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도 방에서 더위와 사투 88세 어르신 "전기세 아까워 에어컨도 못 켜"
5평 남짓 좁은 방, 선풍기 바람에 의존해 여름 나기
거동 불편 쉼터 이용 못해…에너지 바우처 대상인 것도 몰라
- 박정현 기자
(울산=뉴스1) 박정현 기자 = "전기세가 무서워서, 더워도 참는 거지."
기온이 36도에 육박한 29일 오후 2시께 사랑나눔적십자봉사회의 도움으로 울산 중구 성안동에 사는 이순이 씨(88)의 집 안에 들어서자, 온도계의 수치가 33도까지 치솟았다. 울산 전역에 12일째 폭염 특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냉방비 부담에 짓눌린 취약계층이 힘겨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이날 이 씨는 16㎡(5평) 남짓한 좁은 방 안에서 선풍기 바람에 의지한 채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방 안이 더워서 선풍기에서 불어오는 바람마저 뜨거웠다.
이 씨는 조금이라도 열기를 빼내기 위해 베란다 창문과 복도 쪽 작은 창문을 모두 열어뒀다. 다만, 방이 좁다 보니 바깥의 더위와 사람의 체온이 고스란히 갇혀 집 안은 마치 사우나처럼 달아올라 있었다.
이 씨는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집 안에서 책을 읽으며 보낸다. 귀가 거의 들리지 않아 원활한 대화가 어렵다 보니, 무더위 쉼터 역할을 하는 경로당으로 발길을 옮기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 씨의 방 한편엔 벽걸이 에어컨이 설치돼 있었지만, 전기세가 두려워 전원을 켜는 일이 거의 없다.
이 씨는 "전기세가 많이 나올까 봐 무서워서 에어컨은 켜지도 못하고 선풍기만 틀고 있다"며 "참다가 도저히 견디기 힘들 정도로 더워지면 찬물로 샤워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여름에 전기세 걱정 없이 마음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명미자 사랑나눔적십자봉사회장은 "어르신들이 더위·추위 걱정 없이 생활할 수 있는 실버타운이 필요하다"며 "편히 지낼 수 있는 커뮤니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냉방비 부담을 덜 수 있는 혜택을 이미 받는 상황임에도, 이를 전혀 모르는 상황이었다.
중구에 따르면 이 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에너지 바우처' 지원과 '전기요금 감면' 혜택 대상자다. 그러나,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노인이어서 자신이 이러한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 조차 모르고 있었다.
이에 대해 중구 관계자는 "이 씨가 에너지 바우처 등 복지 혜택을 활용할 수 있도록, 성안동 행정복지센터에 관련 내용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niw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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