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스마트폰, 첫 '탈(脫)중국' 조달…인도산 단말기 들여왔다

38노스 보도…배터리·저장공간 빼면 사양 '판박이'
"경쟁 심화로 조달망 다변화"…가격·차별화가 변수

푸른하늘 9-3(왼쪽)과 라바 인터내셔널 아그니 3(오른쪽). (사진=38노스)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북한 스마트폰 브랜드 '푸른하늘전자'가 최신 기종 가운데 하나를 인도 제조업체 라바 인터내셔널로부터 조달했을 가능성이 21일 제기됐다. 사실로 확인될 경우 북한에서 판매되는 스마트폰이 중국이 아닌 제3국 제조사와 연계된 첫 사례가 된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최근 북한에서 지난해 여름 출시된 '푸른하늘 9-3'이 라바의 '아그니(Agni) 3' 모델과 외형과 크기, 주요 사양이 사실상 동일하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푸른하늘 측이 공개한 사양은 미디어텍 MT6878 프로세서, 6.78인치 디스플레이, 512GB 저장공간, 164×75×9㎜ 크기 등이다. 배터리 용량이 푸른하늘 4900mAh, 라바 5000mAh로 다르고 저장공간에도 차이가 있지만, 이를 제외한 주요 사양은 대부분 일치한다고 38노스는 설명했다.

38노스는 대량 주문 업체가 필요에 따라 일부 사양을 조정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제품의 외형과 치수까지 변경하기는 훨씬 어렵다며, 두 기종이 동일한 제조 기반을 둔 제품일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푸른하늘전자는 2014년 설립된 북한의 대표적인 휴대전화 브랜드 중 하나다. 자체 공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휴대전화를 직접 생산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20여개 스마트폰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해외에서 북한 브랜드가 부착된 단말기를 들여온 뒤, 국가의 감시·검열 기능이 담긴 자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설치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38노스는 "북한의 스마트폰 시장은 지난 3년간 빠르게 확대되면서 신규 브랜드가 대거 진입했고, 경쟁 업체들이 매우 유사한 모델을 판매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며 "푸른하늘은 독자적인 모델을 확보하거나 중국 제조사보다 유리한 가격을 제시받아 라바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현지 업체들이 글로벌 조달망을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본격적인 대규모 조달보다는 제한된 물량을 들여온 초기 단계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스마트폰은 개인정보·국가정보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 정보 담당 기관과 사전 조율이 되지 않으면 도입이 어렵다"며 "인도와 북한의 무역이 활발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사실이라면 인도산 몇 대를 들여와 북한의 요구 조건을 얼마나 충족하는지 파악하는 시범 단계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북한이 스마트폰을 직접 제조하지 못하는 배경으로 대북제재를 지목했다. 그는 "우리 스마트폰조차 자국 기술 비중이 크지 않은데, 제재를 받는 북한이 자체적으로 스마트폰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과거 휴대전화나 자동차도 이집트 오라스콤이나 이탈리아 중고차 등 외부에서 들여와 부품을 손봐 판매해온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