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도 방에서 더위와 사투 88세 어르신 "전기세 아까워 에어컨도 못 켜"

5평 남짓 좁은 방, 선풍기 바람에 의존해 여름 나기
거동 불편 쉼터 이용 못해…에너지 바우처 대상인 것도 몰라

기온이 36도에 육박한 29일 오후 2시께 울산 중구 성안동 이순이 씨(88)의 집 안 온도가 32.5도이다. 2026.7.29 ⓒ 뉴스1 박정현 기자

(울산=뉴스1) 박정현 기자 = "전기세가 무서워서, 더워도 참는 거지."

기온이 36도에 육박한 29일 오후 2시께 사랑나눔적십자봉사회의 도움으로 울산 중구 성안동에 사는 이순이 씨(88)의 집 안에 들어서자, 온도계의 수치가 33도까지 치솟았다. 울산 전역에 12일째 폭염 특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냉방비 부담에 짓눌린 취약계층이 힘겨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이날 이 씨는 16㎡(5평) 남짓한 좁은 방 안에서 선풍기 바람에 의지한 채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방 안이 더워서 선풍기에서 불어오는 바람마저 뜨거웠다.

이 씨는 조금이라도 열기를 빼내기 위해 베란다 창문과 복도 쪽 작은 창문을 모두 열어뒀다. 다만, 방이 좁다 보니 바깥의 더위와 사람의 체온이 고스란히 갇혀 집 안은 마치 사우나처럼 달아올라 있었다.

이 씨는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집 안에서 책을 읽으며 보낸다. 귀가 거의 들리지 않아 원활한 대화가 어렵다 보니, 무더위 쉼터 역할을 하는 경로당으로 발길을 옮기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기온이 36도에 육박한 29일 오후 2시께 울산 중구 성안동에 사는 이순이 씨(88)가 "전기세 걱정에 에어컨 전원을 잘 켜지 않는다"고 말했다. 2026.7.29 ⓒ 뉴스1 박정현 기자

이 씨의 방 한편엔 벽걸이 에어컨이 설치돼 있었지만, 전기세가 두려워 전원을 켜는 일이 거의 없다.

이 씨는 "전기세가 많이 나올까 봐 무서워서 에어컨은 켜지도 못하고 선풍기만 틀고 있다"며 "참다가 도저히 견디기 힘들 정도로 더워지면 찬물로 샤워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여름에 전기세 걱정 없이 마음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명미자 사랑나눔적십자봉사회장은 "어르신들이 더위·추위 걱정 없이 생활할 수 있는 실버타운이 필요하다"며 "편히 지낼 수 있는 커뮤니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냉방비 부담을 덜 수 있는 혜택을 이미 받는 상황임에도, 이를 전혀 모르는 상황이었다.

중구에 따르면 이 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에너지 바우처' 지원과 '전기요금 감면' 혜택 대상자다. 그러나,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노인이어서 자신이 이러한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 조차 모르고 있었다.

이에 대해 중구 관계자는 "이 씨가 에너지 바우처 등 복지 혜택을 활용할 수 있도록, 성안동 행정복지센터에 관련 내용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기온이 36도에 육박한 29일 오후 2시께 울산 중구 성안동 이순이 씨(88) 집 안 선풍기에선 뜨거운 바람이 나오고 있었다. 2026.7.29 ⓒ 뉴스1 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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