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北語사전] "미국은 지금 흡진갑진, 잇속만 차려!"
- 양은하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올해 '새로운 길'을 예고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해 첫날 내놓은 대미 메시지는 한마디로 "미국은 흡진갑진하고 있다"였다. 우리말이기도 한 '흡진갑진'은 무슨 뜻일까.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일 김 위원장이 노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미국의 본심은 대화와 협상의 간판을 걸어놓고 흡진갑진하면서 정치외교적 잇속을 차리는 동시에 제재를 계속 유지하여 우리의 힘을 점차 소모 약화시키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8일에도 노동신문은 이 발언을 언급하며 "지금 대화 타령을 늘어놓는 미국의 본심은 대화와 협상의 간판을 걸어놓고 흡진갑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조선말대사전에 따르면 부사 '흡진갑진'은 '세월이 없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거나 흥정하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을 뜻한다. 또 '그리 할 듯 말듯 애매한 태도를 취하여 쓸데없이 시간만 끄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이라는 뜻도 있다. 국어사전의 뜻도 이와 거의 유사하다.
북한 주장은 한마디로, 미국이 북미협상을 한다면서도 실제 협상에는 관심이 없고 '시간 끌기'를 한다는 것이다. 대북 제재로 북한 붕괴를 바라는 게 미국의 속내이니 이에 맞서 자력갱생으로 제재난을 '정면 돌파'하자는 것.
한자어 '소조'(小組)도 국어사전에 있지만 북한에서 훨씬 더 자주 사용되는 단어다. 한자 그대로 '같은 목적이나 지향 밑에 조직되는 작은 집단이나 조직'이라는 뜻의 명사인데 조직이나 모임이 많은 북한 체제 특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9일자 노동신문에는 "소조원들은 또다시 일어섰다"는 표현이 나온다. 그 외에도 '군인가족 예술소조 공연' '김일성-김정일주의 연구소조' '구현소조' '영국 주체사상 연구소조' 등 같은 표현을 쉽게 볼 수 있다.
어원은 같으나 남북의 활용이 다른 단어도 있다. 명사 '들메'는 '신이 벗어지지 않도록 신을 발에 동여매는 끈, 또는 그렇게 동여매는 일'이란 뜻인데 우리는 여기에 '끈'을 붙여 주로 '들메끈'이라고 한다. "들메끈을 고쳤다"라는 식이다.
반면 북한은 '신'을 붙여 '신들메'라고 쓴다. 노동신문은 7일 '정면돌파전의 열쇠'라는 기사에서 "뜻깊은 새해의 첫 진군길에서부터 신들메를 더욱 든든히 조이고 정면 돌파전에 나섰다"라고 했다.
■흡진갑진
[부사] 세월이 없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거나 흥정하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 그리 할 듯 말듯 애매한 태도를 취하여 쓸데없이 시간만 끄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
■신들메
[명사]신발이 벗겨지지 않도록 동여매는 일 또는 그 끈.
■소조
[명사] 같은 목적이나 지향 밑에 조직되는 작은 집단이나 조직.
yeh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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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조선말'이라고 부르는 북한말은 우리말과 같으면서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다. [노동신문 北語(북어)사전]을 통해 차이의 경계를 좁혀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