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호황, 기업만 좋아선 안돼"…천기옥 울산 동구청이 말한 '상생'
[인터뷰] 기업 성과 지역사회와 나누고 주민 체감 높여야
화재 복구·24시간 돌봄·청년 일자리까지 생활 현안 집중
- 김세은 기자
(울산=뉴스1) 김세은 기자
어려울 때 더 가까이, 힘들 때 더 든든하게 주민 곁을 지키는 길 위의 구청장이 되겠습니다.
민선 9기 출범 100일을 앞둔 천기옥 울산 동구청장은 최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만들고 싶은 행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천 구청장의 취임 초기 100일은 말 그대로 '현장'의 연속이었다. 방어진활어센터 화재와 집중호우가 잇따랐고, 피해를 입은 상인과 주민들의 일상 회복이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됐다.
그는 "재난이 발생했을 때 주민들이 가장 먼저 의지할 곳이 행정이어야 한다"며 방어진활어센터 상인들이 하루빨리 다시 생업에 나설 수 있도록 복구와 생활 지원을 끝까지 챙기겠다고 말했다.
조선업 호황이 기업의 실적에만 머물지 않고 지역사회와 주민들의 삶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도 분명히 했다.
천 구청장은 "기업 성장의 성과가 지역사회와 함께 나눠질 때 지역 발전도 더 커질 수 있다"며 "기업의 사회공헌이 실제 지역에 필요한 곳과 연결되도록 구청이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이 동구에 계속 머물 수 있는 생활 여건을 만드는 것도 민선 9기의 주요 과제로 꼽았다. 취임 1호 결재로 '동구형 24시간 긴급돌봄센터'를 선택한 데 이어 청년 일자리와 창업, 주거 지원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조선업에 집중된 산업 구조를 다양화하기 위해 남목 자동차 일반산업단지에 첨단 AI기업 유치를 추진하고, 청년과 빈 점포를 연결한 창업거리도 조성할 계획이다.
천 구청장은 "부모가 안심하고 아이를 키우고 청년은 좋은 일자리와 안정적인 삶을 찾을 수 있어야 사람이 동구에 머문다"며 "한정된 재원을 주민들이 실제 생활에서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곳에 우선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천 구청장과의 일문일답.
- 취임 100일을 앞두고 있다. 지난 3개월을 돌아보면.
▶구청장의 하루가 이렇게 바쁜지 새삼 느끼고 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행사와 간담회 등 외부 일정이 이어지고, 안에서는 업무회의와 결재 등 챙겨야 할 일이 많다.
하지만 무엇보다 현장에 많이 나가려고 했다. 취임 이후 주요 사업 현장을 직접 다니며 사업이 실제 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 있다. 현장에 가보면 사업 하나도 단순하지 않다. 필요한 예산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행정절차에는 문제가 없는지, 주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하나하나 따져봐야 한다. 그만큼 구정을 책임지는 자리의 무게도 크게 느끼고 있다. 앞으로도 책상 위 보고서만 보는 행정보다는 주민들의 삶이 있는 곳을 직접 찾아가 목소리를 듣는 행정을 하겠다.
- 취임 직후 방어진활어센터 화재와 집중호우가 잇따랐다. 복구 상황은.
▶방어진활어센터에서 불이 난 직후 현장으로 갔고, 새벽에 긴급회의를 열어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했다. 피해 상인 지원부터 현장 안전 확보, 폐기물 처리와 소독 등 필요한 조치를 최대한 신속하게 추진했다.
집중호우 때도 특보가 발효되자 바로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침수된 도로와 나무가 쓰러진 현장 등을 통제하면서 추가 피해를 막는 데 집중했다. 호우 피해 현장은 대부분 복구됐지만 방어진활어센터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 이달 말까지 현장 정리를 마무리하고 10월부터 안전점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상인들의 상심이 크다. 오랫동안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시장이 한순간에 불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다행히 기업과 지역사회에서도 성금과 자원봉사 등 많은 도움을 보내줬다. 긴급생계비와 성금, 재해구호기금 등 필요한 지원을 이어가고 시설 복구도 차질 없이 추진해 상인들이 하루라도 빨리 다시 생업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
- 동구는 대표적인 조선업 도시다. 기업 성장의 성과를 지역과 어떻게 나눌 수 있다고 보나.
▶기업이 성장하고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은 지역에도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 성과가 지역사회와 함께 나눠질 때 지역 발전의 효과도 더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방어진활어센터 화재 이후 기업들이 보여준 모습이 하나의 사례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일렉트릭, HD건설기계가 1억 원의 재난 구호 성금을 전달했고 한국무브넥스도 1000만 원을 지원했다.
복구 현장에도 동구청과 기업, 자생단체, 의용소방대 등 100여 명이 참여해 폐기물을 함께 수거했다. 이런 협력은 재난 때만 이뤄져서는 안 된다. 평상시에도 지역사회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기업과 행정이 함께 살펴야 한다. 기업의 사회공헌이 일회성 지원에 그치지 않고 돌봄이나 청년, 교육, 지역상권 등 주민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분야와 연결될 수 있도록 기업과 소통을 강화하겠다.
- 조선업 호황에도 청년 인구가 빠져나가는 문제는 여전히 숙제다. 어떤 대책을 준비하고 있나.
▶젊은 세대가 지역에 머물려면 일자리만 있어서는 안 된다. 아이를 키울 수 있고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생활 여건까지 함께 갖춰져야 한다. 그래서 취임 1호 결재 사업으로 '동구형 24시간 긴급돌봄센터' 운영을 선택했다. 맞벌이 부모가 야근을 하거나 갑작스러운 경조사가 생겼을 때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면 지역에서 생활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된다. 기존 아픈아이돌봄센터와 지역아동센터, 다함께돌봄센터 등 이미 갖춰진 인프라와 인력을 활용해 365일 긴급돌봄 서비스를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청년들에게는 일자리 선택지를 넓혀줘야 한다. 울산시가 추진하는 남목 자동차 일반산업단지에 첨단 AI기업을 유치해 조선업에 집중된 지역 산업을 다양화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겠다. 창업을 원하는 청년과 지역의 빈 점포를 연결한 '청년 창업거리'도 조성하고 싶다. 청년 창업을 돕는 동시에 침체한 골목상권에도 활력을 줄 수 있다. 구직활동을 위한 청년 자강수당과 전월세 보증금 이자, 이사비 지원 등을 통해 청년들이 동구에서 처음 생활을 시작할 때 느끼는 부담도 낮추겠다.
- 대왕암공원과 일산해수욕장 등 좋은 해안 자원이 많다. 관광 경쟁력은 어떻게 높일 생각인가.
▶동구가 가진 가장 큰 매력 가운데 하나가 산과 바다다. 관광객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주민들이 일상에서 자연을 누리면서 관광산업도 함께 살아나는 방향으로 만들어야 한다. 어풍대와 일산해수욕장, 대왕암공원 일대에는 바다 전망 데크와 해안 산책로, 포켓쉼터와 포토존 등을 확충할 계획이다. 현대미포조선에서 슬도와 대왕암을 거쳐 주전까지 이어지는 동구 종주길 'The Blue Way'도 체계적으로 정비하겠다. 방어진항에서 일산지까지 자전거도로를 확충해 주요 관광지와 생활권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동구는 이미 빼어난 자연경관을 갖고 있다. 이제는 각각 떨어져 있는 명소들을 걷고 자전거를 타며 이어서 즐길 수 있도록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민에게는 일상 속 쉼을 주고 관광객에게는 동구에서 조금 더 오래 머물 이유를 만들어 체류형 관광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
- 임기 동안 주민들에게 어떤 구청장으로 기억되고 싶나.
▶30여 년 정치 인생 동안 저를 성장시키고 이끌어준 것은 결국 주민들이었다. 그래서 주민들의 신뢰와 기대에 반드시 결과로 답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 재정 여건이 넉넉하지 않다고 해서 주민들에게 필요한 일을 미룰 수는 없다.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쓰되 꼭 필요한 곳에는 과감하게 우선 투자하겠다.
부모가 안심하고 아이를 키우고, 어르신은 편안한 노후를 보내며, 청년은 좋은 일자리와 안정적인 삶을 누릴 수 있는 동구를 만들고 싶다. 동구가 가진 아름다운 산과 바다는 관광과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자산으로 키우겠다.
결국 제가 하고 싶은 것은 거창하지 않다. 주민이 어려울 때 더 가까이 있고, 힘들 때 더 든든하게 곁을 지키는 것이다. 주민들의 작은 목소리까지 놓치지 않고 현장에서 답을 찾는 '길 위의 구청장'으로 남겠다.
syk00012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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