에 상당한 비용과 물류 부담이 가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김형직군에는 2025년 식료품·일용품·의류·종이 등을 생산하는 공장이 문을 열었다. 그러나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이들 공장이 생산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지 못하고 제품의 질도 낮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주민들도 새 공장 제품보다 혜산 등 외부에서 들어온 상품을 장마당을 통해 구입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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