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화수소 증발 손실 줄인다…UNIST, 다공성 소재 효과 확인

다공성 소재인 MOF를 활용한 액화수소 증발손실(boil-off) 저감 원리.(UNIST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뉴스1
다공성 소재인 MOF를 활용한 액화수소 증발손실(boil-off) 저감 원리.(UNIST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뉴스1

(울산=뉴스1) 김세은 기자 = 액화 수소 저장 탱크에 미세한 구멍이 많은 소재를 넣으면 열로 인해 수소가 증발하는 양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화학과 오현철 교수와 이화여대 문회리 교수, 독일 뮌헨 공대 박지태 박사 연구팀은 '금속유기골격체(MOF)'라는 다공성 소재로 액화수소의 운송·저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29일 밝혔다.

MOF는 내부에 나노미터 크기의 초미세 구멍이 촘촘하게 들어 있는 합성물질이다.

연구팀은 이 구멍 안에 수소가 흡착되면 탱크에 열이 들어와도 액화 수소가 기체로 변해 빠져나가는 것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MOF 벽에 붙잡힌 수소가 떨어져 나오려면 추가적인 열이 필요하다. 이때 탱크 외부에서 들어온 열의 일부가 수소를 MOF에서 떼어내는 데 사용되면서 액화 수소가 기체로 변해 손실되는 것을 늦출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선 구멍의 부피가 크고 구조가 단단하게 유지되는 MOF인 'IRMOF-20'과 수소가 흡착되면 구멍의 크기와 모양이 달라지는 MOF인 'MIL-53'을 활용했다.

연구팀은 두 소재의 구조적 차이가 수소를 담을 수 있는 양과 수소가 빠져나오기 시작하는 온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비교했다.

먼저 'IRMOF-20'을 넣은 탱크를 모의 실험 한 결과, 이론적으로 담을 수 있는 수소의 양은 소재를 넣지 않았을 때의 약 97%로 큰 차이가 없었다. 반면 수소가 증발해 모두 사라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64일에서 221일로 3배 이상 길어졌다.

(좌측부터) UNIST 오현철 교수, 독일 뮌헨공과대학교 박지태 박사, 이화여자대학교 문회리 교수, UNIST 박재우 박사.(UNIST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뉴스1

MOF가 탱크 공간을 차지하는데도 수소 저장량이 거의 줄지 않는 것은 구멍 안에 들어간 수소가 액체 상태일 때보다 더 촘촘하게 모이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실제 수소 흡착량과 기공 부피를 바탕으로 계산한 밀도는 액체 수소보다 높았다.

중성자 산란 실험에선 수소가 구멍 안에서 자유롭게 회전하지 못하는 현상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를 수소가 구멍 안에 조밀하게 모여 있다는 해석을 뒷받침하는 결과로 봤다.

또 다른 MOF 소재인 'MIL-53'은 수소 증발을 줄이는 효과가 있었지만, 담을 수 있는 수소의 양은 소재를 넣지 않았을 때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다만 흡착된 수소를 더 높은 온도까지 붙잡아 두는 데는 'IRMOF-20'보다 유리했다.

오현철 교수는 "기공의 부피와 수소를 조밀하게 담는 능력, 흡착된 수소가 방출되는 특성을 함께 고려하면 다공성 소재를 넣어도 저장량을 거의 유지하면서 운송 중 증발 손실을 줄일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소재가 낼 수 있는 이론적 최대 성능을 기준으로 계산한 결과인 만큼 실제 탱크에서도 이런 효과가 나타나는지 추가 실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에는 UNIST 박재우 연구원이 제1 저자로 참여했으며, 프랑스 라우에-랑주뱅 연구소(Institut Laue-Langevin)의 모니카 히메네스-루이스(Monica Jiménez-Ruiz) 박사와 독일 헬름홀츠 베를린 연구소(Helmholtz-Zentrum Berlin)의 마르가리타 루시나(Margarita Russina) 박사 등이 함께 했다.

연구 수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교육부 국가연구소 사업 '멀티스케일 물질 및 시스템 연구소', 한국연구재단 BrainLink 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 권위의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7일 게재됐다.

syk00012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